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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산. 금강산의 만물상을 보는 듯한 바위의 형상들이 어우러진 산이 즐거움을 준다.
주작산. 금강산의 만물상을 보는 듯한 바위의 형상들이 어우러진 산이 즐거움을 준다. ⓒ 서종규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뜻밖에 좋은 일을 만나면 마음이 즐겁다. 산행도 마찬가지다. 별로 기대하지도 않던 산에 올라보니 너무 아름다운 자연의 장관이 펼쳐진다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이 기쁘다. 흔히 횡재했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 금강산 만물상만큼 바위들의 모습들이 천차만별인 산을 없을 것이다. 그 금강산의 만물상을 보는 듯한 바위의 형상들이 어우러진 산이 있었다면 얼마나 즐거웠겠는가. 14km 정도로 이어진 능선에 용의 이빨처럼 삐쭉삐쭉하게 박혀있는 바위들이 우리들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니.

강진 다산초당을 들려 해남 땅끝이나 완도를 찾아 쭉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 바위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꼭 금강산 어느 능선에 박혀 있는 바위들을 보는 듯하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의 바위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듯이, 능선을 따라 삐쭉삐쭉 박혀 있는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붉은 봉황이 날개를 펴고 활짝 나는 형세를 닮은 산이라고 하여 ‘주작산(475m)’이라고 하였다.
붉은 봉황이 날개를 펴고 활짝 나는 형세를 닮은 산이라고 하여 ‘주작산(475m)’이라고 하였다. ⓒ 서종규
무슨 산이 저렇게 많은 바위 봉우리들로 되어 있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지나곤 하던 바위산이 바로 전남 해남과 강진의 경계인 덕룡산과 주작산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바라보던 그 산, 설악산의 용아장성이 생각나는 바위 형상의 산봉우리가 우리들을 이끌어 들였다.

지도를 보면 주작산이 있고, 청룡의 마을과 백호의 마을이 있는 곳이다. 주작산은 강진군에 있지만 청룡 마을과 백호 마을은 해남군에 있다. 우리들은 지도를 보며 현무 마을도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현무 마을은 보이지 않았지만 고구려 시대의 벽화에서 배웠던 청룡, 백호, 주작의 지명이 이곳에 그대로 있다.

별로 기대하지도 않던 산에 올라는데 너무 아름다운 자연의 장관이 펼쳐진다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이 기뻐하게 된다.
별로 기대하지도 않던 산에 올라는데 너무 아름다운 자연의 장관이 펼쳐진다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이 기뻐하게 된다. ⓒ 서종규
지난 25일 오전 7시 30분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7명이 주작산을 향하여 광주에서 출발하였다. 나주를 거쳐 영암 월출산 옆을 돌아 오전 10시에 강진군 북일면 오소재에 도착하였다. 바로 해남 두륜사에서 오르는 두륜산 반대편의 재였다.

주작은 붉은 봉황을 뜻한다. 이 붉은 봉황이 날개를 펴고 활짝 나는 형세를 닮은 산이라고 하여 주작산(475m)이라고 하였다. 오소재에서 수양릿재까지 약 6km의 바위 능선이 펼쳐진다. 그리고 다시 덕룡산(472m)을 타로 오르면 서봉과 동봉을 타고 지나 약8km의 바위 능선을 타다 보면 소석문에 도착한다.

10시, 오소재를 출발하여 곧바로 능선에 도착하였다. 산 능선을 타고 쭉 이어져 있는 바위 능선이 장관이다. 금강산의 만물상만큼이나 많은 바위들이 용의 이빨처럼 박혀 있는 산이다.

주작산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다도해의 수려한 섬들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주작산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다도해의 수려한 섬들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서종규
처음엔 많은 바위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멀리 두륜산 옆 고계봉 정상으로 오르는 케이블카 전망대가 한 눈에 들어 왔다. 해남 두륜사에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봉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바위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는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다도해의 수려한 섬들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섬 완도가 물 위에 떠 있다. 그 완도와 다리로 연결된 또 다른 섬이 바로 신지도이다. 신지도에는 남도에서 유명한 해수욕장 명사십리가 있는 섬이다. 신지도는 우리나라 물고기 양식의 보고이다.

저 멀리 장엄하게 솟아있는 영암의 월출산과 해남의 흑석산, 강진의 수인산, 장흥의 제암산 천관산들이 환하게 보이며 그 사이사이로 수많은 산줄기들이 펼쳐져 있다.

14km 정도로 이어진 능선에 용의 이빨처럼 삐쭉삐쭉하게 박혀있는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14km 정도로 이어진 능선에 용의 이빨처럼 삐쭉삐쭉하게 박혀있는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 서종규
멋있는 바위 능선 산행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 이 주작산을 찾는 산악인들이 엄청나게 많이 늘었단다. 주로 전국적으로 많은 산악회원들이 버스를 타고 찾는데, 주말에는 보통 10여대 정도가 찾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봄이나 가을에는 20여대까지도 찾는다는 것이다.

