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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명인을 위한 협주곡의 밤 이틀 연주를 모두 마치고 무대 위에서 협연자들과 포즈를 취한 황병기 예술감독과 김만석 지휘자
ⓒ 김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2일과 3일 열린 <차세대 명인을 위한 협주곡의 밤>에 선 어린 협연자들의 연주가 끝난 후 극장로비는 북새통이었다. 하루 여섯 명의 협연자가 무대에 서 이틀 간 총 12명의 어린 독주자들의 연주를 마친 3일 저녁의 풍경은 국악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슴 뜨거운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황병기 예술감독 또한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 연신 웃고 있었다. 황병기 선생의 그런 모습도 참 흔치 않은 일인데 자신의 걸어온 수십 년의 세월을 반추하는 것인지 눈가에는 미소와 함께 물기도 비치는 듯도 했다.

@BRI@"국악이 많이 젊어졌어요. 국악이 젊어진다는 것은 어린 세대에 이미 명인이, 서양식으로 말하자면 스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죠. 예년보다 지원자가 많았고, 뽑아놓고 보니 출신학교가 고루 나눠졌던데 이것도 의미 있죠. 한마디로 말해서, 미래 국악의 상서로운 조짐을 봤습니다”라고 한다.

황병기 선생은 말도 느리지만 그 미소는 더 느리다. 해서 마치 웃음에도 그의 음악 침향무처럼 여운이 긴데 어린 국악도들에 대해서 소감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그 미소가 평소보다 배는 길어진 듯 했다.

청중입장에서 협연은 독주악기와 관현악을 한번에 두 가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우리악기는 독주악기적 품성이 강하고, 민속악의 산조라는 개성 짙은 음악이 존재하기 때문에 협주곡 형식은 국악관현악에서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독주자의 기량이다. 독주와 관현악이 함께 해서 청중에게 두 가지 맛을 선사하는 협주곡의 장점은 거꾸로 독이 되기도 한다. 대체로 독주자에게 요구되는 몇 가지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협연의 형식의 가장 비효율적인 낭비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지휘자가 있다고 해도 음악의 중심은 독주자에 많이 쏠려있기에 독주자의 기량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42회 정기연주로 열린 이번 협주곡의 밤에 선 12명의 독주자들의 기량은 매우 뛰어났다. 게다가 중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폭넓은 분포를 보였는데, 특히 중고등학생이 절반에 가까운 다섯 곡을 협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악단에서 의도를 가지고 선발한 것이 아니라 오디션 결과라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국내 최고 악단의 하나인 국립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무대에 선다는 것은 독주연주자라면 좋은 기회이자, 꿈의 무대이다. 최고의 전문악단과의 협연은 향후 미래 국악을 끌어갈 동량들에게는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와 자부심을 심어줄 것이다. 물론 기라성 같은 국립단원들을 등지고 홀로 독주자로 서는 심정은 단지 좋을 수는 없다. 그 부담은 무대에 직접 서는 어린 독주자들 아니고서는 모를 일이다.

실제로 연습 때보다 조금은 아쉬운 연주를 한 것은 그런 까닭이니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협연자들이 좀 더 관현악단과 충분히 연습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줄일 수 있는 문제였다. 아쉽게도 학생들이 관현악단과 직접 만나 연습을 시작한 것은 음악회를 1주일 남긴 때부터. 한 명에 3번 정도의 연습시간이 주어졌다.

▲ 비록 경쟁의 장은 아니였지만 이틀 간 연주를 지켜본 청중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심어준 협연자는 고3 이은지 양의 아쟁산조였다.
ⓒ 국립극장

보통 음악회의 관행보다도 오히려 적은 연습회수이다. 향후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좀 더 애정을 쏟아 앞으로 해결할 것이다. 그러나 직업 연주자거나 아주 예민한 귀를 가진 청중이 아니라면 그런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진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알았다 해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풀어내는 선율에 그저 대견하고 감탄할 따름이지 인심 사납게 따지고 나설 청중은 없었을 것이다.

대학(원)생은 이미 성년의 대열에 들어섰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이틀의 연주에서 거둔 커다란 수확은 중.고등학생의 뛰어난 연주기량이었다. 첫날 첫 번째로 등장하는 부담을 안고서도 훌륭한 연주를 보인 이은지(아쟁), 성휘경(대금)이, 이틀째에도 역시 첫무대를 장식한 중학생 배현희(거문고), 문아영(대금) 그리고 사물놀이팀 전대진, 임종현, 박다열, 한춘진 등이 무대에 섰다.

그외 대학생과 대학원생들로 박수정(옥류금), 성연영(해금), 조영재(가야금), 이영훈(장새납), 차성은(소금), 민소연(가야금), 김현채(가야금) 등 일곱 명은 지금 당장이라도 독주무대에 세워도 손색이 없는 솜씨를 보였다.

중고등학생들은 아직 창작국악곡을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는 까닭에 산조곡을 연주했고, 대학생 이상의 협연자들은 가야금 협주곡으로 유명한 소나무(미끼 미노루 작곡. 민소연 연주) 등을 연주했다. 12명의 독주자 중에서도 첫날 아쟁산조를 연주한 이은지가 특히 눈에 띄었는데, 자신의 연주를 끝내고 이튿날도 국립극장을 찾아 동료, 선배들의 연주를 지켜보았다.

전라북도 전주 출신의 이은지는 국립국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진학예정으로 어린 학생이 아쟁의 진계면을 좋아하고 소화한다는 것이 무척 이채로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쟁을 가까이한 이은지 양의 연주를 지켜본 국악연주가들은 ‘무슨 애가 저렇게 산조를 잘 타나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어린 학생들과 더불어 이틀간 연주를 끝낸 지휘자 김만석은 “많지 않은 연습에도 불구하고 연주를 잘해주어 고맙고 대견하다. 특히 아쟁, 거문고, 대금을 연주한 중고등학생들에게 나 자신도 놀라고 있다. 다만 협연이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아 실제 연주에서는 제 기량을 다 보이지 못한 것 같아 지휘자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번 연주를 통해 아이들은 분명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음악적 경험을 쌓았을 것이라 믿는다”고 연주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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