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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육십 일 동안 사랑을 같이 모아 보아요.
십: 십시일반으로 모아 보아요.
운: 운동에 함께 참여해 보아요.
동: 동그란 동전이 큰 사랑으로 모여져요.
육: 육십 일간의 사랑 모으기로
십: 십 원짜리 동전 하나하나 소중히 여겼습니다.
운: 운이 좋은 날엔 오백 원짜리 동전까지
동: 동전 모으기로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육: 60일 동안 사랑 모으기 운동을 했어요.
십: 십 분 발휘한 우리들의 노력을 일 년 365일 잊지 않고 계속해 나가도록 해요
운: 운동을 열심히 꾸준히 할수록
동: 동그랗고 커다란 우리들의 사랑의 힘은 더욱 커진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지은 '사행시'이다. 짐작건대, 60일 동안 동전을 모아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인 듯싶다.
요즘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무얼 할 수 있을까?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껌이나 한 통 살 수 있을까? 살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할 수 있는 게 도무지 생각나질 않는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100원짜리 동전 하나의 가치는 참 하잘것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굳이 이유를 갖다 붙이자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반비례해 돈의 가치는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요즘 우리네 세상살이가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100원짜리 동전 하나하나가 모여 다섯 개가 되고, 열 개가 된다면 그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또 한 사람이 모은 동전과 두 사람이 모은 동전을 합치면 그 가치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배가될 것이다. 아이들이 지은 사행시 내용 중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쉬움을 이르는 말이다.
아이들이 지은 사행시를 가만히 눈여겨 보면 바로 그 '십시일반'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아직은 '십시일반'이라는 말의 뜻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우리의 아이들이 그 '십시일반'을 어떻게 실천했다는 것인지….
| | ▲ 800여 개의 돼지저금통이 쏟아내놓은 돈은 총 408만2270원이나 되었다. | | ⓒ 김정혜 | |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에 걸쳐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사우초등학교와 금파초등학교에선 이색적인 사랑운동이 펼쳐졌다. 바로 '60일간의 사랑운동'이 그것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넘쳐나는 풍요로움 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여 내 것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에 어쩌면 낯설어할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들이 60일 동안 동전을 모았다. 왜?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드리기 위해서였다.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주변엔 홀로 힘들게 살아가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계십니다. 이런 어르신들에겐 겨울이란 계절이 더 혹독할 것입니다.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따뜻한 겨울나기를 하실 수 있도록 60일간의 사랑을 모아주세요.'
'60일간의 사랑운동'은 이런 취지 아래 펼쳐진 사랑나누기 운동으로 김포시 노인복지회관에서 두 곳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조그만 돼지 저금통을 나누어주면서 이 운동은 시작됐다.
| | ▲ 60일 동안 우리 아이들의 동전으로 배를 채웠던 돼지저금통. | | ⓒ 김정혜 | | '60일간의 사랑운동'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연말이 되면 의례적으로 펼치는 불우이웃돕기와 뭔가 달랐다는 것에 아이들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절약해, 한 푼 두 푼 동전을 모으는 일이 꽤 재미있었을 뿐 아니라 작은 돼지저금통이 차곡차곡 동전으로 채워지는 걸 한눈에 볼 수 있어 그 또한 아이들을 신나게 했다고 한다.
60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용돈을 아껴 돼지저금통을 채운 동전은 얼마나 될까.
| | ▲ 사우초등학교에서 모인 총 408만2270원의 성금이 김포 노인복지회관에 전달됐다. | | ⓒ 김정혜 | |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던 11월 마지막 주 월요일 아침(26일). 사우초등학교에서 '60일간의 사랑운동' 성금 전달식이 있었다.
사우초등학교에선 5∼6학년 학생 800여명이 참여하여 408만2270원을 모았고, 금파초등학교에선 2∼3학년 학생 275명이 참여하여 163만1640원을 모았다.
결론적으로 총 1075명이 참여하여 571만3910원을 모았다는 이야기다. 1인당 평균을 내보니 약 5300원꼴이다. 53일 동안 매일 매일 100원짜리 동전을 저금통에 넣은 셈이다.
| | ▲ 김광철 사우초등학교 교장선생님. | | ⓒ 김정혜 | | 성금전달식에서 사우초등학교 김광철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크게 호응해줄 줄은 몰랐습니다. 내 것을 나누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사실 우리 어른들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물며 아이들이 제 용돈을 아껴 저금통을 채울 수 있을까, 사실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러나 모아온 저금통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번 일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나눔의 실천'이라는 아주 훌륭한 교육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십시일반'이라는 아주 좋은 말에 대해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다는 것에 무엇보다 보람을 느낍니다."
이에 대해 유경호 김포시 노인복지회관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 | ▲ 유경호 김포시노인복지회관 관장. | | ⓒ 김정혜 | | "이번 '60일간의 사랑운동'에 적극 참여해준 우리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홀로 고통을 감내하며 정말 힘들게 사시는 노인분들에게 아이들의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습니다. 홀로 사시는 노인분들의 제일 절박한 고통은 바로 외로움이었습니다. 그런 어르신들께 우리 아이들이 60일 동안 모은 따뜻한 사랑은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을 것입니다. 바로 손자손녀들의 사랑이니까요. 바란다면, 이번 '60일간의 사랑운동'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번 더 가슴에 새겨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김포시 노인복지회관에선 이번에 모인 성금으로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틀니와 보청기를 마련해드릴 예정이라고 한다. 부실한 이로 음식조차 마음대로 못 드시고, 어두워진 귀로 소리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그 고통은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껜 외로움만큼이나 큰 고통이라고 한다.
하여 손자손녀들의 '60일간의 사랑'이 우리 어르신들께 600일 아니 6000일의 따뜻한 사랑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틀니와 보청기를 마련해 드릴 것이라 한다.
| | ▲ '육십운동'으로 사행시를 지어 이웃상, 사랑상, 실천상을 수상한 어린이들. | | ⓒ 김정혜 | | 한편, 성금 전달식에선 이색적인 행사가 또 한 가지 있었다. '60일간의 사랑운동'과 더불어 사행시 짓기 대회가 60일 동안 함께 펼쳐졌는데, 이날 시상식이 함께 진행됐다.
김포시 노인복지회관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수상을 한 아이들에게 도서상품권을 부상으로 주었다. 상장과 부상을 가슴에 안은 아이들은 "좋은 일도 하고 상도 받았으니 앞으로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라며 해맑은 웃음을 얼굴 가득 피워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탓인지 오싹한 한기에 한껏 몸이 움츠러든다. 그러나 굳이 이 겨울비가 아니더라도 자꾸 움츠러드는 요즘이다. 서민들의 궁색한 살림살이는 좀체 나아지지 않은 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집값, 들썩이는 공공요금, 겨울의 적인 고유가의 난방비…. 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우리 서민들은 몸도 춥고 마음도 춥고 이래저래 고달플 뿐이다.
그러나 작은 정성으로 사랑을 실천한 아이들을 만나서일까. 힘들다, 힘들다 주문을 외고 사는 요즘의 나를 한번쯤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내 삶의 눈높이는 과연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 것인지, 너무 높은 곳으로 눈높이를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낮추어 보면 어떨까 싶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둘러볼 수 있기를, 하여 그들에게 비록 내가 가진 것이 비록 하잘 것 없다 할지라도 뭔가 나누어 줄 수 삶을 살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십시일반'이라는 말을 가만히 되뇌어보며 그것의 참 의미를 가르쳐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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