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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지난 2005년 7월,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 부동산 앞에서 시민이 매물 리스트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며칠 전 고객 한 분이 오피스텔 분양권을 구입하고 싶다면서 103평이나 90평 중에서 가격만 맞으면 곧바로 계약하겠다며 알아봐달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이 곳 창원에서 분양될 때 창원은 물론이고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오피스텔입니다.

오피스텔 시세를 알아보았더니, 각 4동에 하나밖에 없는 103평은 프리미엄만 3억에서 4억이고, 90평은 2억원까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분양 1년 5개월만에 몇억이 웃돈으로 거래되는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당첨만 되면 로또"라며 분양을 위해서 길에서 밤새웠던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6월 1060세대를 분양하는데 무려 4만632명이 청약해 경쟁률만 38대1을 기록했고 청약금만 해도 1조5천억원이 몰릴 정도로 열광했던 이유를 이제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많은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양 당시 프리미엄 1억원을 호가하던 40~50평대는 동의 위치와 층수에 따라서 지금은 프리미엄이 1천만원도 되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실제 입주를 원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시세차익만을 목적으로 적지않은 웃돈을 주고 구입한 사람은 적지 않은 손해를 봤습니다.

평범했던 가정주부가 부동산 중개업자가 되기까지

지방의 중소도시인 이 곳 창원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개업한 때가 2003년 5월, 그냥 평범한 주부였던 제가 부동산중개업이라는 직업에 몸을 담은 지 벌써 3년하고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2001년 후반, 몇년 전부터 전자부품제조업을 하느라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남편의 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납품하는 회사가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중국에서의 현지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불안한 미래를 위해서 뭔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동산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획득하는 데는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대하는 생소한 법률용어를 익히기 위해서 녹슬어가는 머리를 쥐어짜기도 했는데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어떤 일이라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험에 합격을 한 후, 실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개업을 할 수 없어서 아는 분의 부동산사무실에 1개월 정도 사용인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사무실은 창원의 어느 재건축대상인 아파트 근처에 있었는데, 집을 사고 파는 것이 그처럼 쉽고 간단하게도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은 집을 꼼꼼하게 둘러보고 많은 검토 끝에 사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재건축 가능성이 있다는 저층 아파트는 몇 층인지 집상태가 어떤지는 보지 않고, 그냥 평수와 가격만 맞으면 그 자리에서 곧 바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직 어린 아기를 등에 업은 젊은 새댁이 적당한 투자대상을 찾아 상담하는 모습은 '살림이란 모름지기 헛돈 나가지 않게 한푼 두푼 아끼고 그 돈으로 적금을 붓거나 저축하는 것'이라고 알고 살아온 이 평범한 아줌마를 놀라게 했습니다. '내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기까지 했습니다.

8·31 대책 이후, 안정된 창원의 아파트시세

2005년 8월까지만 해도 지방의 중소도시임에도 이곳 창원의 아파트시세는 무척 높았습니다. 강남을 제외한 서울 지역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창원의 아파트 가격이 지금처럼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것은, 지난해 정부가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였습니다.

기준시가로 계산되던 취·등록세가 실거래가로 계산되면서 갑자기 많은 세금이 많아지고, 단순히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려던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또한 2007년부터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를 50% 중과세하겠다는 발표도 나와서 이미 여러 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 어느 시기에 초과분의 아파트를 매매해야 하는지 간간이 전화상담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사무실이 갑자기 개점휴업상태로 전환되어 버렸고, 창원의 부동산중개사무소 휴·폐업률이 최고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 지난해 8월 3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추병직 건교부 장관, 문경원 행자부 제2차관, 이주성 국세청장,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년전 아파트 구입 시기를 놓쳐 버린 고객은 지금도...

이번 일요일이었습니다. 부동산사무실을 개업하기 이전부터 알고 지내는 분이 저의 사무실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아파트시세를 물어왔습니다. 2년 전 여름, 그분은 지금 살고 있는 20평대 아파트를 처분하고 30평대 아파트로 옮겨가고자 했습니다.

2년 전, 그 분이 끝내 구입하지 못한 그 아파트는 창원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로, 문화적으로 누리는 것도 많은데다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선호하는 학교가 가깝고 이름난 학원들이 밀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아파트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던 때여서 매도인의 의도에 따라서 계약 여부가 이루어지던 때였습니다.

