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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참정연 주최 워크숍에 강사로 참석해 "선거는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했다.
ⓒ 오마이TV 김도균


"종합적으로 보면 시스템상으로 가장 안정된 정부다."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이 내린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다. 1년 10개월여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사면초가에 빠진 노무현 정권에 대해 "요즘은 목소리 큰 사람이 반복해서 주장하면 그것이 마치 사실이 되는데, 종합적인 실체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1일 열린우리당이 창당한 지 꼭 3년이 되는 날, 이 의원은 대전에서 열린 '참여정치실천연대'(이하 참정연, 대표 김형주 의원) 워크숍에 초청 강사로 나섰다. 주제는 '참여정부의 성과와 과제'. 이 의원은 한 달 전 이광철 의원이 부탁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 정무특보로서 나선 자리가 아님을 강변했다.

이 의원은 참여정부의 중요한 성과로 "정경유착의 완전한 근절"을 꼽았다. 이 의원은 "모든 정책의 왜곡, 지역갈등, 시장질서의 교란은 따지고 가면 정경유착이었다"고 전제한 뒤 "참여정부 집권 이후 단 한 명도 권력을 활용해 정경유착의 파문을 일으킨 적 없지 않냐"며 "앞으로 한국 사회 발전의 엄청난 밑거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들어설 정부가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면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며 "선순환 구조로 발전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다듬고 다음 정부도 승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이 가장 안 좋은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그는 주식, 금리, 경제성장율 등 각종 지표를 거론하며 "참여정부가 끝나는 2008년이면 2만불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경제 규모와 시스템에 비해 체감경기는 굉장히 나쁜데 이 점은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건설업이 공급 한계에 이르면서 이 분야 인력이 서비스업 등으로 전환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31 부동산 대책을 관장했던 그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실가거래가 안돼서 부동산 시장이 투명하지 못했는데 참여정부가 등기부상에 실가를 기록하도록 한 것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의원의 평가는 체감 여론과 달랐다. 청와대가 늘 불평해 왔던 "반대하는 얘기들은 크게 보도되고 문제를 해결한 성과는 정부가 홍보를 못했다"는 점에서, 그 역시 상당히 억울해 했다.

그는 "그 점이 안타깝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해서 제도가 정착하면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단순한 현상에 급급하지 말고 원칙과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낙관했다.

"참여정부, 시스템상으론 가장 안정된 정권"

이날 강연은 여권의 정계개편론과 관련 '이해찬 역할론'이 제기되는 와중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자제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처음에는 정치인이나 정치 얘기도 하면서 포괄적으로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강연을 수락하고 난 뒤 대통령 정무특보로 임명이 되었기 때문에 내가 정치 얘기를 하면 아마 기사가 만발할 것이다(웃음). 정계개편 논의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서 했는데 그 와중에 특보가 큰 불을 지르는 결과를 빚을 것 같아서 정책 얘기로 한정해서 말하겠다."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일단 이날은 '갈무리' 했고, 다음을 기약했다.

"내가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이고 현역 의원인데 정치적인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얘기를 언제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여러 의원들이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데 할만한 기회가 되면 절차와 형식을 갖춰서 하겠다."

관심은 ‘노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통하며 한나라당을 상대로 ‘쌈닭’ 이미지를 자처했던 그가 취할 행보다. 이날 강연에서도 이 의원은 “박정희 정권은 시장경제라 볼 수 없고 민주정부도 아니었다”고 일갈했다.

이해찬 의원을 포함해 문재인 전 민정수석 등 노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정무특보단이 꾸려지면서 당에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경제, 외교에나 신경 쓰라"며 '벤치론'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까진 정계개편 논의를 자제하기로 했지만 물밑 신경전이 뜨겁다. 이슈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다. 지도부를 비롯해 대세는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수임기구'를 추인 받는 사실상의 당 해체 절차를 밟겠다는 것. 이에 반해 친노 그룹은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 지도부에게 당의 진로와 관련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에선 법률적 검토에도 들어갔다. 친노 그룹에선 당의 해산과 합당에 관한 사항은 전당대회의 고유의 권한이므로 중앙위원회에 위임할 수 없다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

반면 민주당 등과의 통합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쪽은 '표 대결'이라는 정면 충돌 방식은 피하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 지도부(비대위)의 결론을 추인하는 형태의 약식 전당대회를 계산하고 있다.

내년 전당대회의 성격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에 '이해찬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참정연 쪽에선 "질서 있는 대통합"에 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한 의원은 "분당 원죄론이나 창당 실험론 등 참여정부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것을 막아낼 것"이라며 "평민당 시절부터 당의 안정적인 변화를 위해 그가 해온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도 "참여정부의 성과와 노선, 원칙을 중시하는 분"이라며 "그렇다고 경직된 모습으로 현실에서 벌어진 상황을 무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는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는 사람이 이겨"

일각에선 이해찬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설도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 의원 측에서도 부인하고 있고 청와대 쪽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물밑 가교역이 우세하다. 친노-비노 진영의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 '명분 있는 통합'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오찬 회동 이후, '당 사수론'에서 "당 간판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며 한 발짝 물러선 친노 그룹의 변화된 기류도 주목할 만하다. 한 청와대 인사는 "지역분할 구도를 강화하는 정계개편론에 반대한다는 것이지 호남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애정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와 노무현 대통령 탄생 과정에서 당 선거기획을 책임졌다.

이해찬 의원은 이날 강연 말미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앞으로 4, 5년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 온다고 본다. 그 좋은 상황을 우리가 맞이할 것인가, 잘 만들어서 딴사람 줄 것인가, 그건 우리 역량에 달려 있다. 제가 선거를 많이 치렀는데 끝내 선거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이긴다. 364일 이기고 마지막 하루 소홀하면 진다. 그렇게 진 사람이 여럿 있지 않나. 다 살아 있다(웃음).

우리가 가진 역사적 과제가 있다. 분단 문제와 지역·계층 갈등, 사회·문화적 품격을 높여야 하는 등 역사적 과제가 있다. 정치인들 중에는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보려는 사람도 있지만 역사를 책임지고 가는 세력은 반드시 중심에 섰다. 역사적 인식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 오래 못한다. 저도 노 대통령도 그런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니 오래 하지 않았나.(웃음)"


정권 재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원칙과 명분을 강조했다. 5선 국회의원에 대통령 선거 2번, 시장선거 2번을 치른 '선거 전문가' 이해찬. 그의 움직임도 정계개편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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