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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말 학교 인터뷰 기사 과제를 위해 할아버지의 가게(수원시 송죽동)를 찾았다. 얼마 전 할아버지가 취득한 자격증에 대해 기사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함께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무웅(61)씨, 즉 우리 할아버지는 지난 10월 27일 화물운송종사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몇 개월 전 내 동생이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을 본 할아버지가 당신께서도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을 찾던 중 화물운송종사 시험을 발견한 것.

"환갑을 넘기면서 삶이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그것을 바꿔보고 싶었다"는 할아버지는 "시험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시험에 합격하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고 하셨다. "시험 당일에 많이 떨렸는데 가족들이 아침부터 응원을 와줬다"며 가족들이 할아버지 옆에서 바라보고 있어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고 하셨다.

친척 언니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긴장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이야기했다. 할머니, 삼촌과 함께 할아버지 시험 장소 앞에서 기다린 친척 언니는 자신이 더 떨렸다고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시험을 끝내고 나오실 때 웃으시는 것을 보고 합격하실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며칠 뒤 합격증을 손에 얻은 할아버지와 식구들은 함께 외식을 했다. 할아버지는 식사 내내 "당연히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자격증을 들고 있으니 꿈만 같다"며 자격증을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지 않으셨다.

"원래 이 자격증을 손주 녀석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는데." 할아버지는 얼마 전 입대한 내 동생을 기다리고 계신다. "나한테 자격증을 따도록 자극을 준 손주 녀석이니만큼 '할아버지도 자격증 땄다'고 자랑하고 싶다"고 하셨다.

"사람들은 이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냐고 하지만 내게 인생의 활력을 가져다 준 소중한 보물이나 마찬가지"라고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젊은 사람들이야 요새 자격증 시대다 뭐다 해서 자격증 한두 개 있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이런 자격증 하나 있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할아버지는 자격증을 소중한 듯이 쓰다듬으셨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응시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험을 찾는 중이라고 하셨다. "이번 자격증 취득을 계기로 나도 아직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내가 응시할 수 있는 시험도 많이 없고 합격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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