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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어제 딸아이와 같이 만들어 본 아보카도가 들어간 캘리포니아롤입니다.

평소 만들던 김밥과 만드는 방법도, 재료도 좀 색다른 김밥이었지요. 아보카도가 들어가서 캘리포니아롤 특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보카도의 가격은 일반 과일에 비해 워낙 비싼 편이라서 평소에는 치즈로 대신해 왔었지요.

그런데 얼마 전 대형 할인마트에서 세일해 4개에 3500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입한 아보카도를 김치냉장고 안에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해 오다가 캘리포니아롤을 만드는데 넣어봤습니다.

@BRI@단무지와 우엉 대신 마요네즈에 버무린 맛살(오렌지색이 나는 게살이라면 더 맛이 부드럽습니다)과 달걀, 오이 등을 넣고 배합초로 밥의 간을 맞추면 기본적인 캘리포니아롤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밥이 겉면으로 나오는 '누드롤'을 마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손바닥에 포도씨유를 조금씩 발라가면서 김발에 밥을 펴 얹느라 무진 애를 썼습니다. 밥알이 달라붙지 않는 요술주걱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텐데 그 생각을 미처 못했지 뭡니까?

캘리포니아롤은 일본 요리사들이 캘리포니아에 건너가 정착시켰다는 퓨전요리입니다. 김 맛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김을 안쪽으로 넣고 밥이 겉면에 나오도록 '누드롤'로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단무지랑 우엉 시금치 등을 넣어 둘둘 말아 썰지 않은 채 한 손에 들고 먹는 우리식 김밥도 맛있지만 비슷한 재료로 가끔은 색다른 별미를 맛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아보카도를 구하기 어렵거나 가격이 부담이 된다면 치즈를 썰어 넣어도 되고요, 과일을 넣어도 좋습니다. 남은 돈가스나 생선가스가 있다면 그 역시 좋은 재료가 될 테고요. 날치알이나 오이 피클 등을 마요네즈에 섞어 간단한 소스를 만들어 프랑스식으로 롤 위에 얹어주어도 맛과 멋이 살아나는 캘리포니아롤이 만들어집니다.

모처럼 평소 먹던 음식과는 좀 다른 메뉴를 맛 봐서 그런 것인지 가족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어제 세 줄 말아놓은 롤이 모두 동났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다 먹는 '별미음식'의 인기는 역시나 그저 한두 번 즐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인가 봅니다.

재료가 좀 남았기에 오늘 점심에 딸아이에게 "아보카도 롤 말아줄까?"하고 물으니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며 '김밥'을 말아달라지 뭡니까?

"엄마, 단무지 넣은 김밥 먹고 싶어"라고 재료까지 정확하게 짚어서 '한국식 김밥'을 요구하는 여섯 살배기 딸아이 앞에서 그저 웃을 수밖에요.

하긴 저도 그렇습니다. 이런 캘리포니아롤 같은 요리는 어쩌다 색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로 만들어 본 것일 뿐, 정작 배고플 때 생각나는 것은 따로 있거든요?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단무지 들어간 김밥이나 구멍가게에서 이쑤시개로 찍어 먹는 꼬마 김밥 같은 것 말입니다.

어쩜 엄마랑 딸의 입맛이 이렇게도 꼭 닮았는지 새삼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딸아이가 값도 비싼 아보카도 맛에 반해서 날마다 캘리포니아롤을 찾으면 어떡하나 하고 내심 불안(?)했었는데, 착하게도 단무지 김밥을 찾아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서양식 캘리포니아롤을 즐겼으니 오늘 점심에는 남은 재료에 단무지랑 시금치를 잔뜩 넣고 줄줄이 손김밥이나 말아주어야겠습니다.

고른 두께로 자른 롤을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 푸른 잎사귀 등으로 장식합니다.
고른 두께로 자른 롤을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 푸른 잎사귀 등으로 장식합니다. ⓒ 이효연
[재료]

불린 쌀 2공기, 다시마(5×5cm) 1장, 김 3∼4장, 배합초(3배식초 2큰술+설탕 2큰술+소금 2작은술), 게맛살 3줄, 오이 1개, 달걀 3개, 아보카도 1개, 날치알 1팩, 마요네즈 적당량. 소금 1/4 작은 술, 설탕 1/2 작은 술, 맛술 1큰술


김밥용 밥은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지으면 맛이 좋습니다.
김밥용 밥은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지으면 맛이 좋습니다. ⓒ 이효연
1. 평소보다 밥물을 약간 적게 잡아 밥을 고슬하게 지어둡니다. 밥을 지을 때에는 다시마를 한 조각 넣어 지으면 밥에 윤기도 돌고 다시마 특유의 향이 스며들어 밥맛이 아주 좋습니다.

