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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현악앙상블 초콜릿의 16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연주 마지막 곡 <몽금포 스토리>를 연주하고 있다.
ⓒ 김기

작년 이맘때쯤 강남의 한 음악회장에서 만난 초콜릿을 만났을 때는 사실 음악보다는 사람내음에 흠뻑 빠진 기억이 생생하다. 사랑은 본디 내리사랑이라는 것쯤이야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어린 제자들을 위해 시간, 돈, 열정을 모두 쏟는 두 스승의 이야기에 계절감을 잃을 정도로 가슴 훈훈했었다.

초콜릿은 곽은아, 김희정 두 가야금 선생이 만든 이화여대 국악과 대학원 학생들로 구성된 현악앙상블이다. 작년 처음 결성할 당시만해도 가야금앙상블로 시작했지만 올해는 현악앙상블로 거듭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11월 16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제287회 국립국악원 목요상설 프로그램에 출연한 초콜릿은 작년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 초콜릿은 실내악의 집중으로 자기 색깔을 찾고 있다. 사진은 첫곡 <어느 섬>을 연주하는 장원희, 김혜원, 당화정
ⓒ 김기

우선 악기편성이 작년의 가야금 중심에서 거문고, 해금, 아쟁 등 국악 현악기를 모두 동원한 현악앙상블의 모습으로 발전한 모습으로 보였다. 단지 악기편성만이 발전한 것이 아니라 모두 초연곡으로 꾸민 연주임에도 여유 있게 소화해내어 1년 동안 많은 기량향상이 있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연주할 곡을 미리 음반으로 만들어 음악회를 찾은 청중들이 연주회가 끝난 후 말의 평가보다 음반구입의 행렬로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가야금앙상블에서 현악앙상블로 진화한 초콜릿 두 번째 이야기에 가담한 작곡가들은 황호준, 오현석, 민경아, 김만석, 오의혜 등이다.

특히 황호준은 <몽금포 스토리>, <시간여행>, <낯설게 말하기> 등 총 7곡 연주 중 3곡을 써주었고, 그래서인지 유일하게 리허설부터 꼼꼼히 초콜릿의 연주를 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황호준 작 3곡 중 <몽금포 스토리>는 맨 마지막 연주되었는데, 황해도 민요 몽금포타령을 주제로 한 재즈쿼텟과의 협주로 구성된 흥겨운 곡으로 청중들과 함께 하기에 좋았다.

전국에 국공립 국악관현악단이 많이 생겨났지만 매해 국악을 전공하는 500명 가량 배출되는 졸업생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관현악단만이 반드시 좋은 진로만은 아니어서 그 동안 각 대학은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런 문제를 작게나마 해소하기 위해 문화관광부는 국악강사풀제 등을 통해 어쨌거나 국악을 손에 놓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왔어도 사실 그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었다.

▲ <도드리 #!>을 연주하는 유리, 구수정,한민지
ⓒ 김기

국악도 문화의 하나인 까닭에 음악 자체로써 대중에게 소용되고, 그럼으로써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춰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도 한계가 있는 법이기에 결국 국악도 스스로가 음악대중과 함께 호흡할 길을 모색하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바람직한 문제해결의 방법이 된다. 국악현악앙상블 초콜릿은 그 모색의 단초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숙명가야금연주단 역시 그 대안으로 떠오른 현상이다.

초콜릿은 단지 자기의 색깔을 찾는 중이고 그것은 이지리스닝 계열의 창작곡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서고자 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국악의 색채를 조금 낮추고 현대적 맛을 높여 퓨전과는 조금 달리 아직 배우는 학생들로서의 진지함과 듣는 이를 위한 흥미로움을 잘 조화시켰다. 무엇보다 초콜릿 두 번째 이야기는 좋은 작곡가들과 만난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느 섬>(오현석 작곡), <파도의 노래>(오의혜 작곡), <도드리#1>(김만석 작곡) 등 소규모 편성에는 국악기만의 앙상블로 연주되었는데 소박한 국악기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일상에서 독서나 차 한 잔을 즐기면서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소담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시간여행>, <몽금포 스토리> 등 재즈쿼텟 등과 협주하는 대규모 앙상블은 규모의 볼륨을 확보하면서 좀 더 많은 청중과 만나도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 <파도의 노래>를 연주하는 초콜릿 단원 김유선, 김참다운, 김선영, 한안나
ⓒ 김기

초콜릿을 이끄는 이화여대 곽은아 교수는 “초콜릿은 피로에 지친 많은 이들이 찾기 쉽고 손 닿을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어서 선택한 이름”이라면서 “그러나 진정으로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고, 마음가짐이기에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다”라고 초콜릿이 두 번째 연주에 임하는 자세를 설명했다.

요즘 국악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미래에 대해 밝은 희망을 갖게 한다. 뭐가 좀 된다고 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부화뇌동의 모습도 없지 않지만 초콜릿처럼 자기들만의 색깔을 찾아 차별된 음악을 통해 음악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더 많이 발견된다. 20세기 수많은 국악인들의 고민과 땀의 결실이 한 세기를 지난 21세기에는 꽃과 열매를 맺을 기대를 걸게 한다.

초콜릿의 16일 음악회는 연주의 만족감과 함께 젊은 국악인들에게서 희망과 기대를 발견한 즐거움도 컸다. 초콜릿은 두 번째 연주회를 통해 달콤함과 함께 신선한 새콤함도 겯들인 진화를 확인시켜 주었다.그래서인지 날은 좀 흐렸지만 단풍에 물든 낮으막한 언덕에 기대선 국악원의 풍경이 평소보다 밝아보였다.

▲ 단풍든 언덕을 배경으로 만추의 단아함을 느끼게 하는 국악원 마당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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