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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목), 오전 11시부터 <대추리 전쟁> 다큐멘터리를 찍은 정일건 감독이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에서 '대추리 전쟁'을 문제 삼아 서울 평통사의 평화 영화제 상영을 뒤늦게 불허한 것에 대한 항의다. 정 감독의 말에 따르면 '대추리 전쟁'은 지금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작품이라고 한다.

다음은 정 감독과의 일문일답.

▲ 경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대추리의 전쟁> 정일건 감독
ⓒ 황윤미
- <대추리 전쟁>을 찍으면서 느꼈던 점?
"대추리 전쟁은 2006년 5월까지의 상황을 다룬 것이다. 사실 5월에 대추분교가 무너질 때, 방송에서 부각되어 보도한 것은 행정집행 당시 경찰과 주민의 마찰, 주민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 이 두 가지 측면이었다. 그래서 전 그 외의 것,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행하고 있는 절차에 대해 담아보고 싶었다.

대추리 주민들이 겪는 상황은 주민들에게 무척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그 고통을 찍는다는 것이 마음 아프고 어려웠다. 주민들이 싸우고 우는 모습을 찍으면서 '내가 계속 영상을 찍어야하나? 주민들과 함께 싸워야하지 않나?'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 19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니 경찰청 임국빈 센터장이 "영화 제목처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과 주민들의 충돌 장면이 포함됐을 텐데 이를 경찰 건물 내에서 상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대추리 전쟁>은 대추리에서 일어난 일들을 있는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다. 경찰이 주민들에 대해 휘두른 폭력을 있는 그대로 담았는데 부담스러워 하다니 알 수가 없다. 없었던 사실을 CG(컴퓨터그래픽)로 만들어내서 영상을 만든 것도 아니다.

<대추리 전쟁>을 보고, 경찰 자신들이 휘두른 폭력에 대해 알고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추리 전쟁>을 보고 오히려 경찰들이 자신도 폭력을 당했다고 따질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에서 대추리 주민들의 인권을 다룬 영상을 못 틀겠다고 한다면, 국민들을 위한 인권보호센터가 아니라 경찰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찰보호센터라고 불러야할 것이다.

게다가 대추리 전쟁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지난 16일에 상영을 했다. 관객과의 대화시간에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주민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너무 적나라하게 담았는데 혹시 선동의 목적이 있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런데 <대추리 전쟁>을 본 주민들과 문정현 신부는 '대추리의 현실이 너무 약하게 다뤄진 거 아니냐? 좀 더 강하게 담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일반관객들은 대추리 상황에 대해 정말 잘 모르는 것 같다.

-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대추리 전쟁>을 빼면 다시 허가해주겠다고 했는데?
"<대추리 전쟁>이 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상영할 다큐멘터리는 아닌 것 같다. 경찰 관계자도 <대추리 전쟁>을 같이 보고 인권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 하긴 자기들 이름에 손해 볼 일은 절대로 안 하려고 하겠지만.

사실, 대추리 전쟁을 보면 내용이 많이 부족하다. 국방부가 주민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주민들이 억울해 하는 모습들을 많이 담으려고 했기 때문에 미국의 군사정책이나 전략적 유연성 같은 내용은 없다. 그리고 올 5월까지의 내용만 있어서 지금 그 이후 대추리 주민들 상황에 대한 영상을 찍고 있는 중이다. 이 영상하고, 내용 보완도 해서 <대추리 전쟁 2>를 만들 계획이다."

- 25일(수), 저녁 7시, 경찰청 앞에서 평화영화제 전야제로 <대추리 전쟁>을 상영할 것이라고 들었다.
"대추리 주민들은 전경들만 보면 다리가 떨린다고 한다. 농사만 짓고 살아오신 분들이 공권력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폭력에 아주 많이 놀랐다. 그런 분들이 지금까지도 경찰들과 싸우고 있다. 평생 농사짓고 조용히 살아오던 주민들이 경찰들과 싸우는 이유에 대해 경찰들도 이번 전야제 행사에서 함께 <대추리 전쟁>을 보고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대추리 전쟁> 때문에 경찰청이 평화 영화제 장소를 불허하고, 문제 삼고 있는 현실에서 이 문제의 당사자가 되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제가 있는 푸른영상의 다른 감독들과도 의논해서 25일 평화영화제 전야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

서울 평통사는 오는 25일(수), 오후 7시, 경찰청 앞에서 평화 영화제 전야제로 '대추리 전쟁'을 상영한다. 여기서는 정일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예정대로 26일(목)부터 29일(일)까지 민주노총 9층 교육원에서 평화 영화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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