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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 비정규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기자는 '비정규직, 이거 남의 일이 아니군'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특히 KTX승무원과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비정규직뿐인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생의 대부분은 여전히 비정규직에 무관심하다. 비정규직을 사돈에 팔촌 뻘 되는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걸까?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이 있다. ‘인턴경력을 쌓아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인턴은 입사지원서 경력란에 빼놓아서는 안 될 항목이 되어버린 듯하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 연세대 취업정보 홈페이지의 인턴채용 게시판. 하루에도 게시물이 여러 건씩 올라와 인턴 수요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 윤효정
사실 인턴시장이 이처럼 급속히 팽창한 데는 '정부지원 인턴제' 탓이 크다. 초기의 인턴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인턴기간이 끝나면 기업이 채용하는 ‘실무수습’의 개념으로만 쓰였다.

하지만 IMF때 단기적으로나마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지원 인턴제가 생기면서 인턴은 연수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굳이 채용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특정분야를 폭넓게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인턴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지원 인턴제가 종료된 후에도 연수 목적의 인턴제는 노동의 유연성추구나 핵심인재론 같은 이론과 맞물려 여러 기업에서 정부와 연계 없이도 자체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현재와 같은 거대한 인턴시장을 만들어냈다.

인턴을 경험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그들의 법률상의 지위 또는 보호에 관한 규정은 아직 명확치 않다. 캠퍼스 내 다양한 언론들이 인턴을 주제로 글을 싣고 있지만 그 내용은 인턴경험의 소중함 정도에 그칠 뿐 인턴생의 권리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인턴의 근로자성

우선 인턴을 근로자로 볼 수 있을지 여부부터 판단하여 보자.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에서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만약 기업이 인턴사원을 순수하게 훈련만 시킬 경우, 그가 받는 보수는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이 아니라 ‘훈련수당’의 성격을 가지게 되므로 인턴의 근로자성은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훈련과 실제 근무를 구별하는 기준은 명확치 않고 사실상 인턴을 순수하게 훈련만 시키는 사업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경우 인턴의 법적 지위는 직업 훈련과 실제 근무를 겸한다는 점에서 실습생이나 수련의(레지던트)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며 대법원 판결은 수련의에 대해서 일관되게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왔다. 따라서 인턴은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정부지원 인턴제 하의 인턴사원을 근로자로 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행정해석에서, 기업체가 직접 인턴을 채용하고 임금도 직접 지급한 경우 인턴사원은 근기법상 근로자로 판단된 바 있다. 대학, 연수업체, 인턴 상호간 인턴약정서를 체결하고 대학총장으로부터 인턴수당을 지급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근기 68207-312)

"인턴은 사실상 단기 계약직 근로자"

그렇다면 노동관계법 등에 정의되지 않은 근로계약형태인 인턴은 어떤 성격을 지니는 걸까? 민주노무법인의 황규수 노무사는 “이름은 인턴이지만 사실상 아르바이트 또는 단기 계약직 근로자”라며 “일종의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인턴은 정규직 근로자와 계약기간의 차이만 빼면 동등보호의 법칙에 따라 근로법상 똑같은 적용을 받게 된다. 우선 최저임금인 시급 3100원 이상을 받아야한다. (수습근로자의 경우엔 3개월까지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하고, 3개월이 이후부턴 3100원 이상 지급) 또한 하루 8시간이상 근로시 연장수당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장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50%이상의 임금이 더 지급되어야 하며,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근로할 때엔 야간수당이라 하여 추가로 50%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한 시간 임금이 1000원이라면 8시간 초과 시 1500원, 야간 근무 시 2000원 이상의 임금을 받는 것이다. 주말 근로는 휴일 근로수당이라 하여 통상임금의 50%이상 임금을 받는다.

보험의 적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한 주에 15시간미만으로 근무하는 초단기근로자가 아니라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또 인턴이라 하여 계약기간 내에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학생들은 인턴의 임금 중 일부가 훈련수당이고 나중에 회사 지원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점을 들어 낮은 임금에 대해 별로 불만을 갖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황 노무사는 "기업차원에서 인턴제는 고용유지에 부담 없이 젊은 인력을 쓸 수 있으므로 유리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선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인턴이 정규사원의 업무를 덜어주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고, 취업을 위해서는 인턴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현실에서 인턴근무를 위해 다른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 대응하는 합당한 임금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논문 '지방의회 인턴십의 실태와 발전방향'( 송광태, 최병대), '인턴사원의 근로기준법상 지위'(강성태)를 참조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자치언론 『연세通』 20호에 실린 기사를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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