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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를 지어 하늘을 나는 가오리연
ⓒ 최미화
펄럭이는 바바리코트의 옷깃을 여미고 쾌쾌한 겨울바람냄새를 맡으며 종종 걸음을 치던 사람들이,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에서 가오리떼를 보고 멈추어 선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싫어 굳었던 얼굴인지 찬바람에 얼었던 얼굴인지 회색 하늘빛과 같았던 그들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번진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연날리기요? 당연히 재미있죠!"

▲ 연날리기 재미에 푹빠진 학생들의 해맑은 미소
ⓒ 최미화
9일, 주말을 맞아 대전 정부청사 앞 광장에는 어린 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모여 있다. 청소년문화센터의 체험마당으로 연날리기 행사가 진행 중인 광장 한 켠에서는 아이들이 줄을 지어 서서 연과 실패를 받는다.

과연 요즘 아이들도 연날리기를 재미있어 할까 의문이 들어, 더 좋은 놀이감도 많을텐데 굳이 추운 날씨에 연날리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연을 날린 것인지, 코끝이 빨개진 김지훈(14)군은 도리어 나의 질문을 의아해 하며 "당연히 이게 더 재미있죠!"라며 웃는다.

매주 토요일마다 연을 날리러 광장으로 나온다는 남자 아이들의 연날리기 솜씨는 수준급이다. 연줄을 서로 닿게 하여 다른 사람의 연줄을 끊는 연싸움을 즐기고 있는 모습에서 '갬치 먹인다' 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낄 이 말은, 연싸움을 하는 사람이 연줄에 돌가루, 구리 가루, 사기 가루 등을 발라 다른 사람의 연줄이 잘 끊어지도록 할 때 쓰는 말이다.

다소 서툴지만 역시 연날리기에 한창인 중학교 여학생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서 연날리기가 비단 옛사람들의 놀이만은 아님을 새삼 느낀다.

옛 생각 나네요!

▲ 광장에서 연을 날리는 아버지와 아들
ⓒ 최미화
놀이감이 많은 요즘과는 달리 옛날에는 겨울철 놀이로 연날리기만한 것이 없었다. 대나무 가지를 가늘게 잘라 연살을 만든 다음 종이를 붙여 연을 만들어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가 연을 날리면, 짧은 겨울해가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른 채 하늘 높이 날고 있는 연을 우러러 보고 좋아하고 또 좋아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내 마음을 연에게 실어 더 높이, 더 멀리 날리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광장에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어린 아들에게 연을 날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이도 보이고, 하늘을 헤엄치는 가오리를 낚싯줄로 잡아당기듯 얼레질을 하는 이도 보인다.

실을 통해 팽팽히 느껴오는 그 촉감, 바람의 세기를 가늠하면서 상대의 연실을 잽싸게 끊을 때의 짜릿한 스릴, 이 재미에 남녀노소 구분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연날리기 비법 공개, 연날리기의 고수가 되어보자!

▲ 회색빛 하늘을 유유히 헤엄치는 가오리연
ⓒ 최미화
높고 시원하게 연을 날리는 사람을 보면, 마치 재롱 부리는 애완견을 잘 길들이는 것 같아 부러움이 앞서고, 바람에 천방지축 날뛰는 내 연이 못나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연날리기의 비법을 전수받아 고수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연날리기에 가장 적합한 풍속은 초속 5m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의 바람이 분다고 느껴지면 연을 들고 야외의 넓은 공간으로 나가보자.

잘 나는 연을 만드는 방법은 연체의 구조에 있다. 기본적으로 살이 제자리에 붙어 있어야 하고 곱사연으로 만들어야 한다. 곱사연이란, 연을 바닥에 놓았을 때, 방구멍 중앙 부분(4개의 살이 만나는 부분)의 높이(경상도 지방에서는 '고'라고 한다)가 지면에서 2-3cm정도 올라와 있는 연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납작한 연은 잘 날지 못한다.

만일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연을 날리기가 곤란할 때에는 고를 더 높여 굽은 정도가 더 큰 곱사연을 만들어야 한다. 곱사연은 납작연보다 연체에 닿는 바람이 적고 바람을 많이 흘려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강한 바람에도 잘 날 수 있다. 강한 바람에 대처하는 또 한가지 방법으로는 머릿줄을 윗귀에 한 번 더 감아 머리살을 더 휘게 하는 것이 있다. 이 정도만 알아도 주인말을 안 듣고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연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연을 날릴 때의 자세는 연과 날리는 사람의 앞가슴이 직선으로 맞보되 45°각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연실도 직선에 가깝도록 팽팽하게 되어야 날리는 사람이 연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가 있다.

얼레질(얼레를 이용하여 연을 조정하는 기술) 중에서 '튀김 준다'라는 말은 실을 감다가 얼레 손잡이를 옆구리에 탁 치면서 얼레의 머리 방향을 앞으로 내밀어 짧은 시간에 많은 줄을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연의 머리가 위로 향하고 있을 때 튀김을 주면 연의 머리가 좌, 우 또는 거꾸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연을 급선회시킬 때나 기술을 부릴 때 사용한다. 튀김줄은 연이 똑바로 섰을 때는 소용없고 연이 좌측이나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을 때 효과가 있다.

위로 서 있는 연을 높이 올리려고 할 때는 실을 감아 주면 되고, 위로 서 있는 연을 거꾸로 서게 하려면 연줄을 감다가 튀김을 주면 된다.

연실을 급히 감다가 튀김을 주거나 연이 거꾸로 향할 때 감으면 곤두박질 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연싸움을 할 때 상대편의 연이 바람을 잘 타고 떠서 정지해 있을 때 될 수 있는 한 내 연실을 재빨리 풀어주면 상대편 연실 위에 자기의 연줄을 올려 걸 수 있다. 이때 실을 빨리 풀어주면 상대편의 연줄을 끊을 수 있게 된다. 상대편의 연이 머리를 돌려서 자기 쪽으로 물러갈 때 거는 것은 위쪽이나 아래쪽이나 마찬가지로 불리하다. 연이 서로 얽혀서 약 500m 이상 풀어주었다고 생각되면, 될 수 있는 한 연실이 땅에 닿지 않도록 조금씩 풀어서 조종한다.

주말에 뭐 했어? 나 연날리기 했어!

▲ 나뭇가지에 걸려버린 연과 하늘 높은 곳을 시원하게 나는 연
ⓒ 최미화
주말, 춥다고 움츠리지만 말고, 아이의 손을 이끌고 가까운 동네 운동장이라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와 함께 연을 만드는 일도, 함께 연날리기를 하는 것도 새롭고 즐거운 놀이가 될 것이다.

'겨울바람이 싫다고 툴툴거리던 사람 마음이 이리도 변덕스러운 것일까.'

연날리기를 하는 동안은 겨울바람이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의 모습에 너털웃음이 나올 것이다.

겨울바람, 이기지 못할 거라면 즐기는 것이 마음 편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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