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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일 텅빈 부림시장 C동 지하상가 내부
2006년 12월 2일 텅빈 부림시장 C동 지하상가 내부 ⓒ 장지은
올해 9월 24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행복시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경남 최초의 재래시장인 마산시 부림시장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부림시장의 C동 일부 공간을 새로운 미적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내·외부 간판정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행사가 끝난 후 약 두 달이 지난 12월 2일, 새롭게 태어난 부림시장 횟집골목을 찾아가 봤다.

화려하게 부활한 C동 골목은 필자가 쉽게 입구를 찾지 못할 만큼 어둡고 침침했을 뿐 아니라 다른 노점상에 의해 입구의 절반 이상이 가로막힌 상태였다. 지하골목으로 내려가는 계단 천장에는 털실로 만든 거미줄이 매달려 있고, 계단 양옆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었다. 습기를 먹어 눅눅한 계단은 횟집골목으로 내려가는 길이라기보다 지하창고로 내려가는 계단처럼 보였다.

지하상가에 내려서자 입구나 계단에서 받은 느낌과 달리 밝은 내부와 알록달록하게 그려진 벽면의 그림들, 아기자기하게 붙어있는 소품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계단 바로 아래의 벽에는 '행복시장 프로젝트'에 참가해 지하상가 내부를 꾸민 경남대 학생들과 거리미술제 회원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상가 벽면은 분홍색으로 칠한 벽에 이어붙인 천 조각, 입구 옆으로 늘어 세워진 대나무, 기둥에 붙은 계란 판, 커다란 10000원 권 지폐 등 갖가지 소품으로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는 웃는 표정의 종이인형들과 못쓰는 CD로 만든 기찻길이 매달려있었다. 셔터에는 어린왕자를 비롯해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여러 가지 과일 등이 그려져 있었지만 화려한 내부 장식이 무색할 만큼 셔터는 굳게 내려져있었다.

@BRI@내려진 셔터들만 즐비하게 늘어선 상가 내부는 밝은 조명과 갖가지 그림, 화사한 벽면이나 간판과 대조적으로 텅 비어 있었다. 필자가 찾아간 때는 주말 점심시간이었는데, 비어있는 상가 내부는 재래시장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막했다.

약 100m의 상가 양옆으로 늘어선 식당 중 실제로 영업하는 곳은 단 세 곳뿐이었다. 그나마 문이 열린 가게에도 손님은 한 명도 없는 실정이었다. 장사준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식당도 보였다.

상가 내부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쓰레기장 같던 상가골목이 깨끗해지긴 했지만 손님 수는 더 줄었다"며 상가 개조작업 후 문을 닫은 상점도 있다고 했다.

횟집 골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작품들에 불만을 품은 상인도 만날 수 있었다. 내부 작품들 중 식당과 관련된 작품은 거의 없으며, 두 개의 입구는 각각 거미줄과 캐주얼 차림의 마네킹이 차지하고 있었다. 동화적이고 예술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데 치중한 그림들은 상인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더군다나 상인들은 세금 뿐 아니라 번영회에 내는 관리비도 별개로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기에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필자가 머무는 몇 시간 동안 지하상가에는 한두 명의 손님만 내려왔을 뿐이었다. 1층으로 올라가 만난 손님의 대부분은 바로 옆에 있는 지하상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지하상가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1층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와 끝난 직후엔 TV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취재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었으나, 며칠뿐이었고 그 후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곳곳에 붙어있는 '행복시장'이라는 간판은 비어있는 상가내부와 대조적으로 화려한 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부림시장 지하상가는 시장골목이라기보다 하나의 예술거리 같았다.

'행복시장 프로젝트'는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돼 역효과를 불러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를 알리는 변변한 표지판조차 없는 C동 지하상가는 지속적인 관심과 홍보 부족으로 점차 기억에서 사라지는 공간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2006년 12월 2일 부림시장 C동 지하상가 내부
2006년 12월 2일 부림시장 C동 지하상가 내부 ⓒ 장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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