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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우석훈 칼럼과 관련 "매입 임대주택이 이미 참여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라는 내용의 글을 건설교통부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보내왔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우석훈 교수가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을 다시 보내왔습니다. <편집자주>
매입 임대주택에 대한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에 대해서 우선 반가움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는 이 제도를 오랫동안 자신의 삶처럼 알았던 도시연대나 주거권과 관련된 여러 시민단체들이 지난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겁니다.

저의 지난 8일 칼럼에서 매입 임대주택이 오세훈 시장이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고,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고, 지난 가을 우리가 모두 보았던 '제2강남 공급'과 같은 현 재경부 중심의 주택정책의 주요 정책기조를 바꾸거나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며, 규모 또한 국민임대주택의 100만호 건설이나 신도시 정책과는 비교할만한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범사업 규모'라고 표현했습니다.

"정책의 눈으로 본다면 '매입 임대주택'이라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저가로 임대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예산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오 시장이 처음 하는 제도도 아니다. 수년 전부터 서울시에서는 이런 실험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고 말은 그렇게 붙이지는 않았어도, 시범사업 규모 정도를 가지고 있던 일이었다." (지난 8일 칼럼)

2003년도에 서울시에서 처음 시범사업을 시작하였고, 주택공사에서도 2004년도에 시범사업으로 503호를 시작으로 매입 임대주택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매입 임대주택이라는 제도를 처음 접한 것은 2002년의 일이고, 시민단체의 논의 속에서 뉴타운에 들어갈 돈 대신에 매입 임대주택을 확대해서 실시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가지고 이 제도와 관련된 논의에 들어간 것은 2003년부터의 일입니다.

시민단체가 제안한 내용 가운데는 현재 전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택 중 아파트를 정부가 구매해 장기적인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공공주택 뱅크' 같은 제도도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이기는 하지만, 아직 논의에 테이블 위로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요지는 건설을 중심으로 참여정부가 짜놓은 국정기조 속에서 이런 '주거권 제도'들이 죽어가거나 아니면 양념 이상을 넘어서기 어려운 현 상황이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세제정책을 비롯한 수요관리정책과 오랫동안 건교부가 주도해왔던 총공급 정책이라는 두 가지 틀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고, 이 와중에 주거권 정책과 임대차 보호정책 같은 것들이 약간씩 모양내기로 끼워져 있는 상황입니다.

죽어가는 정책 살린 오세훈

주택공사가 이 와중에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으로 하던 임대주택 사업을 소규모로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좋은 흐름이라고 그 당시에도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주공에 이러한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아니면 서울시의 주공에 해당하는 SH 공사에 이러한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사회가 받아들이고 그 논의를 활성화시킬 것이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공의 매입 임대주택의 경우 좋은 사업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전체적으로 아파트 건설과 그 패키지로 진행되는 건설형 국민임대주택 사업이 주력 사업이고 실제로 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이 옳은 것이냐 혹은 어떤 일들이 주력 사업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는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미래를 어떻게 보고 주택정책과 공간정책을 디자인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정부에는 대단히 많은 시범사업들이 있고, 이런 사업들은 소위 우파들이 제안한 사업도 있고, 시민단체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제안한 사업들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 중에 일부는 살아나서 다음 단계의 진화를 시작하고, 어떤 것들은 시범사업 단계를 지나고 "해보니까 잘 안되더라"하고 죽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매입 임대주택은 아직 시범사업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상태고, 전월세에 대한 공공주택 논의 등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의 서울시는 뉴타운과 같은 전면 재개발 사업들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매입 임대주택을 시범사업으로 설정했는데, 이명박 전 시장이 임기를 마칠 즈음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죽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오세훈 시장이 "이 제도를 죽이지는 말자"라고 다시 살려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공의 매입 임대주택과 서울시의 매입 임대주택의 성격의 차이점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고, 그 구체적인 운용방안에 대해서는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저는 아직 주공의 매입 임대주택이 완성된 제도가 아니고 더 많은 보완과 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범사업단계라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거주기간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2년 거주에 2회 재계약이 가능합니다. 합치면 6년까지 살 수 있지요. 실제로 주거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제도에서는 20년 정도의 계약과 좀 더 긴 연장기간이 필요합니다. 6년 후에 나가야 한다고 하면, 이게 실질적인 거주권 보장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정부가 지원하는 약간 저렴한 전월세에 6년간 머물면서 더 비싸고 제대로 된 집을 구매하라는 메시지도 됩니다. 시범사업 단계가 지난다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작더라도 안정된 거주권 보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논의는 이제부터 열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 대상도 아직은 기초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물론 시범단계라서 그런 것인지만 범위가 충분히 넓어져서 차상위계층보다는 흔히 말하는 '실수요자' 단계까지 공공주택의 정책이 포함할 수 있어야 진짜 주거권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라는 방식에서 진행되는 임대주택에 대한 정책과 공공주택의 개념 그리고 지원방안 같은 것에 대해서 포괄적인 '조절(튜닝)'과 주택 패러다임에 대한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진짜 변화는 이미 온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제 인식입니다.

