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도쿄 지요다구의 국립국회도서관 본관
ⓒ 양희진
사람들에게 한 나라의 경쟁력, 혹은 문화적인 수준을 알 수 있는 기준이 뭐냐고 물어 본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서관'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도서관 규모와 방대한 자료 관리 능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확인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수업에 쓸 자료를 찾기 위해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국회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대부분의 자료는 제가 다니는 대학의 도서관을 통해 구입하지만, 이번에 급하게 필요한 자료가 있어서 나들이를 했습니다.

필요한 자료를 청구하고 나서 도서관의 '국립국회도서관안내' 팸플릿을 들추다가 이곳 국회도서관이 전부 3개의 시설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지요다구에 있는 시설만이 국회도서관인줄 알고 있었거든요.

일본의 국회도서관은 도쿄도 지요다구 나가타초의 '도쿄 본관', 교토후 소우라쿠군 세이카쵸의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관', 도쿄도 다이토우구 우에노공원의 '국립국회도서관 국제아동도서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3개의 시설이 서로 협력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 도쿄 지요다구의 국립국회도서관 본관
ⓒ 양희진
▲ 도쿄 지요다구의 국립국회도서관 본관
ⓒ 양희진
제가 팸플릿을 뒤적거린 이유는 일본 국회도서관은 어느 정도의 장서를 소장,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26일자 <한겨레>에 게재된 우석훈 교수의 '껍데기에 미쳐버린 공화국이여'란 기사에 나온 "한국 카이스트 대학원생의 도서 구입비가 3000만원"이란 내용을 접하지 않았다면 일부러 팸플릿을 달라고 하여 볼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곳, 일본 국회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단행본과 정기간행물, 신문의 양만을 가지고 한국 국회도서관과 단순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국회도서관(2006년 10월 현재)
단행본 114만2222권
정기간행물 2만231종
신문 929종

일본 국회도서관(2006년 9월 현재)
図書(단행본) 859만8798권
逐次刊行物(잡지, 신문) 1121만7918점(약 19만 종)


처음에는 일본 국회도서관 단행본을 나타내는 859만8798권이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한국 국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단행본이 114만2222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두 숫자의 차이를 절감하게 됐습니다.

장서의 양이 많고 적음이 좋은 도서관의 기준이 될 수 없겠지만, 장서가 많을수록 자료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가능성과 경쟁력을 제공해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 도쿄 지요다구의 국립국회도서관 본관, [風景의 舞奏] 1989년 松永 勉작
ⓒ 양희진
▲ 도쿄 지요다구의 국립국회도서관 본관, [Pause] 1984년 津田 裕子작
ⓒ 양희진
책이나 자료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우리 보다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국회도서관이 부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당연히 우리도 도서관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겠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있는 도서관이라도 더욱 많이 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늦은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자료를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 일본 국회도서관의 풍경은 장서의 양이 주는 부러움과는 다른, 또 하나의 부러움이었습니다. 입시나 취업, 고시공부를 하는 곳으로 변해버린 우리들의 도서관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http://wnetwork.hani.co.kr/sakebi/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