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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대통령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명언을 남겼다. 민주사회에서 그러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장치가 시민의 투표권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 냉소주의 등이 만연하면서, 탈정치화 현상이 심해지고 투표율도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학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선거? 노 땡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16대 대통령선거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13대 때 89.2%에 이르던 투표율은 16대 때 70.8%로 낮아졌다. 특히 20대의 경우 56.5%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20대의 낮은 투표율은 자연스레 대학선거에 반영되고 있다.

2006년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한양대는 51.71%(서울캠퍼스와 안산캠퍼스의 평균)의 투표율을 보였고 서울대는 51.4%, 경원대는 63.1%, 충북대는 54%를 기록했다. 충남대의 경우 42.5%로 50%의 유효투표선 기준에 따라 무효가 된 뒤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55.45%의 투표율을 보였다.

무관심과 냉소는 탈정치로 귀결

지난 14일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 1차 유세가 진행되었지만 유세를 듣기 위해 모인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후 3시란 시간적 제약과 넓은 캠퍼스 탓도 있겠지만, 각 선본의 선거운동원을 제외하면 모인 사람은 30~40여명 남짓이었다.

한양대 자유게시판에서 ID '오서방'은 애교심으로 대동단결하는 '제 3의 길, 호국학위'란 글을 기재했다. '소학생회' 출마 선본 소속이라 밝힌 이 사람은 "도장을 찍지 마시고 펜으로 투표지 공란에 '대동단결 호국학위'라고 적어주시면 됩니다"라고 투표 방법을 자세히 일러주며 "기권으로 처리되겠지만 '소명'과 한총련 계열의 두 선본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총학생회장 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비롯한 일련의 모습들은 대학생들의 탈정치화가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충북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김차연(01학번)씨는 "대학생의 관심이 취업과 자신의 미래로 옮겨가면서 투표율 저조 현상이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한 뒤 "대학의 수업 외에도 토익이나 회화, 각종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는 데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백수진(04학번)씨는 "단대의 각 선본들이 존재감 있는 학생회를 모토로 내세울 정도로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이는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함께 공감하는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응용화학전공 정세현(02학번)씨는 "관심을 보이든, 그렇지 않든 어차피 바뀌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 "(낮은 투표율은) 총학생회의 공약 이행에 대한 회의가 불러온 정치적 냉소주의의 배설물"이라고 규정했다.

투표 방법 변화로 참여율 끌어내야

유효투표 기준이 겨우 넘는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해 각 대학의 학생회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는 '우리들의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합시다' 같은 자체 캠페인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단대학생회 같은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접 투표함과 인명부를 들고 다니며 선거를 독려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몇몇 대학에서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서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지만, 투표율 증가는 겨우 5% 정도다.

서울대나 고려대의 경우 '모바일 총학생회'를 지향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로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율을 재고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한남대는 투표용지 발급절차 같은 번거로움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통한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이렇듯 각 대학의 학생회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방법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영민(정보사회학) 한양대 교수는 "투표율은 동기 부여와 비용(시간, 귀찮음 등) 절감의 문제"라고 말하고 "내가 한 투표가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 없이 제도적, 기술적 개혁만으로는 투표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기 부여와 제도 개혁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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