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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보석허가 결정으로 석방된 김지태 평택 대추리 이장이 3일 평택시청에서 김춘석 국무조정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 등 정부대표단과의 협상 자리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법원의 보석허가 결정으로 석방된 김지태 평택 대추리 이장이 3일 평택시청에서 김춘석 국무조정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 등 정부대표단과의 협상 자리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6자회담을 생각해라."

보석 5일만에 주한미군대책기획단과 마주 앉은 김지태 대추리 이장(팽성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이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선문답을 내놓았다.

3일 오후 대추리 자택에서 만난 김 이장은 "북핵 관련해서 6개국이 회담을 하는데 밖에서는 '급물살을 탄다', '북한에 커다란 변화가 온다'고 해결될 것처럼 생각했다"며 "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국이 느닷없이 위폐사건이니 들고나오니까 합의가 깨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합의문이 도출됐다고 해도, 그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전제하고 회담이 시작했지만 협상 당사자들간의 입장차이로 성과없이 끝났듯이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대추리 주민들의 이주 협상 또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주 전제하고 테이블 앉은 대추리 "정부도 양보해야"

@BRI@김 이장을 비롯해 주민대책위는 이주를 전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그는 3년간 이어온 주민들의 투쟁이 종지부를 찍는 것처럼 알려지는 데 대해 고개를 저었다.

김 이장은 "조그만 동네에 주민 몇 명을 상대로 하는 협상이라 (진행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있다"며 "그러나 문제점은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장은 협상에 임하는 정부쪽 인사들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그는 "우리가 여태까지 이주하겠다는 소리를 않다가 이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겠다고 했을 때는 정부쪽도 (미군기지 이전계획) 재협상을 받아들이겠다는 양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주민들이 전향적인 대안을 내놓았다면 정부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지 이전계획 재협상 요구에 대해 "곤란하다"는 답변만 내놓았고, 김춘석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부단장은 한발 나아가 "합의가 1월 중순 마무리될 것"이라고 섣불리 기대했다.

김 이장은 이에 대해 "그런 예단을 하는 것 자체가 불성실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3일 평택시청에서 정부대표단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 주민대표단이 회의실을 나서며 향후 협상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 "일단 오늘 논의내용에 대해선 '비공개' 하기로 양측이 합의했으니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부터 김택균 주민대책위 사무국장, 김지태 대추리 이장(팽성주민대책위원장).
3일 평택시청에서 정부대표단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 주민대표단이 회의실을 나서며 향후 협상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 "일단 오늘 논의내용에 대해선 '비공개' 하기로 양측이 합의했으니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부터 김택균 주민대책위 사무국장, 김지태 대추리 이장(팽성주민대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마을 지도부는 이주 결정... 주민들은 의견분분

한편 마을 지도부는 이주로 마음을 굳혔지만, 주민들은 아직 정식 총회 한 번 열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이주와 관련해 설명회를 열기는 했지만, 주민 전원이 이주에 합의한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김 이장은 이주에 대해 "쫓겨나는 것"이라며 "우리 의지에 반하는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민들은 일단 이주 여부를 포함해 정부의 지원 대책에 관해 협상단에 일임한 상태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주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대표단인 김 이장도 석방(지난해 12월 28일)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협상 테이블에 앉은 상황이다. 김 이장 스스로 "협상 회의에는 나가지만 내 자신도 정리가 안 된 상태"라고 토로할 정도다.

일부 주민들은 "민주적인 절차가 부족한 것 아니냐"며 마을총회 한번없이 진행되는 대표단의 협상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 이장은 "협상에 매일 나가야 한다면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생각할 시간도 가져야 하고 마을로 돌아와서 주민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임원들끼리 논의도 해야 하는데 언제 다 준비할 수 있겠느냐, 이런 식의 진행으로는 아무 것도 풀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권 대항 투쟁 3년... '이젠 지쳤다'

주민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생계 수단인 논밭이 미군기지 이전예정지로 들어가 대부분 농사 짓기도 어려운데다 군용 헬기 소음, 마을 출입시 불신검문, 3년간 이어진 투쟁 등으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적잖이 누적된 상태다.

무엇보다 협의매수해 이미 보상금을 받고 나간 이들과 비교해 얼만큼의 보상금을 받게 될지도 고민되는 게 사실이다.

김 이장은 3일 촛불집회에서 주민들을 향해 "이주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도 저쪽(정부)을 향해 미군기지 이전계획 재협상 논의를 위한 채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대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대추리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비인간적인 처사를 보였다"며 "이주에 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협의가 필요하다"며 "지도부는 공개 협상이든 비공개 협상이든 모든 내용을 낱낱이 공개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오후 대추리 자택에서 만난 김지태 이장(팽성주민대책위원장).
3일 오후 대추리 자택에서 만난 김지태 이장(팽성주민대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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