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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벗다> 표지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벗다> 표지 ⓒ 돌베게
베르메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무엇일까? 설문조사를 하면 <진주 귀고리 소녀>가 단연 1위를 차지한다. 베르메르의 작품 가운데 젊은 여성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것은 <진주 귀고리 소녀>와 그 몇 년 후에 제작된 <소녀> 단 두 점뿐이다. -95p

<진주 귀고리 소녀>를 본다. 보이는 것은 신비한 미소를 지닌 젊은 여성의 모습이다. 그녀의 잔잔함은 검은색 배경에 바치는 한 줄기의 빛과도 같아 보인다. 그 그림에 취하다 보면 문득 궁금하다.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화가의 모습이, 화가는 대체 누굴까? 그리고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다행히 여기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 있다. 고비야시 요리코와 구치키 유리코가 지은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이다. 이 책은 필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진주 귀고리 소녀>는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이하 베르메르)의 작품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신비롭게 전해져왔다. 그를 시대의 인정을 받지 못한 비운의 화가라느니, 성격이 이상했던 화가라느니 하는 말들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의 공동저자인 고비야시 요리코와 구치키 유리코는 이런 일련의 사실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베르메르의 삶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할 만큼 특별하지 않았다고 한다.

@BRI@요리코와 유리코는 베르메르가 태어난 시점부터 그의 삶을 추적해 사람들의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낸다. 그들은 밝히는 화가의 삶은 실패보다도 성공에 가까워 있었다. 화가는 자신의 고향인 네덜란드에서 유능한 미술가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또 결혼에도 성공해 경제적, 정신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베르메르에 대한 오해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그것은 그가 그린 작품이 상당히 적었고 그의 삶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던데 있다고 저자 요리코와 유리코는 말한다.

작품이 적었고, 그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았기에, 화가 베르메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져 갔고, 그 잊음이 당대의 유능했던 화가를 미술계에서 완전히 사장시킬 뻔한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하지만 베르메르의 그림은 시간이 지난 뒤 우연히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가 베르메르가 어둠을 지나 빛의 세계로 나온 것이다.

베르메르 그림에 담겨있는 찬란한 빛은 전세계 갤러리들의 경탄과 찬사를 받았다. 베르메르의 그 빛은 화가 자신이 무수히 노력한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초기 베르메르는 구도나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노력하여 단점을 고치고 경지에 오르게 된다. 보는 이를 전율하게 만드는 <진주 귀고리 소녀>와 <편지를 쓰는 여인>은 이때 완성된 작품이었다.

베르메르의 <지리학자> <천문학자>, 기교가 아닌 절제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베르메르의 <지리학자> <천문학자>, 기교가 아닌 절제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 베르메르
그의 작품의 특징은 절제에 있다. 당시 화가들이 그림 속에 온갖 상징물을 집어넣어 기교를 뽐내었던데 반해 베르메르의 그림은 간결 그 자체일 뿐이었다. 책의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이에 비해 베르메르의 그림은 매우 간결하다. 등장인물도 우유를 따르는 여성 한 사람뿐이다. 베르메르의 그림에는 대부분 한 두 사람 정도만 등장하며, 그들은 모두 어떤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은 채 그저 화면 속에서 조용히 멈춰 있다. - 8페이지

당대 뛰어난 화가였음에도 그림 속에서 자신을 최대한 낮추었던 베르메르의 모습, 그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것은 어쩌면 이런 그의 겸손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베르메르는 그 절제와 간결의 그림으로 갤러리들의 빛이 되어간다. 그 아름다운 화가를 만날 수 있는 책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이다.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고바야시 요리코 외 지음, 최재혁 옮김, 돌베개(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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