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커닝이요? 안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취급 받아요"

대학생 고아무개(21·중어중국 05학번)씨는 최근 기말고사를 맞아 또 다시 찾아온 '커닝문화'때문에 곤란하다고 하소연한다.

전국의 대학이 기말고사를 맞아 또 다시 시끄럽다. 시험을 위해 커닝, 대리시험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기 때문이다.

돈 줄 테니 대신 시험을 봐달라?

▲ 한 대학교 게시판에 '계절수업 들어 주시면 60만원 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 이진선
"계절 학기 수업 들어주시면 기본으로 40만원 드리고요, 성적이 A면 20만원 더 드립니다."

서울의 A학교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한 학생의 글이 물의를 빚고 있다. 돈을 줄 테니 계절 학기 수업을 대신 출석하고 시험까지 봐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 당당히 이름과 연락처까지 남겼다.

@BRI@이 글에 대해 "정말 돈으로 학점을 사시는 군요. 말세입니다"라는 의견에서부터 "백 만원 이상이면 합니다. A는 무난히 받아드리죠"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대리시험을 본 경우가 있다. 이 대학에 다니는 이아무개(21·사회대 05학번)씨는 지난 학기 친구 김아무개씨로부터 대리시험을 부탁 받았다. 경제학 과목에서 성적 B를 받았던 김씨는 더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경제학을 잘하는 이씨한테 돈을 줄 테니 대신 시험을 봐달라고 요구한 것.

"그 친구가 시험을 대신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5만원 준다고 했는데 거기에 평균보다 높으면 5만원 추가, 10점 이상 높으면 10만원을 추가로 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시험을 대신 쳤고 성적이 좋게 나와서 결국 20만원을 벌었죠."

시험 볼 때 신분을 확인하지 않는 수업의 특성상 대리시험이 가능했던 것이다. 대리시험을 본 이씨는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았어요. 단순히 알바 한 느낌 정도였어요"라고 말했다.

커닝은 귀여운 수준?

▲ 한 대학교에서 커닝에 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전국대학생명예선언운동본부
지난 4월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kr)에서는 대학생 6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커닝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라는 물음에 55.6%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커닝이 대학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수치다.

현재 기말고사 기간을 맞은 대학에서도 커닝에 관한 얘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학생 이아무개(21·독문 05학번)씨는 "대학에서 커닝은 '귀여운 수준'이라 생각한다"면서 "사회를 보면 훨씬 더 나쁜 짓도 많은데 커닝 정도는 별거 아니지 않나요?"라고 반문한다.

반면 대학생 박아무개(23·신문방송 03학번)씨는 커닝을 지켜보면서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보통 시험 때 친구들이 교수님이 계시는데도 대놓고 커닝을 해요. 교수님들도 눈감아주시죠. 어떤 친구는 시험지에다 답을 쓰고 그것을 다시 뒤에 앉은 친구한테 돌리고요. 어떤 친구는 공부할 시간에 커닝페이퍼를 만들어요. "

또한 박씨는 이런 친구들의 모습에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한다.

"서술형 시험이 아닌 경우에는 커닝을 하고 성적을 더 잘 받으니까 다들 커닝을 하는 분위기에요. 안 하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요즘 대학생들 왜 대학에 다니나 싶다니까요."

대부분의 대학교들 시험을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한다. 감독을 엄격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커닝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책상에 답을 적어놓거나 커닝 페이퍼를 축소시켜 사용한다. 최근에는 PDA폰을 이용하는 등 그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양심이요? 학점 위해 어쩔 수 없죠"

▲ 대학생 커닝을 추방하기 위한 홍보 포스터
ⓒ 이진선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커닝, 대리시험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커닝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질문에 '있다'라고 대답한 55.6%의 학생들 가운데 커닝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학점에 대한 부담 때문에' (36.4%), '다른 사람도 다하는데 안 하면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서'(30.1%)라고 답했다.

학점은 곧 취업에 직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 커닝, 대리시험 등을 이용. 또한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돈으로 지불하는 등 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아무개(22·일본 04학번)씨는 "커닝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학점을 잘 받으면 취업 할 때나 교환학생을 지원할 때 유리하기 때문에 커닝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기가 힘들어요"라고 고백했다.

지난해 대학생들의 '커닝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국대학생컨닝추방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올해부터는 '전국대학생명예선언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시험기간마다 대학교에서 '컨닝하지 맙시다'라는 구호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국대학생명예선언운동'의 최성욱 간사는 커닝문화가 만연되어 있는 대학사회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현재 대학은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직과 정의보다는 부정한 편법을 통한 성공주의에 빠져있다. 커닝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그렇게 방치하는 인식과 제도, 사회적인 문제이다. 대학생의 '시민의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진선,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