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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 하늘 위의 열매
내장사 하늘 위의 열매 ⓒ 정기상
눈 오는 12월 28일의 내장사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삭풍에는 피부를 에이게 하는 아픔이 있었다.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서 있어도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바람의 단점은 보지 않고 좋은 점만을 취하게 되니, 고통은커녕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삭풍의 지혜.

삭풍은 무엇이라도 친구로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에이는 아픔이 있어도 그것을 행복의 자양분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삭풍의 맹위를 보면 두려워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칼바람이라 불릴 정도로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것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면 모든 어려움은 풀어지고 만다.

시련은 행복의 요소
시련은 행복의 요소 ⓒ 정기상
흔들리는 열매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내장사 산 능선에 우뚝 서 있는 아카시아 나무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 이파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화려하였던 여름날의 열정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세월에 삭은 노인의 주름살처럼 회백색으로 오롯이 서 있다. 그 가지 끝에 열매만을 달고 있는 채로.

서서 그 열매를 바라보고 있었다. 삭풍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잔털을 가진 열매들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언뜻 보았을 때에는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삭풍의 위력을 잘 알고 있으니,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추울까. 가여운 생각으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바람을 타고
바람을 타고 ⓒ 정기상
눈으로 바라보다가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되면 달라진다. 말초적인 시각으로는 표피의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지혜가 작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면 혜안이 눈을 뜬다. 볼 수 없었던 깊은 곳까지 볼 수 있게 된다. 보이지 않았던 내면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게 된다.

흔들리는 열매를 마음으로 바라보니, 다르게 보인다. 열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애달픈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열매의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열매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초록의 열정이 숨어 있고 햇살의 따뜻한 온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일의 희망이 듬뿍 담겨 있었다.

행복이란 열매
행복이란 열매 ⓒ 정기상
삭풍은 장애가 아니었다. 삭풍을 통해 세상을 사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열매에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행복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열매는 잘 알고 있었다. 행복은 늦추거나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을 충실히 채워가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음에 쌓이는 꿈
마음에 쌓이는 꿈 ⓒ 정기상
내장사의 아카시아 나무에 달려 있는 열매를 바라보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상선약수라고 하였던가. 삭풍의 지혜는 부드러움에 있다. 열매가 가지고 있는 행복의 비결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이다. 한정되어 있는 삶에서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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