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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BRI@며칠 전 상대방 번호도 뜨지 않는 이상한 전화가 왔습니다. 받아보나마나 분명 쓸데없는 전화라 생각하고 약간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안내 메시지가 흘렀습니다.

"여기는 서울지방 검찰청입니다. 귀하는 12월 26일 검찰청에 출두하지 않아 1월 8일 재출두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들으시려면 1번을 질문이 있으시면 9번을 눌러 주십시오."

황당했습니다. 지은 죄도 없거니와 검찰청 같은 곳에 불려갈 하등의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안내 멘트를 듣는 순간 수족이 달달달 떨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들으려고 1번을 눌렀더니 처음과 같은 안내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순간 은행에서 국민연금을 환급해 준다든가 국세청에서 세금을 환급해 준다는 전화가 올 경우 절대로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말라는 신문 보도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다시 9번을 눌렀습니다. 바로 굵직하고 바쁜 듯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세요? 제가 무슨 죄를 지어서 그런가요?"
"이름을 불러 보세요."
"저…양귀엽인데요."
"예? 양 뭐라고요?"
"귀엽다 할 때 귀엽인데요."
"귀염요?"
"아니요. 귀할 귀자와 잎사귀 엽자인데요."
"주민등록번호 부르세요."

그 순간 신종 사기꾼이라는 걸 감지했습니다. 어떻게 검찰청 직원이란 사람이 한글로 귀엽다고 설명을 해 주고 한자로 한 글자 한 글자 가르쳐 줬는데도 모르냐고요.

"저 주민등록번호는 못 부르겠는데요."

그러자 상대방은 화난 목소리로 "그럼 어떻게 찾으라고요. 여기는 서울지방 검찰청입니다. 그럼 검찰청으로 출두하세요"하고는 '뚝'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번호부를 뒤질 시간 여유도 없이 114로 물어 서울지방검찰청에 전화를 했습니다. 검찰청은 530-4114였습니다.

검찰청 안내원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했더니 여직원이 "그건 사기꾼 전화입니다. 절대로 주민등록번호 알려주시면 안 됩니다. 잘 하셨어요. 요즘 이런 문의 전화가 많이 옵니다" 하고 설명해 줍니다.

듣고 나니 기운이 쫙 빠졌습니다. 지은 죄도 없는데 잠시 죄인 취급을 당했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주민등록번호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줄 뻔 했으니까요.

정신을 차려 112로 신고를 해 우리 집에 오후 4시경에 전화를 건 사람을 잡아 달라고 했더니 일단 접수는 해 놓겠지만 그 사람들은 전화를 대포폰(다른 사람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으로 하기에 쉽게 잡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한숨 돌리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현관문을 여니 경찰 두 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112 정말 빨랐습니다. 112에 신고 해서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화 신고와 동시에 지구대 경찰이 신고 장소로 온 겁니다.

경찰 두 분과 식탁에 앉아 차 한잔씩 하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요즘 우리 지구대 만해도 하루에 2, 3건씩 신고가 들어오는데 서울시 전체로 따지면 얼마나 많겠어요. 뭣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람들의 요구에 넘어가 다 가르쳐 줍니다. 잘 하셨어요. 주위 분들에게 이런 전화에 넘어가지 말라고 많이 알려주십시요."

그렇게 말하고는 경찰들은 갔습니다. 정말 삼십 분 동안 '쓰나미'(동남아를 휩쓴 지진해일)가 쓸고 간 것처럼 정신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사기꾼들이 대담해져서 경찰뿐 아니라 청와대와 검찰청까지 사칭을 하니 조심하라고 합니다. 참고로 검찰은 전화로 출두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답니다. 또 국세청도 세금환급하라고 전화하지 않고 등기우편으로 알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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