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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물막이 공사를 20여일 앞둔 전북 부안군 새만금 방조제 2공구 공사현장 유실부분을 불도우저가 사석과 흙 등으로 메우고 있다.
최종 물막이 공사를 20여일 앞둔 전북 부안군 새만금 방조제 2공구 공사현장 유실부분을 불도우저가 사석과 흙 등으로 메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부가 3년 3개월 동안 뜸을 들인 '새만금 간척용지의 토지이용계획'을 드디어 발표했다. 지난 10년간의 논란을 마무리하겠다며 국토연구원 등 5개 정부연구기관을 투입해 만들어낸 역작이란다.

하지만 계획의 내용과 수준은 기다렸던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무려 20억원을 들여 만든 계획이 달랑 60쪽의 아이디어 노트 수준이다.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설득력 있게 해명하기는커녕, 만들다만 보고서처럼 앞뒤도 안 맞고 계산도 하다 말았다. 그 실상을 한 번 들춰본다.

허술한 논리 황당한 해법

첫째, 새만금 간척사업에 얼마를 퍼부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91년 새만금 간척 계획을 수립할 때 예산은 약 2조 510억원이었는데, 올해까지 들어간 돈이 벌써 2조 1천여억원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은 2020년까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만 3조6천억원에서 6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는 2021년 이후 산업단지, 도시건설, 항만 조성 등을 위해 본격적으로 써야 할 예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 새만금 호소를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들이는 만경강 상류의 수질개선비용, 새만금에 접근하는 사회간접자본 건설비용, 방조제 외해의 환경개선비용들이 빠져 있으며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방조제 공사비조차도 포함됐는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이런 엉터리 계획을 내면서, '본 연구에서는 경제성이 있다는 민관공동조사단의 다수 의견을 수용했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이 얼마가 들어갈지에 대한 경제성 분석은 생략했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둘째, 물 문제에 대한 해법이 오리무중이다. 이 계획은 도시와 산업단지를 위해 필요한 생활 공업용수 25만ton/일(0.92억ton/년) 혹은 45만ton/일(1.7억ton/년, 외국인 직접투자지역 설치 시)을 전주권 광역 상수도와 연결해 공급하고, 농업용수는 새만금 호소 수질을 농업용수 기준에 맞게 개선해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전주권 광역상수도라는 것이 전북에서 발원해 충청도로 흐르는 금강을 막아 억지로 끌어온 물이고, 2020년 금강권에서 0.6억톤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체 용수(생활 및 공업)의 2.9%와 1.5%에 달하는 막대한 양을 금강에서 끌어 오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예측이다.

또한 새만금 담수호를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서는 계획했던 모든 대책을 다 동원하더라도 농업용수 기준인 4급수를 달성할 수 없어서, 인(T-P) 성분을 10% 감축하기 위한 고도처리시설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대책들을 붙이다 보면 비용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가 없다.

환경대책 없다... 국제적 망신거리 될 것

대법원 최종 판결을 이틀 앞둔 지난 3월, 전북 부안 계화도 어민들이 14일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중지를 촉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법원 최종 판결을 이틀 앞둔 지난 3월, 전북 부안 계화도 어민들이 14일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중지를 촉구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셋째, 깊이가 -40m까지 이르는 새만금 간척지를 북돋을 토사 확보 방안이 묘연하다. 계획은 2020년까지 약 1억㎥, 30년까지 또 1억㎥ 등 총 3억㎥의 토사량이 필요하다는데, 사업지역 반경 30km 이내에서 구할 수 있는 토사량은 0.26억㎥에 불과하다. 결국 30km 밖에서 산을 파서 돌과 흙을 옮겨오거나, 바다 모래를 채취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30km 밖에서 채석장을 운반한다는 것은 산지의 훼손, 운반 시의 먼지 발생 문제 등은 물론 막대한 비용 때문에 간단치가 않다. 반대로 해사를 채취할 경우, 인근 지역 해안선의 유실과 바다 지형의 변화를 불러와 피폐한 서해바다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서해바다에 치어들만 남아 있고, 갯벌 간척 때문에 어패류 수입이 폭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바다를 긁는 게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계획은 이에 대해 최소한의 검토도 없었으며, 대안 제시도 없었다.

