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안데르센 <눈의 여왕> 중에서
ⓒ 웅진주니어
"내가 가진 건 차가운 눈과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바람뿐, 그런데 너는 왜 내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한 거니?"

카이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어. 아니 대답할 수 없었어. 눈의 여왕이 다시 카이에게 물었어. "그런데 넌 왜 내 친구가 돼 주겠다고 한 거니?"

망설이던 카이가 마침내 대답했어. "사랑하니까, 널 사랑하니까." (KBS 드라마 <눈의 여왕> 中)


신데렐라가 된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

태웅(현빈 분)이 보라(성유리 분)에게 말합니다. 차가운 눈과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바람만이 그대에게 있더라도 사랑하니까, 널 사랑하니까, 너의 곁에 남아있겠다고. 그가 그녀에게 전한 수줍은 고백은 따뜻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얼음보다 시린 사랑을 녹일 것만 같습니다.

드라마 <눈의 여왕>의 이 대사, 기억하는 분 있나요? 상투적인 말이 넘쳐나는 드라마 대사치곤 참 좋습니다. 이 한 마디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드라마에 나온 이 아름다운 구절은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눈의 여왕> 드라마에서는 같은 이름의 동화가 내용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은 독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순간에 신데렐라가 되어버린 동화. 오래 전 운명한 안데르센은 자신의 작품이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이처럼 신데렐라가 되어 날아오를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동화 <눈의 여왕>은 이제 단순히 동화를 넘어, 사랑이란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옵니다. 사랑, 그것도 차가운 가슴을 따뜻하게 녹인 사랑으로 말입니다. 키릴 첼루슈킨이 그리고 김서정이 옮긴 그림책 <눈의 여왕> 속으로 들어가 보죠.

카이를 찾아 나선 게르다의 여정

@BRI@카이와 게르다는 이웃에 사는 친구였습니다. 둘은 오누이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카이가 이상하게 변해버립니다. 성격도 심술궂어지고 괴팍해진 것이지요.

그것은 하늘에서 내린 거울 파편 때문이었습니다. 그 파편은 악마가 만든 것이었지요. 그 파편이 눈에 들어가자 카이가 이상한 아이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그런 카이에게 운명적으로 눈의 여왕이 찾아옵니다.

"갑자기 썰매가 멎고, 큰 썰매에 타고 있던 사람이 내렸습니다. 눈부시게 하얗고 아름다운 모습, 바로 눈의 여왕이었어요."

카이의 눈에 비친 눈의 여왕은 이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고 우아해 보였습니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함 그 자체였죠. 그런 눈의 여왕의 키스를 받은 카이는 몸과 마음이 얼어붙었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눈의 여왕과 함께할 수 있다면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눈의 여왕은 그런 카이를 데리고 숲과 바다와 육지 위를 날아다녔지요. 눈의 여왕과 함께하는 카이는 모든 것을 잊어버립니다. 알던 사람, 살던 곳,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오직 눈의 여왕에게 눈이 멀고 맙니다.

"눈의 여왕이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처음에는 얼어붙을 듯 춥더니, 곧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여왕이 다시 입을 맞추자 카이는 게르다도, 할머니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얼어붙은 카이의 마음과는 다르게, 카이가 사라지자 슬퍼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카이와 어릴 적부터 친했던 게르다였습니다.

게르다는 처음에 카이가 강물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주변의 해와 제비가 카이가 죽은 것 같지 않다고 했고, 누군가가 카이가 눈의 여왕과 함께 사라졌다는 중요한 말을 전했지요. 그 사실을 안 게르다는 희망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카이를 반드시 찾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게르다의 긴 여정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카이를 구하기 위해 눈의 여왕을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그리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라플란드에 있는 눈의 여왕의 성에 도착합니다.

눈의 여왕의 성에서 카이를 찾은 게르다는 소리 높여 카이를 부르지만 카이는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얼어붙은 모습을 본 게르다는 슬픔에 젖어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요. 그런데 기적일까요? 게르다의 눈물이 카이의 심장에 파고들어 얼음 덩어리를 녹였고 작은 거울 파편도 씻어냈습니다.

"게르다와 카이는 손을 꼭 잡고 눈의 여왕의 성을 떠났습니다. 두 사람이 지나는 길마다 바람이 잠잠해지고 해님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제야 게르다를 알아본 카이는 반가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의 여왕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카이와 게르다는 '영원'이라는 가르침을 얻고 눈의 여왕의 왕국을 떠납니다.

<눈의 여왕>에서 가슴 따뜻한 사랑을 배우다

▲ 안데르센 <눈의 여왕> 중에서
ⓒ 웅진주니어
동화의 끝에서 생각해 봅니다. 카이와 게르다가 단지 동화 속 등장인물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카이는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뺏어가는 잔혹한 사랑, 게르다는 누군가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짝사랑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카이의 마음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이의 사랑은, 사랑의 열병은 모든 것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버렸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까지 눈의 여왕을 만나는 그 마음, 자신의 심장과 마음이 얼어붙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눈의 여왕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것은 사랑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카이의 마음이 사랑이라면 게르다의 마음은 짝사랑을 대변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눈과 마음이 멀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려가는 짝사랑,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의 차가운 가슴이 녹아내리길 바라는 마음이 게르다의 사랑이었지요.

사랑과 짝사랑. 하지만 동화에서 게르다의 따뜻한 짝사랑은 카이의 시린 사랑보다 아름다웠습니다. 눈의 여왕에 얼어붙은 카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냈으니까요.

아주 먼 곳에 존재해, 있는지 없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던 라플란드를 찾아가는 게르다의 긴 여정. 게르다가 무모해 보이지 않는 것은 이것이 단지 동화라서가 아닙니다. 동화를 넘어서는 사랑의 위대함 때문입니다. 얼어붙은 카이의 마음을 녹인 뜨거운 사랑 때문입니다.

눈의 여왕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키릴 첼루슈킨 그림, 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