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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맞아드립니다 Free Punch"
"무료로 맞아드립니다 Free Punch" ⓒ 이충민
최근 '무료로 안아드립니다(Free Hug)' 운동을 패러디한 '무료로 맞아드립니다(Free Punch)' 캠페인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다.

무료로 맞아주기 캠페인은 호주에서 만들어진 안아주기 운동과 달리,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점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띤 청년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프리 펀치'라는 플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 시초다. 원칙적으로 보자면 '프리 허그'의 아류작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동영상의 특징은 안아주기 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에 망설이던 시민들이 잠시 후, 활발히 참여한 부분에 있다. 차이점이라면 시민들이 청년을 껴안는 대신 청년 얼굴을 향해 펀치를 선사한 점이랄까.

프리 펀치의 의의는 서민들의 쌓인 스트레스를 인간 샌드백을 이용해 분출할 수 있다는 부분에 있는 듯하다. 또 무료로 맞아드립니다 동영상은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com)에 퍼지면서 지구촌 각지에서도 프리 펀치 운동이 일어날 것만 같다. 국내에서 제작된 프리 펀치 동영상을 살펴보자.

무료로 맞아드립니다 플랜 카드를 든 청년은 첫 번째 손님(?)으로 아버지뻘 되는 중년남성을 택한다. 청년은 중년남성에게 프리 펀치 캠페인 참여를 권한다. 중년남성도 기다렸다는 듯, 얼른 권투 글러브를 받아 손에 착용했다.

중년남성의 예상 밖 기백에 놀란 청년이 머뭇거리자, 중년남성은 고개를 돌리라고 한다. 고개를 돌려야 안 다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억지로 얼굴을 돌린 청년에게 지체 없이 강력한 훅을 선사한다.

제대로 맞은 듯한 청년은 다리가 꼬인다. 이후 청년은 한 남학생의 날카로운 훅도 허용하고 여고생의 강력한 원 투 스트레이트까지 받아 드린다.

청년은 아픔을 참고서 힘겹게 캠페인을 지속한다. 하지만 몸집좋은 여학생이 등장하자 결국 다리가 풀리는 사태로 치닫는다. 여학생의 육중한 펀치 한 방에 다운된 것이다.

다운 된 이후, 다시 일어난 청년에게 한 남학생이 다가온다. 남학생은 펀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 허공에 주먹을 두어 번 세차게 휘젓는다. 청년은 위축 됐던지 휘젓지 말고 바로 가볍게 쳐달라는 시늉을 했다. 청년은 시민들의 펀치가 생각 외로 매섭게 다가온 모양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강한 펀치력에 물러설 수만은 없다. 자신의 행위가 각박한 사회생활로 찌든 서민들의 고충을 잠시나마 덜어 줄 수 있다면, 아픔도 참을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샌드백을 지속할 의무가 있음을 느끼는 듯 하다.

캠페인은 멈추지 않고 지속됐다. 청년은 캠페인 도중, 실제 프리 허그 플랜 카드를 든 여성이 나타나면서 포옹을 통해 위안(?)을 받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의 펀치에 적응된 청년은 변한 듯 했다. 주먹이 무섭지 않다는 듯, 시민들을 향해 얼굴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학생 두 명은 청년에게 복싱 신청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힘이 약한 '여자'인지라 솜방이와 같은 토탁 토닥 펀치 수준이었다. 풋워크까지 선보인 여학생도 있었으나 역시 물 주먹에 가까웠다.

오히려 5살 미만으로 보이는 꼬마가 청년을 향해 과거 '소나기 펀치'의 대명사로 불리던 유명우처럼 수차례 힘이 실린 주먹을 내밀었다.

사람들은 펀치를 허용하는 청년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즐거워했다. 결국 청년의 무료로 맞아드립니다 행위는 가치가 있었던 모양이다.

인간 샌드백이 되어서 서민의 주먹을 한 대 맞아주는 행위가 곧 서민의 시름을 한 단계 덜어주는 효과로 발휘된 것이다.

밝은 웃음은 삭막한 현실을 인정 가득한 세상으로 바꾸어 줌이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 SBS U포터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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