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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부동산 정권의 무능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부동산 정권의 무능을 비판했다. ⓒ 조선닷컴 캡쳐화면
이 와중에 정작 부동산 교란의 주범은 나신을 드러낸 채 정책과 저널리즘을 비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체를 드러냈다간 ‘등신’ 또는 ‘왕따’로 내몰리기 십상이기 때문에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비웃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정부와 청와대, 여당은 2003년 ‘10·29 대책’을 시작으로 ‘8·31 대책’, ‘3·30 대책’, 그리고 최근 내놓은 ‘11·3 대책’ 등 지난 4년 동안 굵직한 부동산 정책들을 수없이 쏟아냈다. 부동산 정책만큼 참여정부가 공을 들인 분야도 없다. 그러나 여전히 뒷북, 무능, 꼭두각시 소릴 듣고 있는 이유는 교란의 주범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까닭이다.

이 바람에 “부동산 시장이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정부 말을 믿지 않게 됐다”는 불쏘시개를 보수언론에 제공한 꼴이 됐다. 이젠 “수도권 집값뿐만 아니라 지역의 집값도 덩달아서 급등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지역에서도 새나오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 잡으려다 지방 죽이지 말라”며 지역 언론에까지 불씨가 옮겨 붙은 양상이다 .

참여정부가 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는지를 놓고 해석하는 언론의 시각이 분분하다. “11.3 대책은 대통령이 긴급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한 뒤 나온 청와대 입장이라는 점에서 국민 겁주고 여전히 남 탓하는 손가락질뿐”이라고 중앙의 보수언론은 비난하고 있다.

정권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식한 때문인지 더 이상의 특별한 대안 제시도 없어 보인다. 현상을 확대해석하거나 시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도다. 모든 상황을 망쳐버렸다며 비난과 탄식만 늘어놓을 뿐이다.

<조선일보> 11일자 사설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부동산에만 매달렸던 ‘부동산 정권의 무능’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돌팔이 의사가 몸 한군데 병을 고치겠다고 극약처방을 남발해 몸 전체를 망가뜨려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짓을 한 것이다”며 호되게 비판했다.

부동산정책 실패가 좌파 탓?

<동아일보>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 탓을 좌파적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 탓을 좌파적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 동아닷컴 캡쳐화면
<동아일보>도 10일 사설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 탓을 좌파적 오만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한다. ‘시장 제압하겠다는 좌파적 오만부터 버려야’란 사설은 “경기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근본 원인은 정책 결정자들이 좌파적 이념 코드에 사로잡혀 시장과 무모한 힘겨루기를 해 온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이념적 성향을 꼬집었다.

깊은 고려 없이 서울 강남을 때려잡겠다는 계급적 접근, 징벌적 중과세와 규제 위주의 정책이 정부의 실패를 키웠다는 사설은 결국 “무능하면서 반시장 반기업의 얼치기 좌파 코드를 고집하는 오만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정부 실패의 요인임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까지 했다.

연재소설 ‘강안남자’로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문화일보>도 이날 사설 ‘부동산 대책, 시장 외면하면 또 실패한다’에서 “노 대통령처럼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라는 식의 ‘적대감’으로 시장의 저항을 자초한 것이 부동산 대란의 본질임을 잊어선 안 된다”며 날선 화살을 청와대로 겨냥했다.

지역적 시각에서 성찰하려는 지역신문들의 진단과 해법은 이와 다르다. 수도권 부동산 정책은 지역과 분리돼야 한다는 주문과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이미 지역 부동산시장에 이상조짐이 발생하고 있음을 경계하는 보도도 눈에 띤다.

‘수도권 집값 잡으려다 지방 죽이지 말라’는 <영남일보> 11일 사설은 지역정서를 이렇게 대변한다.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괜히 죄 없는 지방 경제만 죽여서는 안 된다. 현재 비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과는 반대로 지극히 냉각되어 있다.”

