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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례 단장.
전미례 단장.
[박윤수 기자] 재즈 무용가 전미례(48) 서울 전미례재즈무용단 단장을 만난 사람은 그의 강렬한 눈빛이 주는 카리스마에 압도당하고 화통한 성격과 자신감 있는 모습에 매료되고 만다.

80년대 초 재즈댄스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대중에게 정착되기까지, 그 과정의 한가운데 서 있던 전미례 단장. ‘밤무대용 댄스’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무용계 및 사회의 시선과 싸우며 재즈댄스를 알리기 위해 앞장서온 그가 재즈무용단을 창단한 지 20주년을 맞았다.

“재즈댄스를 시작하고 10년 정도 지나니까 비로소 ‘나만의 춤’이라는 게 가능해지더군요. 지금은 음악을 들으면 무대의상과 조명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춤동작이 절로 나오곤 해요.”

40대 중반 나이에도 그는 무대에서 여전히 주인공이다. 지난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패션아트홀에서 공연한 무용극 ‘터닝(Turning)’은 그의 재즈 인생 20년을 집대성한 공연. 재즈댄스에 스페인 전통 춤인 플라멩코를 접목시키고 음악과 조명, 의상과 드라마가 어우러져 한편의 영화처럼 만들어냈다.

@BRI@5년 만에 무대에 선 전 단장은 주인공 마리 역을 맡아 변하지 않은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을 열광시켰다. 그는 “‘터닝’은 정통 재즈댄스의 위상을 정립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터닝’은 ‘인생의 전환점’을 의미하는 말이에요. 제가 직접 붙인 제목이죠. 40년 이상 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그때까지 살아온 인생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삶의 경험과 철학이 담겨 있는 작품이에요.”

그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은 재즈댄스와의 만남이었다. 최승희의 수제자인 전황씨의 첫째 딸로 태어난 그는 6살 때부터 이매방 선생 밑에서 한국무용을 배웠다. 중학교에서 발레를, 고등학교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고, 한국무용으로 한양대에 입학한 후 대학 시절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대무용으로 진로를 바꿨다. 항상 새로운 춤에 목말라하던 그에게 재즈댄스를 소개한 외국 통신사의 뉴스가 새로운 세계로 다가왔다.

재즈댄스에 매료된 그는 한창 재즈댄스 붐이 일고 있던 일본으로 유학, 생활비를 아끼려고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재즈댄스를 배웠다. 어머니는 깡마른 그를 한참동안 알아보지 못하다가 우셨다고 회고하기도. 그밖에도 미국,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유럽 등 2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연수를 받고 86년 한국 최초의 재즈댄스 무용단인 ‘서울 전미례재즈무용단’과 전문 교습소인 ‘서울 전미례재즈댄스센터’를 만들었다.

플라멩코 독무를 추는 전미례 단장.
플라멩코 독무를 추는 전미례 단장.
그로부터 20년, 재즈댄스는 이제 일반인의 삶 속에 뿌리내렸다. 그러나 그는 “재즈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행복하지만 정통 재즈가 사라지고 방송댄스, 나이트댄스, 다이어트용 댄스로 전락한 부분은 아쉽다”고 토로한다.

그는 차세대 재즈댄스 지도자를 키워내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현재 스타 뮤지컬 배우인 남경읍·남경주 형제와 강효성씨 등에게 재즈댄스를 가르친 것도 전 단장이다. 89년 한양대를 시작으로 숙명여대, 명지대, 계명대, 한국종합예술학교, 경희대, 성균관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고 대학 무용과에 재즈댄스 과정을 포함시키는 데에도 앞장섰다.

현재 용인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해 5년간의 긴 공부 끝에 ‘국내 재즈 박사 1호’가 됐다. “무용인도 실기뿐 아니라 이론이 받쳐줘야 한다”고 믿는 그는 “제자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긴 안목을 갖고 자신에게 투자했으면 좋겠다”며 제2호, 제3호의 재즈박사가 나오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의 다음 계획은 작품 ‘터닝’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내년 3월부터 시작될 지방 순회공연을 준비 중이며 해외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스페인 춤 플라멩코는 그의 또 다른 무기. 그는 “플라멩코는 80대까지도 출 수 있는 춤이라 노후대책으로 공부했다”고 얘기하며 죽는 날까지 무용인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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