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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농민회 문건동회장 등 농민들이 22일째 한미FTA 반대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서산시농민회 문건동회장 등 농민들이 22일째 한미FTA 반대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 안서순
“주말이면 내려와 승용차 트렁크에 쌀가마, 말린 고추, 마늘, 심지어 된장과 고추장, 김장김치까지 시골집에서 가져다 먹는 농촌출신 서울 사람들도 정작 농촌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알지 못합니다”

지난달14일부터 시작해 4일로 22일째, 서산시청 앞 공원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한,미FTA 저지 식량주권 사수 서산농민회 천막농성장’ 비닐천막을 지키고 있는 서산시 농민회의 문건동 회장은 서울 등 대도시 사람들은 물론 서산시 같은 소도시에 사는 사람들까지 이 농성을 별다른 생각없이 바라보는데 대해 어이없어 했다.

그들은 20일 넘게 지역농민들이 눈바람을 맞아가며 풍찬노숙을 하는데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서산시와 서산시의회가 못 마땅해 3일 오후 일요일을 맞아 당직공무원만 있는 틈을 타 전격적으로 청사 앞에 볏가마를 쌓아놓고 트렉터를 정문옆에 비켜 세워놓았다.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데 대한 섭섭함을 표시하는 시위다.

@BRI@서산시와 시의회에 의견서를 10여일전에 보냈지만 아직 이렇다할 회신조차 없다. 문 회장은 도회지에 사는 농촌출신 사람들 마저 부모에게 효도한답시고 “어려운 일 하지 마시고 그저 갖고나 계세요”하는 말 뒤에는 농토를 부동산 개념으로밖에 보지 않는 기가 차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올해부터 추곡수매도 없어지고 비료,농약 보조금도 덩달아 없어지는데 비해 농자재대는 100% 가깝게 올라 이미 손익계산을 하기 어렵다"며 "이런 구조대로라면 그대로 두어도 농촌은 10년이 못가서 무너질 판인데, 한미FTA가 체결되면 훨씬 앞당겨서 우리 쌀생산기반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홍성표씨(서산시 대산읍 대로리)는 “지금 우리가 자급할 수 있는 쌀을 갖고 있으니까 저들이(미국) 우리쌀보다 싸게 들여온다는 것이지 우리의 식량기반이 무너지고 나면 그땐 지금과는 상황이 전혀 다른 식량 무기화로 나올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도회지 사람들 대부분이 한미FTA가 체결되면 값싼 미국 공산품과 쌀 등을 사먹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밀가루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쌀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며 "쌀은 주식으로서 기호품으로 먹는 밀가루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회장은 "정부에서 농촌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전업농(전국 7만농가)’으로 이는 농사면적을 7ha 정도로 대규모화해 규모화된 농업기반을 갖춰 나가자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경지면적이 우리보다 50배 이상 크고 농가당 150ha 정도가 되어 우리는 미국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천석씨(서산시 고북면)는“도시 사는 사람들 한달에 핸드폰 요금만해도 쌀 한가마값과 맞먹는 10여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그들은 우리 쌀값이 외국에 비해 비싸다고 투정하지 핸드폰 비용이 비싸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농촌실정을 모르는 도시사람들에게 섭섭함을 드러냈다.

문 회장과 함께 천막농성에 참가하고 있는 농민들이 하나같이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 사회 구조가 ‘한미FTA 체결’이후 구조조정된 ‘잉여농민’을 수용할 사회적 기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서산농민회가 항의표시로 시청사 앞에 볏가마와 함께 트렉터를 세워 놓았다.
서산농민회가 항의표시로 시청사 앞에 볏가마와 함께 트렉터를 세워 놓았다. ⓒ 안서순
서산지역만 해도 3만6000여명이나 되는 농민들 중 3000여명 정도만 농민으로 남고 나머지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농촌에서 퇴출되어야 하고, 전국적으로는 343만6000여명이나 되는 농민들 중 수십만 명만 남고 나머지 300만명이 넘는 농민들이 터전을 잃게 되는데도 그에 대책이 전무한다는 것.

정부나 지자체에서는‘농촌지역 소득 향상’으로 ‘된장·고추장 공장’·‘특산물 가공공장’ 등을 권장하는 한편 지원도 해주고 있으나, 한마을에서도 돈이 된다 싶으면 같은 가공식품을 너도나도 만드는 등 벌써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그 같은 소득의 경우 농외소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농업소득을 대체할 만한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문 회장은 끝으로 "쇠고기에 뼛조각이 든 것을 반품시키는 것은 당연한데... 보십시오, 이걸 가지고 벌써 상관도 없는 한미FTA를 협박하려 들고 있지 않습니까, 쌀 시장 등을 개방하라고 하는 것은 자기네 농민들 위해서지 우리나라 농민들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게 미국이란 나라인데, 우리 농민들은 그걸 막아내자는 것인데 농촌지역인 서산 시민들마저도 백안시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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