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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람이 서늘해진 가을이다. 허나 모기에게는 여전히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모기생존 역사. 그렇기에 인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이 계절의 불청객과 피나는 투쟁을 해왔다.

모기로 인한 전염병으로 수많은 인류가 죽어갔고, 수많은 약품도 탄생했다.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백60만년 전 인류의 유골 '루시'(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사인(死因)이 말라리아라는 설은 인간과 모기와의 전쟁이 이미 선사시대 때부터 있어 왔음을 말해준다.

모기란 놈은 참으로 생명력도 질기다. 시베리아의 추운 지방에서도 모기 알은 짧은 여름에 부화하여 단기간에 완벽한 모기로 자라 먹이 활동을 한다. 모기떼의 습격을 받은 순록들은 모기가 살 수 없는 고지대로 피신(?)하기도 한단다.

모기의 성장에 필요한 물이라고는, 몇 년마다 한번씩 간혹 내리는 소나기가 전부인 사막에서도 모기의 생존력은 빛을 발한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몇 년을 꾹 참고 기다려온 모기 알은 단 몇 분 동안 내리는 소나기에서도 부화하고 성충이 된다. 작은 웅덩이에서 부화되는 모기의 수는 약 300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몇 일 동안 주변의 파충류 건 포유류 건 가리지 않고 왕성한 먹이 활동 후에 물기가 남아있는 곳에 알을 까고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 알은 언제 올지 모르는 소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처럼 인간이 살기 힘든 환경 속에서도 모기는 꿋꿋이 생존하고 대를 이어간다. 인간이 살기 좋은 곳은 모기에게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한때 아파트에는 모기가 없다라는 말이 있었으나 요즘은 그 말도 무색하다. 지하 주차장이건 고층옥상이건 모기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인간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물이 내려가는 수로로 이동하며 고층에 사는 인간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더 이상 모기에게는 저층과 고층의 개념이 없다.

모기가 상실한 개념은 저층·고층뿐만 아니라 계절도 포함된다.

예전에 모기는 여름에 출몰하는 불청객이었다. 허나, 더운 가을이 지속되고 겨울에도 봄날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난방설비가 늘어가면서 모기에게는 계절이 없다. 밖에는 혹한의 날씨가 계속되더라도 실내는 여전히 모기들의 천국이다. 겨울철에도 모기를 흔히 볼 수 있는 곳은 난방이 잘되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학교 도서관, 공중 목욕탕처럼 비교적 다른 곳보다는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는 곳이다.

모기는 여름보다 가을에 더 필사적이다. 비록 사는 환경이 연중 따뜻한 곳을 찾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긴 했지만, 수 천만년동안 이어온 본능은 지울 수 없는 법.

모기는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이 되면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되고, 한층 더 예민해 진다. 암컷 모기의 경우 한달 정도 되는 수명 안에 더 찬바람이 불기 전에 번식을 해야 하니 더더욱 다급하다. 그래서 여름보다 가을이 되면 더 독하게 달려든다. 예민해진 탓에 살충제도 쉽게 피해간다. 그리고 대를 거듭할수록 살충제에 대한 면역력도 강해져서 웬만큼 살충제를 철저하게 뿌리지 않으면 쫓기도 힘들다. 인간이 무수한 살충제를 만들었으되, 모기 박멸에 실패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감기백신처럼 모기에 대한 살충제도 해가 갈수록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모기를 해충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모기로 인한 전염병뿐만 아니라 모기가 물고 나면 항상 훈장처럼 남아있는 붉은 반점과 가려움 때문이다. 자신의 피를 빨고 있는 모기를 잡은 후 무심코 그 자리를 긁기 마련이다. 긁으면 긁을수록 반점은 커지고 가려움은 더더욱 배가된다.

모기가 물어 가려울 때는 긁지 말고 미지근한 물에 씻는 것이 좋다. 너무 긁다보면 손톱으로 인한 상처가 생길 수도 있고, 모기가 물때 생기는 피부의 작은 구멍으로 세균이나 모기를 잡을 때 묻었던 피로 인해 2차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몸에 특별한 약에 대한 거부 반응이 없다면 시중 약국에서 판매하는, 가려움을 가라 앉혀주는 약을 바른 후 잠시 후에 가볍게 씻어주는 것도 좋다.

최근 국립보건원의 조사 결과 모기 개체수가 평년의 4배라고 한다. 여전히 말라리아나 뇌염과 같이 모기로 인한 전염병의 위험이 존재한다. 가을철이면 모기는 바깥의 찬바람을 피해 실내로 필사적으로 들어오려 한다. 그리고 모기들의 입맛에 맞는 대상을 찾아내면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가을철 모기로 인해 잠을 설치지 않기 위해서 여름철 창가에 설치한 모기장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하수구 구멍이나 보일러 배관으로 인한 구멍 등을 잘 정비해야한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모기장 속에 아이를 재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전에 몸을 깨끗이 씻고 자고, 자기전 한 시간 전에 모기약을 창가, 수채 구멍 근처와 실내에 뿌려주고 잠깐 30분 정도 모든 문을 닫고 외출하여 자리를 비운 후에 들어와서는 10여분 정도 환기를 시키고 자면 모기가 훨씬 덜 문다. 집요하게 덤비는 모기를 피하기 위해 아직도 가을밤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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