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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사는 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NSW사격클럽 홈페이지.

'법 준수 스포츠 사격인 연합(The Coalition of Abiding Sporting Shooters. 약자 CLASS)'이라는 긴 명칭의 사격인 단체가 호주국민들에게 총기구입을 권유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1월 18일을 '총 사는 날(National Buy a Gun Day)'로 선포한 것. 이 단체는 총기소유권이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개인의 책임감과 아주 중요한 평생기능을 가르쳐준다고 주장하면서, 사격인구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특별한 날을 정했다고 밝혔다.

"총을 가지면 자신감-책임감 길러준다"

이 단체의 피터 훼란 회장은 "총 사는 날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면서 "이미 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인근 총포상에 가서 하나 더 사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총기류를 소유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해당지역의 사격클럽으로 가서 회원이 되고 싶다고 밝히면 되고, 총기를 구입하여 면허를 취득하고 싶은 사람은 총기류 등록소에 찾아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훼란 회장은 '총사는 날'에 즈음하여 호주의 전설적인 시인 헨리 로슨이 쓴 시구를 인용했다. 헨리 로슨은 '모든 호주 남자들은 라이플 한 자루씩 갖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시를 썼다.

시 한 구절을 낭송한 훼란 회장은 "지금부터 꼭 100년 전인 1906년이 아닌 2006년에 헨리 로슨이 이 시를 썼다면 '모든 호주인들'이라고 썼을 것"이라며 여성들에게도 총기구입을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총기소유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다면 마약문제 등 반사회적 행동을 멀리할 것이다"라며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현 호주 총기류관리법은 젊은이들에 대해서 배타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또한 호주에서는 서구의 몇몇 나라처럼 총포상에 줄을 서서 총기를 구입할 수도 없으며, 그런 방식의 총기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꼭 10년 전에 발생한 호주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 직후부터다.

10년 전에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 포트 아서 사건 다음해인 1997년에 폐기하기 위해서 정부가 구입한 불법총기류.
ⓒ TWT
1996년 4월, 호주 최남단의 섬 타스마니아 주의 작은 항구도시 포트아더에서 마틴이라는 청년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관광객과 주민 35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주국민들은 경악했고 국민 절대다수의 요구에 의해 총기류소지법이 개정됐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사격클럽들이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도 10년 전의 악몽이 잊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총기류가 근본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특히 호주처럼 광활한 대륙에 독립가옥이 많은 경우에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총기류 소지는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아울러 야생동물의 농작물피해를 많이 당하는 농민들에겐 예외조항을 두어야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특히 캥거루의 피해가 심해서 정기적으로 캥거루 사냥에 나서고 있다.

호주의 일부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대형화된 도시들에선 갱단 등 범죄집단이 저지르는 총격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총 사는 날'까지 정해서 총기류소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사법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수개월 전 갱단과 연계된 총기밀수조직이 전쟁터에서나 사용되는 무기류를 밀수입하여 호주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실제로 총기류가 밀거래 되는 시장에 나가면 권총은 물론이고 AK소총까지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호주통신(aap)이 보도했다.

"총으로 무엇을 겨냥하겠다는 말인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총기류소지 금지법 완화를 반대하는 그룹에서는 "내일이 총 사는 날이라고? 그럼, 그 다음 날은 총 쏘는 날이냐"라면서 "즉각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호주당국도 그냥 지켜보고 있을 것 같지 않다. 10년 전 총기류소지 금지법을 만들 때 국민 절대다수가 동의했기 때문에 강력한 단속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자 <데일리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의 '총 사는 날' 기사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총으로 무엇을 겨냥하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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