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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성주영

미국의 중간선거가 열흘 앞(11월 7일)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지도부에 초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 결과나 정치분석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이 하원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상원에서까지 소수당으로 밀려날 지 모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7일 결전의 날... 하원 전체와 상원 일부 교체

현재 하원은 공화당 231, 민주당 201, 공석 2, 무소속 1, 상원은 공화당 55, 민주당 44, 무소속 1석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16석을, 상원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6석을 더 얻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 33석, 하원 435석 전체 의석을 뽑는다.

AP통신 21일자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은 상원을 장악하기 위해 필요한 6석 가운데 4석을, 하원을 장악하기 위해 필요한 15석 가운데 10석을 확고하게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각축을 벌이던 지역들이 우세 지역으로, 열세 지역이 각축 지역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분석가들은 지난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 취임 이후 이라크 사태의 지지부진으로 부시와 공화당의 인기가 추락을 거듭해 온 데다 지난달 29일 마크 폴리 플로리다 연방하원의원의 섹스채팅 스캔들이 공화당에 결정타를 가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타임>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수 1002명, 조사의 오차한계 ±3%)에서 미국민들의 64%가 공화당 지도자들이 폴리 스캔들을 은폐하려 했다고 응답했으며, 25%가 폴리 스캔들이 공화당 후보에 투표하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공화 '인물론', 민주 이라크전 공격에 맥 못춰

현재 공화당 후보들은 선거이슈를 후보들의 인물됨, 대테러전, 경제 문제 등에 집중시키려 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반면에 민주당 후보들은 윤리 문제와 이라크전을 선거 이슈로 내세우면서 이를 표심으로 연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수 1006명, 조사의 오차한게 ±3.1%)에 따르면, 당장 투표를 할 경우 등록 유권자의 52%는 민주당 후보에, 37%는 공화당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뉴스위크>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수 1000명, 조사의 오차한계 ±4%)에서도 55%는 민주당 후보에, 37%는 공화당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전통적으로 인물과 지역 이슈가 당락을 결정하던 과거와는 달리 전국적인 이슈인 이라크전이 핵심 선거이슈가 되고 있다. 실제 <뉴스위크>의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31%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이라크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으며, 18%는 경제를, 16%는 건강보험정책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이라크전과 연계된 '부시 요인'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의회 사환과의 섹스스캔들로 공화당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폴리 전 의원.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이라크전과 연계된 '부시 요인'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의회 사환과의 섹스스캔들로 공화당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폴리 전 의원.
'부시'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요인

24일 현재 이라크전에서 2797명의 미군이 사망, 911 테러공격으로 사망한 숫자(2749명)를 추월했다. 10월 들어 현재까지 91명의 미군이 사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4월 76명이 사망한 이후 최고치를 갱신한 것이며 이달 말까지의 전사자를 계산해 넣을 경우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월별 전사자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AP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이라크전 이후로 매일 43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하고 있으며, 유엔은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100여명의 이라크인들이 매일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최근 내놓은 '부정의 국가' 라는 책에서 내년에도 이라크 사태가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린드지 그래햄 공화당 상원의원도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전과 관련하여 "우리는 혼란의 나락으로 빠져 들고 있다, 현재의 (이라크) 플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라크 사태가 진창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상당수의 공화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과 이번 선거를 연계시키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들 중에는 이라크전에 대해 당초와는 다른 견해를 발표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의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치경제연구연합센터의 데이비드 보시티스는 19일 로이터 통신에 "이라크전이 (공화당에게) 가장 부정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다른 어느 때보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선거의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퓨 리서치센터의 캐롤 도허티 부소장도 "부시 대통령은 2002년보다 지금 훨씬 더 선거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ABC 뉴스 >와 <워싱턴포스트>가 9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수 1204명, 조사의 오차한계 +-3%)에서 등록유권자의 35%가 부시 대통령을 반대하기 위해 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힌 반면, 18%만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2002년 의회선거 당시에 등록유권자의 15%가 부시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하겠다고 답하고, 29%가 부시를 지지하기 위해 투표하겠다고 답한 데 비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같은 결과들은 이라크전과 연계된 '부시 요인'이 이번 선거에서 당락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35%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미 공화당 웹사이트. 사진은 부시 대통령이 최근 뉴욕의 포트 드럼 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는 장면이다.
미 공화당 웹사이트. 사진은 부시 대통령이 최근 뉴욕의 포트 드럼 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는 장면이다.
'꼴보수' 기독교인도 떠나고, '안보맘'도 떠나고

