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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림당
눈 오는 섣달 그믐날 밤, 한 극장 앞에서 쓸쓸이 죽어간 성냥팔이 소녀. 소녀의 비극적 죽음을 동화로 만들어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잔잔히 울린 동화작가 안데르센. 이 둘은 닮았다. 덴마크 한 시골에서 갖바치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은 어려서 친구가 없는 외톨이였다.

요즘 세태로 빗대면 안데르센은 일찌감치 '왕따'였던 셈이다. 또래 친구들은 떠들썩하게 몰려다니는 것과는 달리 안데르센은 인형놀이나 인형 옷 만들기를 좋아했다. 또 혼자 생각에 잠겨 있거나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겨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극장을 다니면서 극작가의 꿈을 키웠다. 성인이 된 그는 갖은 고생 끝에 배우로 왕립극장 무대에 올랐지만 흥행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자신이 겪었던 따돌림과 가난, 그리고 재미나게 여겼던 인형놀이 등을 주제로 글을 써내려갔다.

@BRI@성냥팔이 소녀 이야기도 1829년 그가 실제로 목격한 것을 바탕으로 엮어낸 글이다. 비록 소녀는 쓸쓸이 얼어서 죽어갔지만 슬픔 속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는 것은 가난을 극복한 안데르센의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친구도 없이 외롭게 자라난 그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웃음, 때로는 진지한 고민을 던진 동화작가로 성장한 것은 단점을 장점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서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이 적잖다. 보리별이 지은 <행복한 위인동화>는 몸이 약한 대신 학문으로 성군이 된 세종대왕을 비롯해 겁쟁이 테무친, 실수투성이 에디슨, 가난뱅이 카네기, 몸이 불편한 호킹, 말이 어눌한 처칠, 몸이 뚱뚱한 마이라 칼라스 등 12명의 위인들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삶을 담았다.

훗날 광활한 대륙의 주인 칭기즈칸(왕중의 왕)이 되는 테무친이 개 때문에 겁쟁이 소리를 듣다가 가족을 위해 식량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기마민족인 몽골에서는 네 살 때 이미 홀로 말을 타고 달린다는 내용이 경이롭다. (초등학교 1~2학년용. 고현아 그림, 예림당, 147쪽, 8000원)

데스노트 같은 검정연필의 마법

ⓒ 창비
아이들이 학교에서 10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오는 게 대부분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학원이며 가정에서는 학습지 방문교사를 붙여 아이들을 볶아댄다.

수연이의 라이벌 바름이 역시 그런 엄마의 성황에 못 이겨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학습지 선생님을 맞이한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은쟁반에 옥구슬 목소리에 연예인 외모를 가진 일명 검정연필 선생님. 어느날 선생님은 바름이에게 검정연필 한자루를 꺼내 들면서 연필 속에 컴퓨터 칩이 내장돼 있다고 속삭인다. 바름이가 시험문제의 정답을 써야만 글씨가 써진다는 다소 황당하지만 왠지 구미가 당기는 연필이었다.

이윽고 시험날, 검정연필은 학습지 선생님 말대로 틀린 답에서는 써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동안 수연이도 검정연필을 사용하고 있었다. 결과는 100점. 엄마의 입은 귀에서 귀까지 찢어졌다. 검정연필의 마법 같은 에피소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데스 노트'처럼 스스로 문제를 내고 답에 동그라미를 치면 그렇게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검정연필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수연과 바름이의 알콩달콩한 우정과 엄마들의 자화상, 그리고 우리의 교육현실을 슬며시 들춰보는 풍자를 담았다. 이 책은 오줌싸개와 별무늬 이불 속에 사는 도깨비와 우정을 그린 <이불 속에서 크르륵>, 할머니와 손녀, 그리고 이들 사이를 맺어주는 도둑고양이 이야기 <할머니를 훔쳐간 고양이> 등 단편 3편으로 엮어졌다.

아동복지학을 전공한 작가의 다채로운 소재가 재미있다. (초등학교 1~4학년. 김리리 글, 한상언 그림, 창비, 143쪽, 8500원)

읽으면 침 고이는 발효식품 이야기

ⓒ 창비
<썩었다고? 아냐 아냐!>는 맛있게 썩는 음식 이야기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어쩌면 힘의 원천인 김치와 된장 등 발효음식에 대한 예찬을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풀어준 책이다.

바실루스 서브틸리스, 류코노스토크, 스트렙토코쿠스, 아세토박터, 페디오코쿠스, 사카로메케스….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 듯한 어려운 미생물 학명이 난독증을 유발하지만 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니 한결 쉽게 눈에 들어온다. 삽화가 주는 매력이다.

이들 미생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서서 자신들의 유용성을 뽐내며 다른 미생물과의 관계, 각 발효음식을 만드는 법 등을 소개한다. 가자미식해, 막걸리, 식초 만드는 공정을 보다보면 어느새 입안에 침이 한 줌 괸다.

새우젓을 소개할 때는 젓갈의 고장 강경을 배경으로 한다. 중국산 새우와 구별하는 방법까지 슬쩍 보여주는 대목에선 작가의 투철한 신토불이 정신을 엿볼 수 있어 흐뭇하다. 보태는 글에서 발효식품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옹기에 대한 소개를 빼놓지 않았다.

글을 쓴 벼릿줄은 강민경, 김란주, 김은채, 안순혜, 황복실 등 5명의 동화작가가 모여 만든 창작집단이다. (초등학교 3~4학년, 조위라 그림, 창비, 110쪽, 1만2000원)

행복한 위인동화 -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보리별 지음, 고현하 그림, 예림당(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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