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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탄신도시 입주자들이 경실련이 밝힌 건설사 부당폭리에 조직적으로 맞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오후 동탄신도시내 시범단지에서 열린 입주자들의 항의시위.
ⓒ 오마이뉴스 김영균

화성 동탄신도시 입주민들이 한 겨울 거리로 나섰다. 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29개 건설사의 부당 폭리 규모가 1조2229억원에 달한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발표에 분노해 조직적 항의에 나선 것.

9일 오후 동탄신도시 입주민들은 각 단지별로 고분양가 의혹과 관련한 첫 옥외집회를 열고 한국토지공사와 건설사의 해명을 요구했다. 입주민들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집단 상경시위도 연다는 계획이어서 마찰이 빚어질 전망이다.

'월드메르디앙 반도보라빌 아파트 입주자 동호회'는 이날 오후 2시께 동탄신도시 내 시범단지 앞에서 3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경실련 주장대로 건설사가 폭리를 취했다면 입주민에게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평당 건축비를 449만원으로 책정한 월드건설과 반도건설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6일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동탄 신도시의 택지비를 약 3000억원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으며, 14일 최영근 화성시장과 건설사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매입원가에 취득·등록세, 금융비용이 더 들어가 실제 매입원가가 늘어났다"고 반박했다.

"부당폭리 취해놓고도 돈 더 내라니"

@BRI@이번 집회에서 입주민들은 "동탄에서 최저가 건축비를 신고한 5개 업체의 평균가 284만원에 비춰보면, 월드메르디앙 반도보라빌 아파트의 부당폭리 의혹 금액은 69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화성시장이 공개한 동탄신도시 전체아파트 평균 건축비 335만원으로 계산해도 부당폭리 의혹 금액은 602억원이나 되는 거액"이라고 지적했다.

'월드-반도 입주자동호회'는 "동탄신도시 입주자 연합회, 각 단지 입주자동호회, 경실련 등과 연대해 반드시 분양가 폭리분 반환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입주민들은 건설사가 부당폭리를 취하면서도 과당·허위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광호(39·수원)씨는 "아파트 입지도 좋고 건설사가 중견기업으로 이미지도 좋아 청약 신청했는데 이렇게 허접하게 지을 줄 몰랐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건설사가 특화하기로 한 사업을 건의하면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한다"며 "부당폭리를 취하고도 돈을 더 내라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따졌다.

김종두(35·수원)씨는 건설사가 인·허가 된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아 피해를 주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씨는 "두 건설사가 아파트 우수관(빗물 등 지상에 고인 물을 빼기 위하여 설치한 관)을 시공하면서도 설계도와 각각 다르게 해 놓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4평형 아파트 화단에 가면 우수관이 불쑥 튀어나와 있는데 도대체 무엇에 쓰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월드-반도 입주자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상진(42)씨도 "건설사가 수경시설 120m와 지상생태연결통로 건설, 아파트 주출입구 특화를 약속해놓고도 바꿔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경시설이 30m로 줄어들고, 생태연결통로는 지하로 들어갔으며 주출입구도 1층으로 초라하게 변했다"며 "입주민들과의 약속은 무시하고 건설사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지는 입주민 항의시위... 조직화될 움직임

동탄 월드메르디앙 반도보라빌 입주예정 주민들이 건설사의 과당광고를 규탄하는 대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조씨를 비롯한 동호회원들은 이날 집회 이후에도 건설사의 해명이 없을 경우 해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씨는 "건설사의 대응을 지켜본 뒤 2차 집회를 열고, 여의치 않으면 서울 본사로 찾아가 상경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월드-반도 입주자동호회' 뿐 아니라 동탄신도시 각 단지 동호회원들도 잇따라 항의시위를 열 계획이다. 9일 오전에는 '신도브래뉴 입주자동호회'도 건설사의 부당폭리를 규탄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오는 12일에는 롯데캐슬 입주자동호회가 항의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동탄 2만5000여 세대 입주자 대표단체인 '동탄신도시 입주자연합회'도 각 단지별 항의시위를 조직적으로 묶을 준비를 하고 있어 파문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탄 입주자연합회 남기성(40) 회장은 "현재 동탄 36개 단지가 개별적으로 항의집회를 열고 있는데, 연합회 차원에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회장은 "이미 한국토지공사 앞에 집회신고를 1개월간 해 놓은 상태"라며 "12월말 토지공사 앞에서 동탄신도시 입주자 전체가 참가하는 항의시위를 열겠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설계도면과 시공 현장이 다르다며 재시공을 요구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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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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