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원시시대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강동구 암사동에 자리잡고 있는 '암사동 선사주거지'. 이곳은 선조들이 채집과 수렵을 하며 살았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험악한 산도 없고 그저 낮은 구릉에서 몇 발자국 떼면 강가에 다다를 수 있다. 14일부터 16일까지 이곳에서는 강동선사문화축제가 열린다.
산과 물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암사동은 동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자생할 수 있는 곳이다. 저 멀리 동쪽으로는 성남시의 남한산성이, 서쪽으로는 서울의 젖줄이요 한반도의 대동맥인 한강이 흐르고 있다. 선조들이 오순도순 어울려 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었을 듯하다.
암사동의 주거지를 둘러보면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선조들은 짚으로 둘러 지은 움집에서 살았다. 움집은 보통 집안 바닥이 평면보다 50cm 내지 1m 깊게 되어 있으며 고운 모래땅을 파서 만들었다. 움집 바닥 중앙에는 강에서 주운 돌로 만든 화덕자리가 있다. 움집 밖에는 음식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저장구덩이도 있다.
암사동 움집 유적에서 발굴한 것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유물을 들라면 단연코 토기다.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빗살무늬토기'가 바로 그것. 빗살무늬토기는 찰흙과 함께 운모가루 또는 석면과 활석이 섞인 사질토를 재료로 만들었다. 그 토기 겉면에 새겨진 무늬는 보통 자연 현상이나 자연 물상을 본떠 새긴 것이라 한다.
이런 역사와 유적 그리고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강동구 암사동에서는 '제 11회 강동선사문화축제'가 한창이다. 아마도 그 역사와 문화적인 맥락을 잇기 위한 행사이리라. 선조들이 바라본다면 너무나도 기특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요즘 대부분의 행사들이 그렇듯 이곳 또한 유명한 가수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13일 밤의 개막식도 그 연장선상일 것이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을 잃지 않는 것도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 14일 낮부터는 호상놀이를 비롯해 국악과 민요도 한데 울러 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사의 의의를 느낄 수 있는 각종 행사들이 무대를 벗어나 선사 유적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원시소리체험관, 타악기체험마당, 문화유적관람 등이 그것이다. 움집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주거지 둘레의 숲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서 있는 나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나무들 위에는 대나무 피리를 묶어 두었는데 그것을 툭툭 치면 멋진 소리가 울러 퍼진다. 이른바 원시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마음껏 두들겨서 그만큼 깊을 소리를 듣기를.
또 원시인들이 사용했던 수많은 악기들도 직접 두들겨 볼 수 있다. 물론 두드려서 듣는 타악기는 때려볼 수야 있다지만, 입으로 부는 관악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악기를 불려는 입이 한 두 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원시인들의 모습과 움집, 그리고 그 원시의 소리들을 듣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원시시대에 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