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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소희

아기 아버지는 잠시 바보가 된 것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욕했다.

"정말 사람도 아니야!"
"일이 이렇게 된 건 다 그 작자 탓이야!"

꼴로니 마을에서 아기가 죽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기의 아버지가 딸을 살리는데 관심이 없었다고 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아버지는 분명 딸을 사랑했다. 그들의 사진을 찍었던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아기의 사진을 찍기 위해 꼴로니 마을에 갔었다. 아기는 엉덩이가 썩는 병에 걸려 거의 가망이 없는 상태였다. 위급한 아기의 후원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요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동네 꼬마들이 몰려들었다. 꼬마들은 지니의 가방을 열고 색색의 매니큐어를 꺼내 손톱에 발라보며 흥분했다. 시끌벅적한 꼬마들 뒤로 아기가 앉아 있었다.

"자, 모두들 저쪽으로 가자. 메이, 얼른 사진 찍어."

지니는 매니큐어로 아이들을 꼬여서 몰고 사라져 주었다.

이제 쨍쨍한 햇볕 아래 아기와 아버지 그리고 나만 남았다. 먼저 아기를 찍고 아기를 안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찍었다. 그러는 동안 아기는 울었다. 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기의 병원비로 약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은 내 여행경비에 조금 더 보태면 가능할 지도 몰라’

나는 그런 상상만 하고 있었다. 갑자기 생겨난 미안함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 나에게 세상을 구하라고 말하기라도 한 듯이.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안함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메이!"

어느 날 저녁, 식사가 다 끝나갈 때서야 나타난 람이 나를 불렀다. 많이 지쳐 보였다.

"메이… 나한테 괜찮다고 말해줄래?"
"무슨 일이야? 왜 그래?"
"꼴로니… 그 아기가 죽었어."

나는 아픈 아기들 사진을 모아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기 일이 어떻게 되가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 새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그동안 람은 사방으로 뛰어 다니며 후원자를 구하러 다녔다고 했다.

"만나는 외국인마다 붙들고 이야기를 하다가 후원자를 만났어. 그래서 그를 데리고 꼴로니로 달려갔지."

후원자, 람, 의사 등 몇몇 뜻을 합친 사람들이 꼴로니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했을 때 본 것은 동네 사람들과 포커를 치고 있는 아버지였다. 람은 돌아앉은 그를 붙들고 소리쳤다.

"후원자를 찾았어요! 어서 집으로 갑시다!"
하지만 그는 들은 척도 안 했다. 치던 포커만 열심히 쳤다.

"이봐요! 아기는 지금 위급한 상황이라고요! 어서 일어나요!!"
이번에도 그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화가 났다.

"미쳤어. 저 작자는 미쳤다고!"

결국 사람들은 아버지를 버려 둔 채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기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기는 이미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됐다고 한다.

다음날 나는 서늘한 빈 교실에 앉아 있었다. 동영상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노트북을 열고 다시 한 번 꼴로니 아기와 아버지 사진을 보았다. 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 아버지 왜 그랬을까?'

사진 속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 눈은 말하는 듯 했다. 딸을 많이 사랑했다고. 다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채 딸의 고통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그 상황이 무서웠을 것이다. 가망이 없는 딸 앞에서 겁이 나 바보가 돼 버렸던 것이다.

꼴로니 아기로 인해 바보가 된 것은 아기 아버지뿐이 아니었다. 이 일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단체로 바보가 됐다. 모두들 자신이 허술했다고 자책을 했다. 그래서 아기를 구하지 못했다고.

누군가 나에게 세상을 구하라고 한다면 나는 끝까지 도망을 칠 것이다. 세상을 구하는 일은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도망을 쳐봤다. 하지만 마음은 전혀 상쾌하지 못했다. 한 번 생겨난 미안함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 왕소희

덧붙이는 글 | 행복닷컴, 미디어 다음에 함께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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