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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비판기사가 사라진데 대한 박민 전북민언련 국장의 비판 글.
부동산 비판기사가 사라진데 대한 박민 전북민언련 국장의 비판 글. ⓒ 열린전북 홈페이지
박민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이 <열린전북> 11월호에 기고한 '사라진 기사 ‒ 엿 바꿔먹다?'란 글은 대표적 사례를 지적한 내용이 담겼다. 기사와 엿을 바꿔먹는 일이 지금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고발한 글이다.

애써 취재한 기사가 경영상의 목적으로 또 다른 이유로 활자화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를 적시해 눈길을 끈다. 그는 전북지역 일간지들이 지난 10월 17일부터 한 중앙업체가 지역에 아파트를 짓고 평당 분양가를 최고 천만원대에 육박한 공급가를 제시함으로써 지역 아파트분양가 상승 부채질과 함께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기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BRI@초기 지역언론의 보도는 "사업주체인 KT&G와 시공사인 SK 건설이 상호이익 추구를 위한 턴키방식을 도입한데다 도로 및 공원 조성후 기부채납을 이유로 분양가격 상승요인을 주장하고 있지만 당초 15층에서 18층으로 층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할 경우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것.

심지어 1면 머리기사와 사설에서는 '널뛰기 분양가 말썽' 또는 '전주 SK아파트 평당 10만원 인하 움직임 생색내기용 파문확산' 등의 제목과 함께 시민사회단체들의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한다.

문제는 언젠가부터 기사가 사라지고 광고가 대신 자리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찌된 일인지 그 다음부터는 관련기사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며 "3일 동안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보도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후속보도를 할만도 하지만 어찌된 게 아무런 후속보도가 없다가 경제면 중하단 2단 단신으로 '전주시, 태평동 'SK View' 아파트 모집공고 승인'이라는 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는 것.

박 국장은 "공급업체가 평당 10만원 인하방침을 밝혔을 때, 생색내기라며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서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처럼 보도하던 신문들이, 불과 14만원에 침묵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고 밝혔다.

광고 앞에선 백약이 무효

해답은 10월 20일자 신문에서 찾아졌다는 것. 지역신문에게 그리 흔하지 않은 전면광고가 이들 신문들에 안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후속기사를 '엿'과 바꾼 것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엿'을 기대했던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열악한 경영환경의 지역신문 처지에서 그나마 '돈 되는' 건설업체 광고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지역신문들의 지면을 살피다보면, 이런 전면광고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하기 때문에 뻔히 어려운 줄 알면서도 매번 이를 딴지걸고 나서는 것은 그 대가가 문제되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돈 좀 되는' 광고에 팔아버린 지역언론의 양심이 부메랑 되어 지역민들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에 소위 '돈 좀 되는' 광고를 낼 수 있는 집단이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광고 목적 자체가 특정되어 있는 점과 관련 된다"고 못 박았다.

지역에 커다란 이슈가 생길 때 별도의 광고주가 등장하기도 한다고 박 국장은 다시 주장했다. "새만금사업이 한창일 때, 방폐장문제가 시끄러울 때 그리고 최근 군산에서의 직도문제가 현안이 될 때 지금껏 한 번도 관심 기울이지 않았던 지역신문에 어찌된 일인지 농업기반공사와 한수원 그리고 국방부가 아낌없이 광고비를 지불했다고"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다. 지역신문사들의 전면광고는 늘 의심받기 일쑤다. 부동산 특집기사나 날카로운 비판기사가 사라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언론의 자존심, 이야말로 지역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하지만 광고 앞에서는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개발사업 선전, 그럴 만한 이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지난 9월 지역 언론단체에 의해 도마에 올려졌다. 광주전남민언련은 '광주의 경제는 수완지구 뿐인가?'란 논평에서 "한국토지개발공사가 광주전남지역의 최대 규모의 택지개발사업으로 광산구 수완동에 건설되고 있는 수완택지지구는 지난 8월부터 지역 일간지 대부분경제면에서 다뤄졌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연일 광고도 함께 나간 것이 예리한 매체비평의 시선을 피하진 못했다. 이러한 지역일간지들의 과도한 수완지구 띄우기 기사는 그동안 환경시민단체 등이 수완택지지구의 반환경적인 실상을 지적한 것을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을 샀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6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문제제기한 악취, 대기오염, 소음 등에 관한 문제점과 건설과정에서 종말처리방식을 지향할 경우 광주천과 같이 건천화 될 것이라는 문제점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엄청난 물량의 광고와 기사를 통해 수완지구를 선전하는 역할만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민언련은 혹평을 가했다.