사설은 또 “이 상태에서 지금 알려지고 있는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시행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지방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한 뒤 분리대책을 요구했다.

“지방은 수도권과 달라도 한참 달라”

<영남일보>는 11일자 사설에서 수도권 집값 잡으려다 지방 죽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영남일보>는 11일자 사설에서 수도권 집값 잡으려다 지방 죽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 영남일보
<대전일보>는 ‘차라리 수도권을 아파트단지로 만들어라’고 사설에서 주문했다. 사설 제목처럼 내용 또한 “수도권은 부동산 폭등으로 난리지만 지방은 부동산 매매 및 건설경기 등이 오래전에 실종됐다”고 표현했다.

“‘세금폭탄’에 실수요자와 서민들이 멍들고 있다”는 이 사설은 “행정도시나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이 제대로 건설되고 기능을 발휘하게 함으로써 지역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과제”라고 주문했다.

<광주일보>도 10일 사설 ‘지방만 죽이는 부동산 정책 재검토해야’에서 “참여정부는 그동안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쏟아냈지만 타깃으로 삼았던 수도권 집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방 건설경기 및 지역경제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대책 신뢰할 만한가’의 <강원일보>의 이날 사설도 맥락은 마찬가지. “이번 분양가 인하는 수도권 매수세를 분산하기 위한 정책으로 주택 수요층의 관심을 수도권에 쏠리게 해 결국 도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져올 게 뻔하다”고 예측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높이 사면서도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지역 언론은 부각시켰다. 그런가 하면 아파트값이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과 맞물려 턱없이 상승하고 있는 현상을 좆아 실상을 보도하는 신문들도 눈에 띈다.

<전남일보>는 11일 최근 2년간 광주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은행의 '지역별 아파트 매매/전세가' 현황자료를 인용한 보도에서 “현재 광주지역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과 전세가는 각각 304만원, 218만원으로 2년여 전인 2004년 8월에 비해 14.3%, 14.1%씩 올라 인천과 대전보다 상승폭이 높다”고 전했다.

<전남일보>는 11일 최근 2년간 광주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전남일보>는 11일 최근 2년간 광주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 전남일보
“평당 1천만원대... 건설사 폭리”

그러나 <전남일보>의 이 기사는 <광주일보>가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강남의 아파트값은 17.9%나 급등한 반면 광주는 4.4%, 전남은 3.5% 오르는 데 그쳤다”며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정작 수도권 집값은 잡지 못하고 지방경제만 위축시킨 것”이라고 사설서 강조한 것과는 상이했다.

<경남도민일보> 등 경남지역 언론사들도 옛 한일합섬 터 아파트 개발주체인 태영·한림이 최고가 1000만 원대로 분양승인을 신청했다는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최저 36평, 최고 71평 등 모두 여섯 평형대 평균 분양가는 953만원 정도로, 당초 시장과 업계가 예상한 700만∼800만원을 훌쩍 웃돈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원일보>는 11일 사설에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져올 게 뻔하다고 진단했다.
<강원일보>는 11일 사설에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져올 게 뻔하다고 진단했다. ⓒ 강원일보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게 신청되면서 투기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는 지역신문의 보도는 건설업체와 떴다방 등 투기세력을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전북일보> 등 전북지역 언론사들도 “미분양아파트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아파트 분양가가 4년 새 90%이 상 폭등해 평당 1천만원 시대를 맞게 됐다”며 아파트분양가 폭등원인을 폭리를 취하려는 건설사에 있음을 지적했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의 혼선과 불안한 시장을 다루는 언론의 시각차는 보수언론과 지역언론, 지역 내부에서도 건설사가 운영하는 신문과 비건설사가 운영하는 신문들 간에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자기방어기제로서의 언론주의에 함몰돼 정책과 법리를 자사에 유리하게 적용시키려는 의도가 부동산저널리즘에서도 짙게 묻어난다. 부동산 교란주범이 나신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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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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