이런 변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도 되고, 오세훈 시장이 서울에서 시범실시를 통해서 해도 되고, 또 다른 국회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논의를 해서 추진을 해도 됩니다. 그러나 서울시나 주공의 시범사업으로 이런 변화가 이미 왔다고 보기에는 아직 어려운 일이라는 건 자명해보입니다.

제가 오세훈 시장이 전격적으로 서울시에서도 매입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발표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논의가 '아파트를 지을 거냐 말거냐'가 메인 타이틀로 잡혔던 지난 가을의 주택정책 논의와는 분명 궤를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386들은 그럼 이런 논의에 대해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개인들의 일상적 정치활동에 대해서 간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한 것은 "표를 어떻게 받을 것인가?"와 "나는 어떻게 재선이 될 것인가?"라는 두 가지 논의 외에는 이 집단이 사회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질문이 없기 때문에 실망스럽다는 것입니다.

주거권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합니다

대선이 다가옵니다. 누가 나올지 아니면 어떻게 세력을 형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저는 별로 관심 없습니다. 다만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곰곰이 살펴보는 편입니다.

물론 아파트는 더 지어야 하겠지만, 이제는 짓는 것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정책이 주거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성화되고 기조가 전환돼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만약 이번 대선이 그런 논의의 장을 열 수 있고, 누가 더 현실적인 정책을 가지고 오느냐에 따라서 논의 구도가 열린다면 저는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한마디 하겠습니다. 저는 대선에서 새만금의 방조제를 일단 여는 '해수유통' 방안과 새만금 대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열겠다고 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할 생각입니다.

저에게는 그 사건이 중요하고, 제 양심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주거권과 관련된 정책을 어떻게 제시하고 끌어나갈 것인지를 기준으로 삼을 예정입니다. 세 번째로는 농업의 회생방안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볼 것입니다. 이런 얘기들은 논의는 작아보여도 '다음 세대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 땅에서 꾸려나갈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운동에서는 현장에서 지도자가 나온다는 오래된 경구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현장에서 배출된 지도자가 없고, 현장에서 문제를 풀면서 자신의 삶을 보냈고, 그렇게 철학을 가지게 된 지도자가 없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이 현장에서 배출된 지도자들이 조금은 숨쉴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이 말로만 '서민경제 현장'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갈등이 있었고, 해결될 문제가 있었던 바로 그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독자에게 설명하고 싶었던 점은 건설과 주거권의 오래된 싸움이지, 오세훈이냐, 노무현이냐 아니면 김근태냐 아니면 노회찬이냐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이냐에 관한 문제는 아닙니다.

아울러 제 칼럼으로 인해 "386을 거론해서 약간 모멸감을 느꼈다"는 어느 분에게 제 답변을 전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거론한 것은 '국회의 386'이지 일상 생활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세대 담론에 매도당하는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모멸감으로 느껴지셨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국민지출 중 건축부문의 지출비중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20% 전후입니다. 선진국들은 8~13% 정도이며, 일본은 가장 높았을 때가 15% 정도 됩니다. 그 시절에 일본이 헤이세이 공황을 맞았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건설 비중들은 낮아지면서 조정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억지로 높이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도 자체에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수요가 줄어드니까 인위적으로 수요를 만들어내어야 했고, 공급을 해야 규모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공급담론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작업 가설 말입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커지면서 초기에 만들었던 인위적 불균형에 의한 그 유명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일부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저는 균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균형의 일부가 주거권 담론에 의한 주택정책과 공간정책의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얘기들이 대선 테이블에 올라오거나 국민적 논의의 장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입 임대주택에 대해서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관심이 희망을 갖게 하고, 또 고마운 것입니다.

#임대주택#오세훈#매입임대주택#국민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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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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