이 주작산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 못한 점이 아쉽다. 등산로는 바위 능선을 타고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보아야 한다. 등산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기 일쑤이다. 하지만 바위 능선의 맛을 아는 등산객들은 너무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다.

바위 봉우리를 타고 오르고 내리면서 매어져 있는 밧줄을 유일한 안전 장비로 삼아야 한다. 상당히 위험한 바위 절벽도 밧줄 하나에 의지하여 오르고 내려야 한다. 아마 그 맛인지도 모른다.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모두 철계단을 설치한 유명산들보다는 바위를 잡고 오르고 내리는 즐거움이 가득한 산이다.

위험한 바위 절벽도 밧줄 하나에 의지하여 오르고 내려야 한다.
위험한 바위 절벽도 밧줄 하나에 의지하여 오르고 내려야 한다. ⓒ 서종규
오소재에서 출발하는 주작산 산행은 가면 갈수록 더 험한 바위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는 마음에 바위 봉우리들을 쉽게 오르고 내리다 보면 연이어 나타나는 바위 봉우리들은 더 험한 절벽을 이루어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본 사람들이 느끼는 바위 봉우리의 즐거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우리들은 2시간 정도를 가다가 412m 봉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바위 능선과 앞으로 가야할 능선에 펼쳐진 바위들을 바라보며 먹는 점심이 더욱 맛있다.

멀리 강진만에 펼쳐진 다도해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침에 끼었던 안개가 걷히고, 햇살을 받아 튕기는 물결이 산 능선까지 밀려오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직광을 받는 황홀함을 사진기로 찍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꼭 금강산 어느 능선에 박혀 있는 바위들을 보는 듯하다.
꼭 금강산 어느 능선에 박혀 있는 바위들을 보는 듯하다. ⓒ 서종규
점심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였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바위 봉우리들, 넘고 나면 또 있고, 돌아가면 또 나타나고, 힘이 들어 쉴만하면 평평한 길이 나타나고, 대략 봉우리만 20~30여 개는 넘을 것 같다.

수직 절벽에 매어져 있는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기를 몇 번이나 계속했다. 아마 사람들이라도 많았다면 많이 지체되었을 것이다. 앞뒤에 몇 팀의 산행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얀 바위에 울긋불긋 눈에 띄었다가 숨는다. 산행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나 어린아이들은 무척 힘든 산행일 것 같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의 바위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듯이, 능선을 따라 삐쭉삐쭉 박혀 있는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의 바위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듯이, 능선을 따라 삐쭉삐쭉 박혀 있는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 서종규
오후 2시 30분에 쉬양릿재에 도착했다. 쉬양릿재로 내려오지 않고 곧바로 나아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주작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덕룡산을 다시 오르려면 수양릿재로 내려와야 한다.

쉬양릿재에는 양란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몇 동이 있다. 비닐하우스 속에는 갓 자란 어린 양란에서부터 꽃망울이 다닥다닥 붙은 화분들이 가득하였다. 잠시 열어진 문틈으로 내다보니 더운 기운이 확 풍겼다. 양란이라서 비닐하우스 안이 더 온도가 높게 유지시키는가 보다.

양란재배지에서 물을 보충한 일행들은 다시 덕룡산으로 향하였다. 일행 중 두 명은 수양관광농원으로 하산하였다. 8km 정도가 더 이어지는 덕룡산 산행까지는 무리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 멀리 바위의 뾰쪽한 봉우리들이 병졸들처럼 나열되어 있는 모습은 한 폭의 한국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조금 멀리 바위의 뾰쪽한 봉우리들이 병졸들처럼 나열되어 있는 모습은 한 폭의 한국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 서종규
덕룡산 427봉에 오르는 길엔 바위들이 거의 없다. 띠밭재를 지나 무덤이 있는 곳까지도 바위가 거의 없는 흙길이 이어져 있다. 일행들은 속도를 내었다. 평지나 다름없는 흙길에서 속도를 내어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다.

다시 덕룡산 서봉과 동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들이 앞을 가로 막았다. 바위의 위용은 더욱 우람하여졌으나 등산길은 주작산 능선보다 나았다. 그렇지만 주작산 능선에 있던 그 많은 바위 봉우리들이 다시 즐비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조금 멀리 바위의 뾰쪽한 봉우리들이 병졸들처럼 나열되어 있는 모습은 한 폭의 한국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바위산을 아주 잘 그리는 어느 한국화가가 푸른 하늘 아래에 그려 놓은 그림이 틀림없다.

아님 거대한 수석 분재를 그대로 수반위에 펼쳐 놓은 것 같다. 저 멀리 다도해 사이사이에 깔려진 바닷물이 그대로 수반이 되는 것이다. 그 감동이 다시 온 몸으로 퍼지기 시작하였으나 오후 6시 하산지점인 소석문에 도착할 때까지 무거워진 발걸음에 오르는 바위 봉우리들이 힘에 겨웠다.

이 모습은 바위산을 아주 잘 그리는 어느 한국화가가 푸른 하늘 아래에 그려 놓은 그림 같다.
이 모습은 바위산을 아주 잘 그리는 어느 한국화가가 푸른 하늘 아래에 그려 놓은 그림 같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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