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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인천 검단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가 있자 마자 옆동네 집값까지 오르고 있다. 전세매물도 구하기 어려워졌다(자료사진).
정부의 인천 검단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가 있자 마자 옆동네 집값까지 오르고 있다. 전세매물도 구하기 어려워졌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야야, 검단이 너거 사는데서 머나?"
"검단은 왜요, 아버님?"
"검단이 그래 아파트 값이 마이 올랐다카던데 너거 집에서 가까우마 좋잖아."


인천 검단 신도시의 충격파가 멀리 경상도까지 퍼졌다. 경북 의성에 사시는 시아버지께서도 검단 신도시의 땅값을 말씀하신다. 우리가 사는 강화도랑 검단이 가까운지 알아보려고 지도에서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더라며 검단이 강화에서 가까운지 물으셨다.

"검단에 아파트가 마이 들어선다 카던데 그라마 너거 사는 데도 좋아질 거 아이가. 검단이 너거 집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노?"

사실 나는 검단을 잘 모른다. 내가 사는 곳이 인천시 강화군인데도 같은 지역인 인천시 검단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검단은 우리가 관심을 둬야할 만큼 요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검단이 이번에 엄청나게 뛰었다. 변두리 지역이라서 관심권밖에 있던 검단이 이번에 신도시로 지정이 되면서 가격이 급상승해서 이제는 도시로 진입해 버렸다.

도시에 그대로 살았더라면, 부자가 됐을까

판교 신도시 아파트 당첨자가 발표된 4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판교 신도시 아파트 당첨자가 발표된 4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강화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까 검단의 개발소식이 싫지만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니 솔직한 말로 기대감마저 들었다. 검단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또 김포시 양곡에도 신도시가 들어서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니 괜히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꼭 뭔가 빼앗긴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검단쯤이라면 도시라고 생각도 안 했는데 이제는 쳐다보기 힘든 곳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미리 좀 하나 장만해 두었더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얼마 전에 남편이 뜬금없이 그랬다. "여보, 우리가 부천에 그대로 살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됐겠지?"

그래서 내가 "글쎄 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당신, 왜 그런 생각했어?" 하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남편이 말하길 "도시에 살면 아무래도 아파트 가격에 민감할테고 그래서 그 쪽으로 많이 연구를 하고 신경을 썼을 거 아냐, 그러면 집을 옮겨가면서 평수를 늘려갔을 거야"하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도시에 살면 아무래도 그 쪽으로 신경을 많이 쓸테고, 그러면 집 평수를 더 늘려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꼭 잘 사는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그게 꼭 잘 사는 건 아니잖아. 난 지금 내 생활에 만족하는데?" 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한 지 며칠이 안 지나서 검단 신도시 발표가 났고 그리고 도시에선 아파트 광풍이 몰아쳤다. 언론에서는 연일 미친 듯이 뛰어오른 아파트 이야기를 했다. 어디가 어떻고 또 어디는 얼마 뛰었다느니 하는 그런 말을 매일 해댔다.

시골로 이사오던 날 "10년 뒤"를 약속했던 남편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도 불안해졌다. 도시 사람들은 저렇게 쑥쑥 나아가는데 시골에 사는 우리는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이 나라엔 도시만 있지 시골은 없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딴 나라 이야기 같았다. 그들과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았다.

우리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할 결심을 할 때 그 때 남편은 자신있게 말했었다. "앞으로 10년 뒤면 세상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그 때는 분명 시골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나를 설득했었다.

아직 10년은 채 안 되었지만 남편의 말은 그리 실현될 가능성이 안 보인다. 도시는 경제적으로 쭉쭉 잘 뻗어나가는데 시골은 늘 제자리 걸음을 하는 거 같다. 남편은 분명 시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 했는데 지금 추세라면 시골 땅을 팔아서 도시에서 집칸이라도 장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세상은 이해 관계에 따라 굴러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생각을 달리 한다. 작아도 내 집이라도 한 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집값이 올라도 `크게 불안해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집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당혹감이 들 것이다.

지금 집이 있는 사람은 아파트 가격이 올라도 크게 당혹감이 들진 않을 것이다. 다른 곳의 집값이 오르면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따라서 오를 테니까 별로 걱정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의 경우엔 당혹감을 넘어 열패감이 들 것 같다. 이제 집을 사는 건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미친 집값의 시대를 지나가기 위해

치솟은 부동산가격을 상징하듯 우뚝 서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치솟은 부동산가격을 상징하듯 우뚝 서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도시는 지금 미쳐있지만 시골은 조용하다. 신문 방송에서 아무리 떠들어대어도 그건 남의 일이지 내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생활이 만족하니까 그다지 영향을 받진 않는다. 일부러 이야기를 그 쪽으로 꺼내 봐도 사람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하는 말이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그러기만 했다.

하지만 그들도 불안한 점은 있었다. 나는 지금 시골에서 잘 살고 있지만 그래서 도시의 아파트 값이 오르든지 말든지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자식들을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그랬다. 내 자식들은 자라서 도시로 나가서 살텐데 그 때 집칸이라도 얻어줘야 될텐데 지금 같아서는 집을 사주거나 얻어줄 형편이 되겠냐며 그랬다.

내 자식들은 덜 힘들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부모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집 한 칸 장만하기 위해서 그야말로 뼈빠지게 노력하며 사는 게 인생인데 그 힘든 길을 부모가 조금만 도와주면 훨씬 살기가 나을 텐데 그걸 해줄 수 없게 되었다. 집값이 너무 뛰어서 어떻게 도와줄 길이 안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자식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사태가 걱정스럽고 당혹감이 든다.

세상이 요지경 속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고나면 뛰고 또 뛰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 세상이 미쳐서 날뛰는 것 같다. 극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극으로 치달으면 변한다는 말이 있다. 뛸 만큼 뛰었고 미칠 만큼 미쳤다. 이제는 변할 일만 남았다.

세상이 변하면 남편의 말이 이루어질까? 극에 치달으면 고요해질까? 그러면 딴 나라 같은 도시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질까? 극에 달해서 미친 듯이 몰아치는 지금 이 한 때가 지나가면 누구나 다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까.

'그 때가 되면 시골도 각광을 받을 그런 때가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이 집값이 '미쳐버린' 시대를 지나가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내가 겪은 집값·전세값 폭등> 기사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지글을 참고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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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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