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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0일 밤 10시 55분]


"나라가 어려우니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YS)
"보고만 있지 않고 행동도 할 가능성이 있다."(JP)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30일 저녁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일식집 '아리아께'에서 만찬회동을 하며 시국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이날 저녁식사는 YS가 JP를 초청한 형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이뤄진 노무현-김대중(DJ) 회동을 견제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지난 11월 4일 노 대통령이 DJ 사저를 방문하고, DJ 고향인 목포-무안을 방문해 서남해안개발계획을 발표한데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이는 두 사람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주로 노 대통령과 DJ를 싸잡아 비난하는 대화를 나눈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노 대통령 정신상태 정상 아닌 듯" 막말

▲ 30일 저녁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2시간 10분간의 회동을 마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30일 저녁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만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촬영기자들을 위해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재의 식사 시간이 길어지자 배석했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기자들에게 대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동석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에 따르면, 두 사람은 노 대통령과 DJ의 회동이 '야합'이라며 맹비난했다. YS는 "DJ와 노무현이 이북을 너무 미화했다, 이북이 얼마나 잔학한 정권인지 (내가) 잘 아는데…"라며 "지난번 둘만의 만남에서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YS와 JP가 지난번 DJ와 노무현의 만남이 '야합'이고 잘못된 것이라는데 견해가 같았다"며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잘못을 덮기 위한 야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두 사람은 노 대통령을 향해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는 등 막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YS가 "(노 대통령이) 어제는 대통령을 그만두겠다고 하더니 또 오늘 와서는 딴소리를 하고 있다,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JP도 "정말 걱정이다, 뭐가 이상한 것 같다"고 되받았다. JP가 "(노 대통령이) 분열증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면 YS도 "자고 나면, 또 장소에 따라서 말이 다르다"고 깎아내리는 식이다.

두 사람은 또 북핵과 간첩단 사건, 대통령 인사권 등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YS는 "(노 대통령과 DJ가) 김정일 비위만 맞추고 있다"며 "북한이 미군 철수와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데 지금도 변함없다, 어떻게 계속 도와주느냐"고 말했다. JP도 "(이 정부는) 간첩 잡았다고 잡은 조직의 총수를 그만두게 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YS는 또 "DJ와 노무현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며 "현 상황에서는 포용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JP는 DJ를 겨냥해 "내가 미 대사를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툭하면 어느 집(DJ 사저)에 쫓아가고 그러는데 거길 왜 가느냐고 질책한 적 있다"며 "며칠 전에도 미국을 욕한 사람을 왜 찾아가느냐고, 그만 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내년 국민이 잘못 선택하면 큰일"... 정계복귀설은 부인

▲ 30일 저녁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2시간 10분간의 회동을 마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두 사람은 내년 대선에서 이른바 '좌파정권'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JP는 "(노 대통령과 DJ가) 내년에 세상을 바꾸려 하는데 일말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고, YS는 "몸부림쳐도 소용없다"고 되받았다. 이어 JP는 "둘이 공생공존하자고 했는지 모르지만 잘 대처해야 한다, 어림없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JP는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더 나은 국가를 위해 애썼는데 마지막 봉사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은근히 내년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자는 바람을 넣었고, YS도 "내년 국민이 잘못 선택하면 큰일 난다, 새 정권이 확실히 청산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오후 5시30분부터 저녁 7시40분까지 약 2시간 10분 가량 식사를 하고 나선 두 사람은 기자들을 만나서도 내년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YS는 "평생 정치를 해 온 사람으로서 나라가 어지러우니까 우리가 걱정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JP는 한발 더 나가 "(어지러운 것을) 보고만 있지 않고 행동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서 전 대표는 정계 복귀나 정치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식사 도중 잠시 나와 기자들에게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질타하는 말이 오가고 있다"며 "무슨 정치적 행위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도 "저 분들이 정계복귀를 하겠느냐, 대통령이 되겠느냐, 아니면 국회의원이 되겠느냐"고 말하며 '정계복귀설'을 부인했다.

▲ 신라호텔 현관에서 승용차를 타기 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두손을 꼭 잡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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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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