'동시분양, 수완지구 과연 뜰까', '이곳에 살면 나도 예술가', '수완지구가 보인다', '우리아파트로 오세요. 수완지구 톡톡 튀는 분양전쟁' 등의 제목의 기사를 8월과 9월 사이에 사진과 함께 집중 보도함으로써 수완지구에 들어설 아파트들을 자세히 소개했다는 것인데, 더 큰 문제는 지역일간지 대부분이 수완지구를 앞 다투어 보도하면서 광주의 경제는 '수완지구'뿐 인양 경제면을 채웠다는 것이다.

"광고유치를 위해 뉴스가치를 과대포장하고, 지면을 명품을 강조한 소비 지향적 광고와 홍보성 기사로 도배하며, 친환경을 표방하면서도 수완지구에 대두되고 있는 반환경적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의 눈을 가렸다"는 주장이 뼈아프다.

너무 기특한 아파트 분양기사

<평화뉴스>는 광고인지 기사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지역신문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평화뉴스>는 광고인지 기사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지역신문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 평화뉴스 캡쳐화면
이런 사례는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있었다. 지역 인터넷신문이 나서서 호된 비판을 가했다. 지난 9월 22일 <평화뉴스>는 '내겐 너무 기특한 아파트?'란 기사에서 각종 개발과 부동산 문제를 편향되거나 왜곡해서 다루는 지역신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부동산기사에는 어떠한 비판도 없다"는 <평화뉴스> 비판기사는 "굵은 제목까지 특정업체를 거론하며 독자의 눈길을 끌어당겼다"고 했다. "혹 '전면광고'가 아닌가 싶어 지면을 다시 봤지만 '부동산' 기사였다"며 "지역신문이 건설업체 광고에 의존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힐난했다.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기 힘들만큼 띄워줘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이 기사는 "이렇게 광고와 연계된 '띄워 주기식' 기사라도 독자들은 지역언론 보도에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광고를 싣는 업체의 기사요청이 있더라도 언론 스스로 조금의 잣대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광고효과의 측정이 판매량으로 단순히 평가되기보다는 광고접촉, 광고메시지의 인식 및 회상, 광고메시지의 이해와 설득의 정도 그리고 태도변화 등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광고주나 제작자들은 자신의 광고에 다소 과장되거나 거짓된 정보를 넣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허위광고나 기만광고가 대표적 케이스다.

조타수, 파수견 무디게 하는 광고

광고 때문에 기사와 사설이 다르게 나가고 심지어 텔레비전 시청률 조작의혹 파문이 일거나 간접광고 협찬비리의혹이 올 한해도 언론계 내부에서 발생했다. 광고시장에서의 수주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때문이다.

제일기획사 등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광고비(7조539억원)가 2004년(6조8401억원)에 비해 3.1% 증가했다고 하지만 지난해 신문 광고비는 1조6724억원으로 2004년에 비해 4.1% 감소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이어 TV가 3.8% 감소한 2조1492억원을 기록했다. 잡지와 라디오는 각각 2.6%, 1.1% 증가했지만 4대 매체의 지난해 광고비는 전년도 대비 3.1% 감소했다.

전통적인 매체인 신문과 방송의 광고비 하락과 달리 인터넷·케이블TV 등 뉴미디어의 광고비는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5669억원의 광고비를 기록한 온라인은 2004년에 비해 44.4% 증가했고, 케이블TV(4869억원) 역시 21.7% 증가하는 등 뉴미디어의 총 광고비는 2004년에 비해 33.2%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신문사 수입이 대개 광고수입 80%와 판매수입 20% 내외로, 구독료의 비중이 작기 때문에 광고수주전은 날로 치열할 전망이다. 더구나 국내 신문시장이 독점 또는 과점 상태에 이른 가운데 과점신문들이 여론을 독점하거나 광고주인 재벌과 대기업의 입장에 편중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타수(操舵手)'나 '파수견(把守犬)' 역할을 무디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독자가 신문이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광고가 아니라 내용, 즉 신문에 담겨 있는 정보와 의견 때문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실천이 어렵다. 특히 경영악화에 시달여온 지역 언론사들의 광고딜레마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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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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