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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책 겉그림 ⓒ yes24
지금은 중년이 되었지만 내게도 청소년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참 어설펐다. 뭐든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했지만 서툴기 그지없었다. 친구들과 밤늦게 공부하는 것도 열심이었다. 자취까지 하면서 열심을 냈으니 누가 말렸겠는가. 그렇다고 뾰족한 능력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게 그런 바람들을 탔으니까.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도 다르지 않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친구들은 서너 명씩은 바꿔가며 사귄 것 같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명 정도 바꿨으니까. 뭐랄까? 깊이 있는 만남보다는 가벼운 만남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붙잡히기 보다는 슬그머니 빠져나올 수 있는 그런 격이었다.

옷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몸에 착 달라붙는 옷만을 샀다. 청바지도 그렇고 스웨터도 그랬고, 위아래 할 것 없이 다 그랬다. 볼륨이 있어야 또래 세계에서 주눅 들지 않았고, 여학생들도 대단히 높게 샀던 까닭이다. 가끔 펑퍼짐한 옷을 입는 녀석들이 있긴 했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임태희가 쓴〈옷이 나를 입는다〉는 지극히 청소년의 시선에 의해 쓰인 책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학생들이 요즈음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마음들을 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다람쥐 채 바퀴 도는 것처럼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해야 하고, 그것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되풀이 된다. 가끔 시험 때나 돼서야 한 숨 숨을 돌릴 수 있을 뿐 나머지 생활은 온통 공부에 치여 산다.

@BRI@그들에게 즐겁고 유쾌한 날은 언제일까? 그것은 곧 친구들과 만나는 날이다. 고된 시험이 끝나고, 음식점이든 쇼핑점이든 친구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달리 장소를 두고 만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책에서는 옷을 사는 쇼핑 장소에서 만난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닌 다섯 명이나 되는 친구들이다.

그들의 성격도 다 제각각이다. 어디를 가나 보스 기질이 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딴전을 피우는 친구도 있고, 또 둘이서만 재미있게 이야기는 친구도 있다. 그렇듯 따로 국밥처럼 놀긴 하지만 옷을 사는데서 만은 하나가 된다. 본 목적에서 비껴갈 배짱은 누구도 없는 것이다.

"옷을 보니까 가슴이 벅찼다. 쇼핑하는 내내 그럴 것이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쇼핑은 분명 심폐지구력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다. 인내심 함양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헬스 기구이기도 하고."(45쪽)

흔히 옷을 살 때 어른들이야 제 격식을 갖추기 위해서 산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다르다. 오로지 패션 때문에 사는 녀석들이 많다. 몸에 옷을 맞추기보다는 옷에 몸을 맞추는 격이다. 그만큼 자기 개성을 옷으로 표현하고픈 마음이 크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무언가 튀어 보고픈 친구들이 그렇게 한다. 그 때문에 교복을 벗어던지면 곧장 자기 패션을 온 세상에 휘날리고 다니지 않던가. 그들이 학생인지 아닌지조차 분간키 힘든 것은 다 그 때문이다. 더욱이 온 세상에 그들이 옷을 휘날리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른바 일탈의 해방이 그것이다. 온갖 제도권 속에 갇혀 있는 답답한 마음을 그렇게 분출하곤 한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으면,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왜 그런 옷을 입으려 하는지, 옷을 통해 어떤 심리를 갖고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진정 옛 세대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니, 그것은 결코 온화하고 부드러운 의상이 아닌 전혀 새롭고 파격적인 의상을 대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임태희 지음, 바람의아이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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