넷째, 환경 대책이라는 것도 황당하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지적한 새만금 갯벌의 중요성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기수역)에 펼쳐진 광범위한 갯벌이고, 그 특징 때문에 생겨난 다양하고 풍부한 생물상과 이들을 먹이로 삼는 도요, 물떼새류의 최대 이동경로(기착지)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정부 계획은 간척지의 10.6%(30㎢)를 인공습지(환경용지)로 배정한 것 외에는 없다. 기수역에 대한 보전 방안이나 갯벌을 이용하는 도요, 물떼새들을 위한 대책 없이, 기러기나 오리류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호 인공습지만 만들겠다고 한다. 이것도 좋게 봐서 인공습지지, 새만금 호소 수질에 자신이 없는 정부가 자연 정화시설(습지)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의 이상한 환경 대책 덕분에 새만금 갯벌을 이용하던 40여만 마리의 도요 물떼새류는 점차 감소하거나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리고 2008년 람사총회(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를 개최하는 국가로서 한국은 국제적인 비난과 망신의 대상이 될 것이다.

대법원이 이 계획안을 봤더라면 판결 달라졌을 것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지난 3월 16일 전북지역 주민 3538명과 환경단체가 전라북도, 농림부 등을 상대로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지난 3월 16일 전북지역 주민 3538명과 환경단체가 전라북도, 농림부 등을 상대로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3월 16일 대법원은 '농지 목적에 대한 경제성과 환경 악화에 대한 결정적 하자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업 지속'을 판결했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 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농지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고(농지 비율 56.9%), 경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너무도 분명한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부실한 계획이 지난 3월 전에 나왔었더라면, 대법원은 그런 판결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국민들도 이를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계획을 이제야 발표한 것은 국민의 관심을 피하고,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외면하기 위한 치졸한 작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전북도가 어떻게든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뻔뻔하게도 거짓 자료와 주장을 일삼았고, 사법부는 부화뇌동해 정부 의도를 외면한 채 법봉을 휘두른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사기극의 주체였고, 대한민국 사법부는 비겁한 기회주의였으며, 시민사회는 부당한 정책을 승인한 나약한 집단이었던 셈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대법원 판결에 즈음하여, "새만금 사업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두고두고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불과 수개월만에 새만금 사업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이며, 파괴적인지를 확인하며 너무도 허탈하고 어이가 없다. 정부가 발표 시기를 엿보던 8개월 동안, 환경단체가 충정으로 우려하고 제안했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최소한의 고민이나 노력조차 않은 채 무성의하게 낭비하고 있었던 사실에 할 말을 잃는다.

허무맹랑한 정부 계획

더구나 이 순간에도 정부는 새만금 간척지에 맞붙은 서천 장항갯벌에 374만평의 산업단지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 새만금 사업 강행을 발표하면서 '추가적인 간척매립을 자제하기 위해 공유수면매립법을 개정하겠다'더니 감감무소식이다. 이렇게 무능한 정부가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파국으로 내닫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비록 일부 언론들은 환경단체에게 '반대만 일삼는 집단'이라거나 '정부 발목만 잡는 비생산적 집단'이라고 비난하겠지만, 이렇게 '허무맹랑한 정부의 계획'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더 이상의 새만금 사업 추진은 안 된다. 이미 들어간 돈은 어쩔 수 없다 치고, 드러난 갯벌을 이용하면 전북도민의 지역개발 의지는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소통을 충분히 보장해 새만금 갯벌에 생명을 보전하고, 일부 구간을 산업단지, 관광지, 해양 목장, 습지공원, 풍력단지 등을 조성하면 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되돌아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염형철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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