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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일 오후 1시 40분]

면도기는 있어야 할 곳에...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당`발언에 대해, 김근태 의장은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제2의 대연정 발언과 다를바 없다"며 "모욕감 느낀다,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쓰며 직격탄을 날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국 김근태 의장이 등을 돌렸다. 노 대통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을 굳힌 것이다. 당내 다수파인 신당론을 이끌고 있는 김 의장은 당 사수 의지를 천명한 노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이 "나는 당을 지킬 것"이라며 '신당=지역당이라 규정한 데 대해 김 의장은 이튿날 곧바로 "제2의 대연정 발언과 다를 바 없다"며 "모욕감을 느낀다, 유감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의 회귀라니... 모욕감 느껴"

1일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김근태 의장은 작심한 듯 길게 얘기를 이어갔다.

김 의장은 "당이 나갈 길은 당이 정할 것"이라며 "당이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리면 당원은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며 '당원'인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 의장은 "통합신당을 지역당이라 비난하는 것은 '제2의 대연정' 발언과 다를 바 없다"며 "지역주의 타파는 당연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과제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작년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연정 제안 파문을 떠올리며 "한나라당이 선거법 개정만 동의하면 권력 통째로 넘길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에게 모욕감을 주고, 지지층을 와해시켰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은 통합신당론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자는 것"이라며 "이런 노력을 지역당 회귀로 규정하는 것에 모욕감을 느낀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신당' 발언을 '제2의 대연정' 발언으로 규정한 뒤 "지역주의 타파가 유일한 과제는 아니"라며 노 대통령의 작년 대연정 제안으로 "지지층은 와해되었고, 국민은 모욕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서두에, 이런 '뼈 있는' 비유도 했다. 김 의장은 "오늘 아침 욕실에 있는 면도기가 사라져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며 "가까스로 찾아내 위기를 모면했지만 오늘 일을 통해 사물은 있어야 될 곳에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우회적으로 '정치는 당에 맡기도 국정에 전념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국회에 발목잡혀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시면서 대표적으로 꼽은 게 비정규직법과 국방개혁법"이라며 "대통령이 국정을 살피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에 발목잡혀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시면서 대표적으로 꼽은게 비정규직법과 국방개혁법"이라며 "대통령이 국정을 살피는 데 큰 도움을 드린 것이면 좋겠다"며 노 대통령에게 국정 전념을 주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홀로 선 김근태...축배될까, 독배될까

김근태 의장의 노 대통령을 향한 발언은 이번 주초 청와대 만찬을 거절한 이후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대통령 탈당에 대해서도 올해 초 만류했던 것과 달리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단독 회동 요청을 노 대통령이 네 차례가 거절한 것에 따른 개인적 모욕감에 더해, 당내 신당파를 대표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최근 혼자 있는 때가 많다고 한다. 지난 29일에는 승용차를 마다하고 혼자 서울 시청역 지하도를 걸었다.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고 의장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올초 탈당 의사를 내비친 노 대통령에 대해 "거둬달라"며 적극 만류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축배'가 될지 '독배'가 될지 알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정면에 등장하면서 원심력이 커졌고 의원들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아졌다.

또 '대주주'인 정동영 전 의장의 입장이 아직 모호하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 있으면서 그는 "대통령의 권위를 보호해야 할 여당이 대통령의 권위에 상처를 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현 지도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당 진로에 '노무현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 전 의장의 '정중동'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목소리 "대연정은 지역주의 아닌가"

한편 민주당도 열린우리당 신당파를 거들고 나섰다. 한화갑 대표는 이날 지도부 회의에 참석, 노 대통령의 지역당 발언에 대해 "그럼 대연정도 지역주의 회귀 아니냐"며 비판했고, 공동대표인 장상 대표는 "노 대통령의 말은 이제 괄호 안에 집어 넣어야겠다"고 말해 '통합론'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상열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럽다"며 "대연정은 지역주의 타파고 민주당 합당은 지역주의 회귀냐"고 정치에 개입말 것을 촉구했다.

▲ 1일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정장선, 박기춘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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