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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본관.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 서초동이 정치판이 되고 있다. '법대로' 조용히 일을 보면 될 곳에서 정치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다.

론스타 관련자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불붙은 법원과 검찰의 싸움은 정당 대변인의 말싸움을 방불케 했다. 검찰은 미주알고주알 영장 기각의 부당성을 '선전'했고, 법원은 판결로 말한다는 금칙을 깨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맞불을 놨다.

그래도 싸움의 기세에 변화가 없자 이번엔 판·검사 네 명이 비밀리에 마주 앉았다.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성격의 자리였다.

그 뿐이 아니다. 검찰은 유회원 론스타 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불복해 준항고를 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기각을 전망한다. 형사소송법에 관련 근거가 없고, 대법원 판례도 이를 용납지 않는다는 이유다.

언론의 이런 분석은 검찰의 준항고가 법적 실리보다는 법원에 대한 공세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다는 판단을 낳는다.

정치공방으로 확산되는 사법공방

▲ 이용훈 대법원장(왼쪽)과 정상명 검찰총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더욱 가관인 것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론스타 수임 의혹이다. 수임 그 자체의 적절성을 떠나 의혹이 제기된 시점과 상황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위협세력'을 언급했고, 검찰은 펄쩍 뛰고 있다.

진위가 무엇이든 영장 기각을 둘러싼 사법공방이 정치 공작 의혹으로까지 번졌다는 게 중요하다. 일탈, 그것도 아주 심각한 궤도 이탈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법리에 근거한 사법공방이라면 그 누구도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초동에서 진행되는 공방은 정치공방이다. 그것도 '비밀회동'과 '공작 의혹'을 수반한 저열한 정치공방이다.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사법개혁은 가능한 일인가?

현재 운위되는 사법개혁은 정확히 말해 사법제도 개혁이다. 구속·양형기준을 객관화하고, 공판 중심주의를 강화하며, 피의자 인권보호 장치를 정비하고, 법조인의 윤리기준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당위이지만 한편으론 공허하다. 운영주체가 흔들리고 있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그릇된 행태를 보인다. 그럼 제도가 어떻게 될지는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 동서와 고금을 둘러보면 안다.

행태 외에 의지도 문제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이 있다. "입만 살아있는 법·검"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법원은 양형제도 개선을 위해 양형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조사업무 경비를 책정하지 않았고, 운영경비도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했다. 공판 중심주의를 주장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인원 증원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법무부는 올해 처음 도입된 범죄피해자 무료법률구조 사업 예산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법률구조공단이 올해 9월 현재까지 839건의 상담을 실시해 성과를 낸 사업인데도 내년에는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해 버렸다.

공방하라, 그리하여 개혁하라

실상이 처참하다. 국회는 사법제도 개혁 법안에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법원과 검찰은 입으로만 사법제도 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청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법원과 검찰의 정치공방, 그 저류에 사법제도 개혁 주도권 경쟁과 감정 대립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이 분석에 기초하면 서초동에서 벌어지는 정치공방을 사법제도 개혁의 절박성을 입증하는 상징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법원과 검찰이 속살을 보이면 보일수록 법조인 윤리기준 강화 요구는 비등해질 것이고, 영장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될수록 영장 발부기준 객관화 요구가 커질 것이다.

나쁠 것 없다. 아니, 당연하다. 개혁은 '리폼(reform)'이다. 따라서 개혁을 하려면 먼저 '폼(form)'을 무너뜨려야 한다. 벗겨야 한다는 말이다. 이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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