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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국은 약간 신 총각 무김치나 깍두기, 열무김치와 궁합이 아주 잘 맞지요.
사골국은 약간 신 총각 무김치나 깍두기, 열무김치와 궁합이 아주 잘 맞지요. ⓒ 이효연
며칠 전 사골국을 고아냈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사골을 사러 서울까지 나가기 마땅치 않아 그냥 동네 정육점에서 구입했습니다.

작년은 홍콩에 있었던 관계로 사골국 만들기를 건너뛰었지만 한국에 있을 때 보통은 마장동이나 독산동 우시장에 가서 사골 장을 봐 오곤 했거든요. 한우 사골을 샀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추석 명절을 지내며 가계 지출이 많았던 점 등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국내산 소' 사골을 두 벌 사기로 결정했어요.

마침 세일가격을 적용 받아서 5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동네 정육점이라서 마음 홀가분하게 믿고 살 수 있었습니다. 수입사골을 인터넷 등에서 잘못 사면 냄새가 심하고 기름이 너무 많아서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사골을 살 때에는 수입이냐 한우냐를 떠나서 우선 믿고 살 수 있는 정육점을 고르는 일이 중요한 것 같더군요.

사골뼈 5개를 넣어 3번 끓여 만든 사골국이 커다란 위생봉투 한가득 담겨 모두 5팩이 나왔습니다. 사골뼈는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릴 정도로, 그야말로 '뼈골이 빠지도록' 국물을 고아내야 진국이 다 우러난 것이라고 하지요?

3탕까지 끓인 것은 모두 합해서 한 번 다시 끓인 후 식혀 한 끼 분량으로 냉동보관하고 나머지 4탕째 좀 흐리게 우러난 국물은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사용하려고 따로 보관해 두었습니다.

작은 팩에 나눠 담아 진공포장을 부탁해 냉동실에 넣어두었으니 이번 겨울 내내 뜨끈한 사골 국물로 만든 육수를 요리할 때 실컷 넣을 수 있겠지요. 마음까지 든든합니다.

사골탕을 끓일 때 도가니나 우족을 같이 넣어 끓인 후 건더기를 건져 냉장 보관해두고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그 쫄깃한 맛이 그만이구요. 또 나중에 양지머리를 같이 넣어 끓인 후 양념해서 국에 넣어 먹으면 국물간도 저절로 맞추어지고 씹는 맛도 있어 일석이조지요.

집집마다 사골국을 끓이는 방법, 시간, 넣는 재료도 다 다르지만 '후후' 불며 신김치 곁들여 밥 한 공기 말아먹고 나면 '천하장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모두 한 가지일 겁니다.

맛있는 김치 한 가지만 있다면 다른 반찬 걱정도 필요 없는 든든한 사골국을 그럼 지금부터 만들어 보죠.

재료

사골뼈 5~6개, 대파잎 약간, 생수,송 송 썬 대파, 소금, 후추 약간

ⓒ 이효연
먼저 커다란 용기에 사골이 충분히 잠길 정도로 찬물을 붓고 겨울철에는 하룻밤 정도, 여름철에는 반나절 정도 충분히 담가 핏물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핏물은 물을 자주 갈아주면서 제거하면 더 잘 빠집니다. 핏물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국물에서 누린내가 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이효연
핏물을 완전히 제거한 사골을 냄비에 넣고 뼈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부은 다음 팔팔 끓입니다. 이 물은 한 번 끓이고 따라 버릴 것이므로 반드시 생수를 쓰지 않고 수돗물을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 이효연
약 5분 정도 끓이면서 거품과 검은 찌꺼기가 나오면 국물을 모두 따라 버립니다. 뼈에 붙은 잡티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에요. 이 과정을 생략하면 국물색이 탁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많이 나므로 생략하면 안 됩니다.

ⓒ 이효연
흐르는 수돗물에 사골뼈와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저는 아예 다른 냄비를 사용했어요. 처음 끓일 때에는 국물을 우리는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바닥이 두꺼운 냄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연료비도 줄일 겸 얇은 스테인리스 냄비를 사용했습니다.

