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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발표로 시끄럽다. 시끄러운 이유는 정략적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물론 내용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토의된 것도 없으니 이렇다 할 이견이 도출되지도 않았다. 단지 차기 정권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이 필요한 부분은 노 대통령의 제안 외에도 많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고 정파에 따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합의를 도출해내는데 시일이 오래 걸린다. 이는 장기적인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BRI@그러나 노대통령이 제의한 수준이라면 비교적 합의에 이르는데 시일이 오래 걸리거나 연구할 주제가 복잡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필자는 노 대통령이 제의한 범위의 개헌에 대한 개헌 시점에 국한하여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차기 정권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를 하자는 데에는 반갑지 않은 생각이 든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면 개헌의 시점은 바로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첫째, 새롭게 탄생하는 정권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정치안정과 사회안정을 통한 국가발전의 아젠다 생산과 이의 추진을 위한 '국정 몰입'이라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개헌이라고 하는 무겁고도 갈등 지향적인 아젠다를 차기 정권으로 이양한다면 이는 국가발전과 차기 정권의 안정적 국정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차기 이양주의자가 간과하고 있다고 보인다.

둘째로 현 노 정권은 임기말이며 차기 대선에 나올 수 없다는 헌법상의 제약을 받고 있어 개헌 문제에 관한 한 비교적 중립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여 별 문제가 없으나 차기 정권담당자는 개헌을 자신의 이익 즉 연임의 대상자에 자신도 포함시키고 싶은 유혹을 받을 위험이 있고, 바로 이러한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차기 정권담당자는 개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모두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이번 연말 대선이 내년 초의 국회의원 선거와 시기적으로 가장 근접하여 치러지기 때문에 올해 연임제와 임기조정에 의한 개헌을 하게 되면 차기부터는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룰 수 있어 선거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면 국정의 책임운영이 가능하고 대통령의 임기 중간에 선거에 의한 정치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넷째, 차기에 개헌을 논의하게 되면 현재 제의된 수준 이상으로 개헌을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시일이 오래 걸리고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정안이 왜곡되고 변질되기 쉽게 된다. 합의에 이르는 것 또한 지난한 일이 된다.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 되어 온 사회와 정치권을 휩쓸게 된다. 개헌을 달성하려는 차기의 여당과 반대하려는 야당의 충돌은 명약관화하고 이를 무리하게 성취하거나 저지하기 위해 총선이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총선 이후로 개헌이 미뤄질 수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지금과 다른 국회의석 비율에 의해 개헌안이 다수당의 입맛에 맞게 변질될 우려가 크다. 그리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다섯째, 일부에서는 대선후보가 개헌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적임자를 뽑는 선거가 대통령직 수행능력과는 큰 연관관계가 없는 개헌에 대한 찬반 등으로 휘둘린다면 이는 대통령직을 너무 가볍게 보는 단견이며 선거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은 개헌의 발의를 할 권한이 있다. 그리고 그 결정은 국회와 국민이 하면 된다. 국회는 2/3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야당이 이에 대해 거부부터 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 찬성하거나 부결시킬 권한은 국회가 갖고 있다. 그리고 최종적인 승인은 국민투표에 의해 국민이 결정한다.

그러면 왜 개헌시점를 갖고 이렇게 소란할까. 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정략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략적이지 못한 증거를 지금까지의 국정운영에서 얼마든지 댈 수 있지만 이번 개헌정국에 국한시켜 살펴보면 쉽게 알수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논의는 대통령이 학계나 정치계에 먼저 연구 프로젝트로서 개헌을 언제 할 것인지, 개헌 내용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등의 주제를 던져주고 여기에서 토의된 내용을 가지고 언론을 통한 국민 대토론, 국회에서의 협상과 절충 등을 거쳐 개헌의 발의를 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먼저 발표부터 함으로써 노련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즉 정치적으로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시각에서 보면 임기와 연임제와 관한 한 자신이 이해관계가 없음을 온 국민이 알고 있을 것이고 주제가 복잡한 게 아니므로 과정을 생략하더라도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순진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읽힌다. 즉 이를 나쁘게 말하면 노 대통령이 노련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정략적이지 못한 것을 오히려 정략적이라고 매도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너무도 정략적이지 못해 전략적으로 허점을 드러낸 노 대통령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노 대통령의 전략일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용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치를 바로 보자. 그리고 바로 하자. 내용적으로 큰 이견이 없다면 그것부터 국민적 합의를 통해 신속히 개헌정국을 종결짓자. 지금이 바로 개헌할 적기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를 노련하지만 진솔하게 하는 큰 사람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인가. 대선주자들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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