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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신문사들은 히트상품을 소개할 때 따로 별지를 만들 정도로 공을 들인다. 그러나 지면을 들여다보면 성격상 기사인지 광고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대다수 신문사들은 히트상품을 소개할 때 따로 별지를 만들 정도로 공을 들인다. 그러나 지면을 들여다보면 성격상 기사인지 광고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 유동훈
신문사들의 '히트상품 선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신문사들은 1년에 두 차례씩, 소비자의 인기를 가장 많이 모은 제품을 분야별로 뽑는다. 마치 광고특집면처럼 별도의 지면을 할애해 상품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문제는 1년 동안 발표되는 히트상품 수는 신문사별로 약 70~270개에 이르는데 반해 정작 평가 기준을 제대로 소개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제품이나, 분양도 이뤄지지 않은 아파트가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한다.

히트상품 선정 기준 모호...아예 안 밝히는 신문사도

올해 히트상품을 선정한 신문사 중 선정 기준을 소개한 곳은 <한국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전자신문>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객관적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선정기준이 대부분이다. <한국일보>는 '서류심사와 품질의 우수성, 경쟁제품과의 비교우위, 매출고 및 매출신장률, 시장점유율, 마케팅 전략 등'을 선정기준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전자신문> 역시 '전문기자 추천 및 제품별 판매실적'이라는 추상적인 기준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 신문사는 하나 같이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선정이었음을 주장한다.

<한겨레>와 <한국경제>는 여론조사기관과 공동으로 히트상품을 선정했음을 밝히고 있다. <한겨레>는 에이닐슨코리아와 <한국경제>는 한국리서치와 함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고 여기에 전문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곁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두 신문사는 여론조사가 언제, 어떻게 이뤄졌는지만 밝힐 뿐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히트상품 소개에는 별도의 지면을 할애해 몇페이지에 걸쳐 정보를 내보내면서도 정작 소비자의 반응, 판매량 등 가장 기초적인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머지 신문사들의 경우 아예 히트상품 선정 기준과 절차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심사평 등을 통해 '상품의 특화전략, 차별화, 소비자 욕구'(서울신문), '외국유명제품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국민일보), '단순한 기능, 감성 디자인, 다른 제품과 연계된 혜택의 제공 여부'(문화일보) 등의 내용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선정 기준을 유추케 할 뿐이다.

ⓒ 유동훈
이렇다보니 매년 신문사들이 선정하는 히트상품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광고 수주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예로 선정 기준을 밝히지 않은 <매일경제>의 경우 상하반기 동안 거의 300개에 가까운 히트상품을 선정하고 하반기에는 이틀 동안 특집면(총 24P)을 통해 상품을 소개했다.

이는 신문사들이 히트상품, 광고대상 등 각종 상과 각종 특집면을 남발하는 것과 맞물려 의혹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물론 신문사들은 이를 부인한다. 히트상품 선정은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림으로써 해당 기업의 의욕을 북돋고 소비자들에게 상품 선택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취지라는 것이다.

"때되면 업체에 연락...오히려 수상 거절하는 곳도 있어"

그러나 실제 히트상품의 실무를 담당하는 신문사 광고국 담당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 신문사의 광고국 담당자는 "솔직히 누가 봐도 뻔한 것 아닌가. 히트상품 선정은 사실상 신문사의 광고 기여 여부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다른 신문사 광고 담당자 역시 "히트상품 시기만 되면 업체에 전화나 메일로 연락을 하는데 최근에는 히트상품 수상을 거절하는 곳도 많다"고 오히려 하소연을 했다. 결론은 히트상품 선정이 '광고 기여도'와 '광고 수주 가능성'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히트상품 선정이 비정상적인 모습을 띠면서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에 의해 상반기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건설 부분의 '천호동 예다인 노빌루스'는 분양은커녕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히트상품으로 뽑혔다. 당시 <세계일보>는 소개 기사에서 "완벽한 편의시설까지 갖춘 강동지역 최고의 아파트로 짓겠다"는 예다인 노빌루스 관계자의 말을 싣기도 했다. 소비자의 인기를 가장 많이 모은 제품을 뽑는다는 히트상품의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된 예다. 아파트를 분양하며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고 광고하는 사례는 이제 비일비재하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광고학)는 "이미 대다수 신문사들에 의해 고착화된 히트상품 선정은 광고 이외의 효과는 없다"며 "억지로 객관성, 공정성을 포장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히트상품 소개가 기사화 되는 것에 대해 "소개된 내용의 판단 근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는 글을 어떻게 기사라고 볼 수가 있는가. 히트상품 논란에 있어 편집, 제작 부분은 큰 문제인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히트상품의 진실?

지난 2003년, 경제뉴스는 믿을 것이 못된다는 내용의 서적이 출간돼 관심을 끌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사회부·경제부 기자로 14년여 동안 활동한 제정임씨가 쓴 <경제뉴스의 두 얼굴>(도서출판 개마고원)이라는 책이었는데 히트상품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언급했다.

저자는 "상당수의 신문들은 구체적인 심사기준도 명시하지 않고 몇 사람의 대학교수와 해당 업체 관계자들을 평가단으로 내세워 말로만 '공정한 절차'를 강조한다"며 제도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또 히트상품 관련 기사는 광고특집과 함께 경제부 기자들이 가장 꺼리는 일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히트상품 관련 기사를 쓸 때 제품의 기본적인 판매자료조차 없어 홍보 팜플렛의 내용을 발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신문들의 히트상품 선정 절차가 전반적으로 투명해질 때까지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혹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 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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