ⓒ 이효연
이제는 본격적으로 국물을 우려내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곰국이나 찜 요리를 할 때에는 바닥이 두껍고 뚜껑이 좀 무거운 찜 전용 냄비나 솥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사골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사골의 약 2배 정도) 찬물을 붓고 강불에서 끓이기 시작합니다.

ⓒ 이효연
초벌 끓이기를 할 때에는 아무래도 불순물이 섞인 거품이 많이 나오게 마련이므로 지켜 서서 망으로 그때 그때 건져내도록 합니다. 어느 정도 건져내면 더 이상 거품이 나오지 않거든요.

ⓒ 이효연
취향에 따라 파뿌리나 양파, 통마늘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양파와 마늘을 넣으면 나중에 다 으스러져서 맑은 국물을 받아내기 어렵고 국물 맛도 깨끗하지 않은 것 같아 그냥 저는 대파잎만 넉넉히 넣어 끓여내곤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대파잎을 건져내기도 쉽구요, 은은한 파 향이 고기뼈 특유의 냄새를 없애 주는 것도 같더군요(본인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강불에서 끓이다가 국물이 펄펄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가능하면 뚜껑을 닫고 4~5시간 끓여냅니다. 국물이 처음 양의 반 정도 되게 졸아들면서 뽀얗게 우러났으면 따로 받아둡니다. 자, 이제 초벌 끓이기가 끝났으니 같은 요령으로 2, 3탕에 도전해야죠.

ⓒ 이효연
처음 끓여낸 초벌탕은 아무래도 기름기가 많습니다. 서늘한 곳에서 뚜껑을 덮어 씌운 후 하룻밤 정도 지내고 나서 위에 생긴 딱딱한 굳기름을 걷어내 둡니다.

한여름 같은 경우는 자칫 상온에 국물을 오래 놓아두면 상하는 일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비닐봉지에 얼음을 담아 단시간에 기름을 걷어내도록 하면 좋습니다. 비닐봉투에 얼음을 가득 넣어서 입구를 막아 쥐고 냄비 안에서 휘휘 저어준 후 봉지에 묻어난 기름을 버리면 됩니다.

나중에 끓인 국물과 다 합친 후 기름을 제거해도 좋지만 그렇게 하면 기름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저는 초벌탕의 기름을 보통 먼저 제거한 후 다시 합쳐 끓이는 방법을 택합니다.

2·3탕은 ⑤의 과정을 되풀이해서 만들어 내면 됩니다. 2·3탕은 아무래도 초벌탕 보다는 색도 연하고 기름기도 덜합니다. 맨 마지막에 초벌탕 국물을 같이 넣어 팔팔 끓여내면 더 고소하고 진한 국물의 사골탕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4탕째 멀건 국물은 따로 받아 두었다가 국이나 찌개, 조림을 만들거나 라면을 끓일 때 밑국물로 사용하면 생수를 사용하는 것보다 영양가 높은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쯤 되면 사골뼈의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사골뼈의 수명이 다 한 것이라고 보면 되지요.

아! 다 쓴 사골뼈는 절대 음식 쓰레기에 같이 넣으면 안 됩니다. 반드시 '일반 쓰레기 봉투'에 넣어 담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송송 썬 대파, 소금, 후추로 각자 취향껏 간을 봐서 먹으면 완성입니다.
송송 썬 대파, 소금, 후추로 각자 취향껏 간을 봐서 먹으면 완성입니다. ⓒ 이효연
정육점에서 사골을 담으며 만원권 지폐가 지갑에서 쑥쑥 빠져나갈 때 두근거렸던 가슴이 이제는 구수한 사골국 한 그릇을 기대하는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가족들 한 끼 외식 비용이면 한동안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사골 국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절대 비싼 사치 메뉴는 아닌 듯 합니다.

따끈한 사골국물에 밥 한 그릇! 함께 나누고 싶은 계절이 어느덧 찾아왔네요.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 사골국 어떠세요?

덧붙이는 글 |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 http://blog.empas.com/happymc

 몸보신을 하려고 사골국을 끓였는데,정작 다 만들고 나서는 감기몸살이 나서 드러눕고 말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직 몸살 기운이 남아있긴 하지만 냉동실 가득한 사골국 봉투를 보면 마음은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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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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