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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88)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6시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7시 37분께 유명을 달리하였다. 최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대통령 직위가 최단명으로 끝난 비운의 대통령이었다.

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최고령이었고, 몇 년 전부터 심장질환 등 노환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하였으며, 서울대병원 측은 사인은 급성 심부전이라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새로운 영정(50∼60cm)을 마련하여 조문객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었다. 유족으로는 2남1녀가 있고, 장례식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규정에 따라 행정자치부에서 절차에 의해 국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정부는 22일 오후 행정자치부 장관 주재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최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을 5일로 결정했다. 영결식은 26일 경복궁 앞뜰에서 열고, 조기게양은 이날만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장은 국가나 사회에 현저한 공적을 남겨 국민에게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때 국민 전체의 이름으로 거행하는 장례의식이며, 일반적으로 전직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이 서거했을 때 치러지는 것이 관례이다.

최 전 대통령은 1946년 중앙식량행정처 기획과장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주로 외교공무원으로 활동했으며, 3공 시절이었던 1967년 외무장관을 거쳐 1976년부터 4년간 국무총리를 지냈다.

최 전 대통령은 70년 일등수교 훈장, 71년 수교훈장 광화대장, 79년 무궁화대훈장, 80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등 국내훈장과 타이정부에서 받은 백상최고 기사대장 등 10여 종의 외국훈장을 받았다.

최 전 대통령은 국무총리로 재임 중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으며, 그 해 12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10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최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을 거쳐 신군부세력이 권력을 장악하자 이듬해 8월 16일 하야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와이 망명생활 중 쓸쓸히 생을 마감하여 객사의 오명을 나았고, 부하의 총탄에 숨을 거둔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달리 최 전 대통령은 만 수를 누렸다. 하지만 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최단명 대통령이라는 비운의 기록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또 신군부의 악연도 밝혀지지 않은 채 무덤 속으로 같이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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