팔려는 물건은 한정되어 있는데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자, 매도인은 자신의 중개수수료까지 매수인에게 떠넘기려 했습니다. 그런 매도인의 태도에 그 분은 계약서 쓰기를 망설였고, 그러는 동안 다른 사람이 해당 아파트를 계약해버렸습니다. 불과 며칠새 시시각각 뛰는 아파트 가격을 끝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당시 저는 그 분에게 "아파트 가격이 자꾸만 오르고 있으니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어도 상대방 중개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계약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후회할 수도 있다고요.

하지만 그 때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끝내 포기했던 그 분은 이번에도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창원의 아파트 시세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어느 안정됐다고 하지만, 어찌 되었거나 2년 전의 가격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32평 아파트가 2년 전보다 무려 3천만원 이상 오른 지금의 아파트 가격. 과연 그 분은 그 2년이라는 기간 동안 3천만원이라는 돈을 모았을까요? 여전히 2년 전의 20평대의 아파트에 살면서 "그 때 소장님 이야기를 들을걸 그랬다" 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는 그 분을 보면 저 또한 마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30평대의 아파트로 옮기고 싶어도 취·등록세와 부동산 중개수수료, 그리고 아파트 수리비와 이사 비용, 또 새로 바꿔야 하는 가재도구까지 꼼꼼하게 따져보았더니 무리가 많아서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는 그분께 저는 진심으로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파트수리는 너무 무리하지 말고 꼭 필요한 부분만 해결하고, 가재도구는 살면서 형편에 따라서 바꾸시더라도 지금 아파트를 구입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요즘 서울과 과천의 아파트값이 하루가 다르게 급상승하다 보니 창원에서도 계속 관망하고 있던 실수요자들이 서둘러 아파트를 구입하는 추세입니다. 이번에도 포기하면 아파트 가격은 또 지금보다 훨씬 더 오를 것 같아요"

떨어지는 20평대, 뛰는 30평대

저의 부동산중개사무실 근처의 아파트 가격은 평수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20평대 아파트는 평당 300만원에서 500만원대까지, 최고 넓은 평수인 50평대 아파트는 900만원이 넘다보니 고객들 또한 다양한 사연과 그 형편에 맞추어서 중개를 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20평대의 아파트는 2~3년 전보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매매가는 8000만원 정도인데 전세가는 7000만원이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예비신혼부부들이 차라리 아파트를 매수하면 괜찮겠냐고 물어옵니다. 저는 부동산중개인보다 살림사는 가정주부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제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만약 20평대의 아파트를 사면 취·등록세를 내고 등기를 해야 하고, 재산세도 부담해야 합니다. 몇 년 동안 그 아파트에서 살다가 팔고자 할 때는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런 20평대 아파트와는 달리 30평대 이상은 어느 순간 상승곡선을 타면, 평당 몇십만이 껑충 뛰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중개업자가 아닌, 가정 주부로서 바라는 부동산 시장은

▲ 한 할아버지가 동네 어귀에서 주워모은 신문, 종이상자 등을 자전거에 싣고 부동산 가게 앞을 지나고 있다.
ⓒ 남소연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본 자료인데,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를 훨씬 넘어섰다고 합니다.

11월 13일 행정자치부가 국회 재경위 소속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0대 집 부자들이 소유한 주택이 모두 1만5464채에 이르고 있고, 1인당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155채. 집을 100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집 부자는 총 37명으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집은 총 1만725채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부유층 상위 10명이 소유한 주택은 5508채, 20명이 소유한 주택은 8205채, 30명이 소유한 주택은 9923채나 되고 40명은 1만121채, 50명은 1만1948채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심상정 의원은 "주택보급률이 105.9%로 집이 72만3000가구 남아도는데도 국민 41.4%인 1700만명이 셋방살이를 떠도는 것은, 일부 부유층이 집을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집 부자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신규 아파트 분양 제한, 보유세와 임대소득 과세 강화 등 주택 과다소유를 제한하지 않고는 부동산 투기와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부동산중개사무소를 개업한 지 이제 3년 6개월된 부동산 중개인인 제가 부동산 중개인이 아닌, 한 가정의 살림을 사는 평범한 주부의 입장으로서 꼭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더 이상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평수의 집을 원하는 시기에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평생을 바치지 않고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 앞으로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내릴 것인지 이것 저것 복잡하게 따지지않고, 실수요자들이 마음 편하게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내가 겪은 집값·전세값 폭등> 기사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지글을 참고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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