미국 유권자들의 이라크전과 부시 대통령에 대한 인기도의 감소는 이미 다른 형태의 조사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동안 미국 정치에서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치적 입지를 이루어온 두 축은 이른바 '안보맘'(security mom: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어머니)과 골수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었는데, 한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이들의 지지도는 썰물 빠지듯 감소됐다.

퓨 리서치센터가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백인 복음주의자들 중 57%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같은 수치는 2004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78%가 공화당에 투표했던 데 비하면 무려 21%가 빠져나간 것이다.

퓨 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또하나 분명하게 나타난 것은, 공화당원 백인 복음주의자들 중에서 이라크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9월 초의 68%에서 10월 5일 현재 55%로 하락, 든든하던 이라크전 지지 세력의 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를 둔 기혼 여성들을 지칭하는 '안보 맘'들의 움직임도 심상찮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 '안보맘'들이 테러에 대한 걱정으로 2002년 선거와 2004년 선거에서 공화당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는데, 최근 이들이 공화당에 대한 지지대열에서 급속하게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 8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안보맘'들의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은 50% 대 38%로 나타났다. 2002년도 조사에서 공화당 53%, 민주당 36%와 비교해 보면 거의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선거에서 부시는 자녀를 둔 기혼여성 중 5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공화당 선거전략 자문위원인 데이비드 윈스턴은 <워싱턴 포스트>에 "기혼여성들이 테러위협보다 이라크전의 불확실성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전을 지지해온 기혼 여성들이 더 이상 자녀들의 희생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 민주당 웹사이트. 왼쪽 하단에 '공화당의 광고가 이번 선거에서 절망적인 상태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는 타이틀의 기사와, 오른쪽 하단에 '50개주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타이틀의 기사가 눈에 띈다.
미 민주당 웹사이트. 왼쪽 하단에 '공화당의 광고가 이번 선거에서 절망적인 상태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는 타이틀의 기사와, 오른쪽 하단에 '50개주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타이틀의 기사가 눈에 띈다.
부시 혐오층 투표율, 투표 적극층 기독교인 추월할까

현재 정치분석가들이나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의 다수 당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상원에서는 한 두석 차이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주에 두명이 존재하는 상원의 경우 전통적으로 정당 보다는 지명도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민주당이 기대하고 있는 '부시 혐오층' 유권자들이 과연 선거 당일 투표장에 얼마나 모습을 드러낼지도 미지수다.

특히 투표율이 낮은 의회선거에서 누구보다도 투표에 열정적인 보수층 기독교인들이 몰려드는 경우 부시 혐오층의 표를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을 수도 있다는 것도 민주당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화당에 대한 지지철회가 반드시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직결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가령 '미국의 가치 센터'가 교회출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은 14%의 지지를 잃었으나 민주당이 4%의 지지율 상승을 보여준 것이 이같은 예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새로 생겨난 두 계층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최소한 하원에서라도 승리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 하나는 이라크에서 미군을 조속히 철수하기를 원하는 미국민들이다. 이들은 달라진 의회 구도가 이라크 미군의 조속 철군을 비롯한 이라크 정책의 변화와, 더 나아가서는 강경 일변도의 부시의 대외정책의 변화에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1200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들이다. 상원을 통과한 친 이민법안이 공화당 주도의 하원의 반대에 부딪쳐 수개월 동안 표류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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