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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의 멋은 억새꽃길을 따라
가을 산행의 멋은 억새꽃길을 따라 ⓒ 류홍렬

억새가 좋아 산에 오른다.
억새가 좋아 산에 오른다. ⓒ 류홍렬
가을 산행의 멋은 역시 단풍과 억새꽃이다. 그 붉은 단풍 속에 접어들면 피곤을 잊는다. 그리고 그 은빛 물결을 따라 걷는 억새물결의 장관이 단연 으뜸이다. 물론 쑥부쟁이를 비롯하여 구절초와 산국 등 들국화가 중심인 가을꽃이나 머루와 다래 등 산열매를 보는 기쁨도 크다.

금년에는 예년의 절반도 되지 못하는 가뭄 때문에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내장산 등 전국 유명한 산의 단풍도 아름다운 선홍색을 띄지 못하고 그냥 말라 버려 단풍이 곱지 않다. 그런데 메마른 산에 출렁이는 은빛 물결인 억새가 더욱 돋보여, 산을 찾는 사람들은 금년 가을 산행은 단풍보다 억새 산행이 더 좋다고 말한다.

단풍은 가을 산행의 가장 큰 기쁨이다. 단풍의 시작을 알리는 설악산 능선의 단풍은 어느 화가가 일부러 붉고 노란 물감을 푸른 종이에 찍어 놓은 듯한 환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산홍엽이라고 했던가. 전국의 산들은 모두 울긋불긋 그 화려함을 한없이 드러낸다.

내 마음도 억새를 따라 춤을 춘다.
내 마음도 억새를 따라 춤을 춘다. ⓒ 류홍렬

하늘의 투명을 그대로 받은 억새는 눈이 부시다.
하늘의 투명을 그대로 받은 억새는 눈이 부시다. ⓒ 서종규
우리는 또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억새 평원에서 가을 산행의 멋을 만끽한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오면 억새꽃들이 일제히 드러눕다가 일어나고, 맑은 하늘의 투명한 빛이라도 한 줄기 쏟아지면 모세혈관이라도 보이는 듯한 속살이 바르르 떨리며 다가온다.

특히 억새꽃은 8월 말에 꽃이 솟아 나와 9월에 활짝 피어난다. 그리고 가을 내내 그 하얀 손을 흔들며 오고가는 등산객들에게 가을 소식을 전한다. 그러니 단풍보다도 먼저 가을을 알고 세상에 가을 편지를 쓰는 것이다.

억새는 그 몸으로 빛을 보내고 있다.
억새는 그 몸으로 빛을 보내고 있다. ⓒ 서종규
억새산행으로 유명한 전국의 산을 검색해 보면, 영남 알프스, 장흥 천관산, 경기 소요산, 창녕 화왕산, 창녕 관룡산, 장흥 제암산, 장수 장안산, 포천 명성산, 정선 민둥산, 보령 오서산, 영월 태화산, 필봉 천황산, 지리산 황금능선, 영암 월출산, 문경 황학산, 부산 승학산, 대구 비슬산, 광주 무등산, 가평 장락산, 지리산 만복대, 함양 황석산, 제주도의 많은 오름 등 전국 곳곳에 억새의 물결이 출렁거림을 알 수 있다.

영남 알프스

8월 말에 찾은 신불산엔 억새꽃이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8월 말에 찾은 신불산엔 억새꽃이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 서종규
유럽의 알프스 산에 버금간다는 '영남의 알프스'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등 3개 시도에 모여 있는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재약산(1189m), 신불산(1208m), 영축산(1059m), 고헌산(1032m), 간월산(1083m) 등 해발 1천m 이상의 7개 산들을 지칭한다.

영남의 알프스 중에서도 신불산에서 영축산 가는 능선에 펼쳐진 억새의 물결이 환상적이다. 이 신불산 능선은 8월 말에 이미 꽃대를 드러낸다. 완만한 능선에 펼쳐진 억새의 물결을 가르며 난 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영축산에 도착해 있다.

간월산에서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목에도 억새의 평원이 펼쳐져 있다. 간월산 억새 물결은 간월재까지 임도가 나 있어서 승용차로도 가능하다. 특히 간월재에는 계단과 쉼터를 나무로 만들어 놓아서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영남 알프스에서 억새의 절정은 역시 재약산이다. 배냇고개에서 재약산 정상인 사자봉에 오르는 길까지는 임도로 뻗어 있다. 사자봉으로 오르는 길에 핀 억새의 물결이 황홀하였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오면 일제히 능선쪽으로 드러눕는 억새의 물결. 더구나 넘어가는 햇살을 받은 억새의 잎은 억새꽃과 함께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자봉에서 수미봉에 사이를 사자평원이라고 부른다. 이곳 125만평에 이르는 재약산 동쪽의 사자평원은 두 봉우리 사이의 해발 800m 지점부터 완만한 타원형의 언덕들로 이어진 분지이다. 이 광활한 분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억새벌판이다. 억새풀이 밀집해 자라는 곳만도 5만평에 이른다.

부산 승학산

승학산의 억새
승학산의 억새 ⓒ 이종혁
승학산은 해발 496m로 그렇게 높은 산이 아니다. 하지만 부산 사람들은 익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승학산을 찾는다. 승학산의 억새는 부산 인근에는 상당히 유명한 편. 동아대학교 쪽은 경사가 가파른 편이다. 평소 산행을 잘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무리가 갈 수도 있다.

가을이 되면 승학산의 너른 들판을 뒤덮은 하얀 억새꽃은 장관을 이루고, 정상에서 부산항과 낙동강, 드넓은 김해평야를 바라보면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다.

장흥 천관산

천관산의 억새
천관산의 억새 ⓒ 이돈삼
다도해 비경과 기암괴석 그리고 억새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런 곳을 찾는 독자라면 전남 장흥 천관산으로 향하면 된다. 천관산은 남도에서도 가장 이름이 알려진 곳으로 가을이 되면 억새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천관산 정상 부근의 암봉 사이에는 넓은 억새밭이 형성되어 있다.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정봉까지 이르는 4km 구간은 억새 군락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관산 산행은 요즘이 적기.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다도해를 바라보며 억새밭을 거니는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

창녕 화왕산

화왕산의 억새
화왕산의 억새 ⓒ 김연옥
억새하면 화왕산(756.6m), 화왕산하면 억새다. 창녕 화왕산의 억새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억새구경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환장 고개를 넘어서면 온통 은빛 억새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화왕상 정상의 억새밭은 5만6천평에 이르고 푸른 가을하늘과 더불어 장관을 이룬다. 그렇게 힘든 코스가 없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산행하기 알맞은 곳이다.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가을 억새 산행으로 화왕산을 추천할 것이다.

광주 무등산

무등산의 억새
무등산의 억새 ⓒ 서종규
무등산에도 억새밭이 있었나 생각하기 쉽겠지만, 무등산을 한 번이라도 찾은 사람들이라면 무등산장 원효사 지구에서 꼬막재를 넘어가는 목장 지역과 규봉암 가는 길에 펼쳐진 억새의 장관을 보았을 것이다.

또 무등산 동화사터에서 중봉으로 오르는 능선과 중봉 부근의 군사시설 복원지에서 장불재로 이어지는 억새의 물결이 대단하다. 가을이면 백마의 등처럼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이 환상적이다. 이곳에선 서석대, 입석대, 규봉암, 광주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전망도 좋다.

덧붙이는 글 | 도움을 주신 이종혁, 정근영, 김연옥, 이돈삼, 오승준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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