다시마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기도 하지요. 평소 밥을 지을 때에도 한 조각씩 넣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물론 잘게 잘라서 밥을 풀 때 같이 담아 먹는 거지요.


달걀말이에 맛술을 넣으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맛이 좋아집니다.
달걀말이에 맛술을 넣으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맛이 좋아집니다. ⓒ 이효연
2. 달걀에 맛술과 설탕, 소금을 잘 섞어 풀어 준 후 도톰한 달걀말이를 만들어냅니다. 도마에 올려 한 김 식으면 연필 굵기로 썰어줍니다.


게맛살은 가능한 한 잘게 다져주세요.
게맛살은 가능한 한 잘게 다져주세요. ⓒ 이효연
3. 게맛살을 다지듯 잘게 썬 후 마요네즈에 버무려둡니다.


아보카도 대신 치즈나 고구마를 넣어도 맛이 좋습니다.
아보카도 대신 치즈나 고구마를 넣어도 맛이 좋습니다. ⓒ 이효연
4. 아보카도의 껍질을 벗긴 후 살을 발라내고 손가락 굵기로 썰어둡니다. 아보카도는 겉껍질의 색깔이 검은빛에 가깝고 껍질을 눌렀을 때 말랑하게 조금 들어갈 정도로 잘 익은 것이 맛이 좋습니다.


오이 씨를 뺄 때에는 작은 티스푼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오이 씨를 뺄 때에는 작은 티스푼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 이효연
5. 오이는 반으로 가른 후 찻숟가락으로 가운데를 도려내 씨를 제거하고, 연필 굵기로 썰어둡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날치알도 레몬즙이나 오렌지 쥬스(없으면 엷게 희석한 식초물)에 담가 비린내를 제거한 후 채반에 받쳐 물기를 제거해둡니다.


일반 김밥과 달리 김발에 밥을 먼저 고르게 펴서 얹은 후 김을 올려야 합니다.
일반 김밥과 달리 김발에 밥을 먼저 고르게 펴서 얹은 후 김을 올려야 합니다. ⓒ 이효연
6. 다시마를 넣고 지은 밥을 채반 등에 넣어 한 김 날린 후 배합초와 섞어 간을 맞춥니다.

배합초 간이 된 밥을 김발 위에 고르게 펴 얹습니다. 이때 손에 자꾸 밥알이 달라붙지 않도록 손에 약간의 기름을 바르거나 요술주걱을 사용해서 살살 펴 주면 좋겠어요. 고르게 펴 얹은 밥 위에 김을 올리고 그 위에 준비된 재료들을 가지런히 올려 담습니다.


김발에 기름을 조금 바르면 밥알이 달라붙지 않아 편리합니다.
김발에 기름을 조금 바르면 밥알이 달라붙지 않아 편리합니다. ⓒ 이효연
7. 김 속의 재료들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꼭꼭 눌러가면서 단단히 롤을 말아줍니다.

칼을 불에 달군 후 썰어주면 밥알이 달라붙지 않아 쉽게 썰 수 있습니다. 깁밥을 썰기 전 칼을 갈아주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남은 재료를 다진 후 마요네즈와 섞어 소스를 만들어 얹으면 맛이 더 좋습니다.
남은 재료를 다진 후 마요네즈와 섞어 소스를 만들어 얹으면 맛이 더 좋습니다. ⓒ 이효연
8. 남은재료(날치알이나 게맛살 등)에 마요네즈와 양겨자 등을 섞어 소스를 만들어 썰어 놓은 롤 위에 조금씩 얹어도 별미입니다. 잘게 썬 두부와 송송 썬 실파를 띄운 일본식 된장국과 같이 내놓으면 맛이 잘 어울릴 거예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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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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