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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빠! 엄마는?"
"응 모임 갔어"
"아~싸~ 그럼 오늘 저녁은 뭐야?"
"피자 아님 치킨? 뭐 먹고 싶어?"
"응 아빠 맘대로…."

▲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한 오뎅
ⓒ 임석교
학원에 다녀온 큰 딸 녀석과의 대화이다. 한 달에 2~3번 있는 아내의 저녁 모임은 언젠가부터 두 딸에게는 기분 좋은 날이 된다. 우선 아빠가 일찍 들어오는 날일 테고,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주로 녀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 배달해 먹거나 식당에서 외식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 또 그 기회가 온 것이다.

아내는 어느 날부터, 저녁식사모임에 나가는 날은 집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하기야 아침에 같이 출근해서 저녁에 같이 퇴근을 하다보니, 모임 날 저녁 준비는 많이 번거로울 것이다. 오늘 같은 날, 퇴근 후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모임에 나가게 되면 약속 시간을 지킬 수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당신, 애들이랑 이 문화상품권으로 외식하고 와"라며 지인이 준 문화상품권(도서, 영화, 외식 등에 사용)을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야! 잘 되었네. 큰 딸 문제집 사고 작은 딸 동화책도 사고… 당신은 필요한 책 없어?"라며 아내는 나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하고 상품권을 가로채어 갔다. 그 후 나는 그 문화상품권을 다시 보지 못했으며 그 상품권에 대해 잊어버렸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군것질조차 못하게 한다. 인스턴트식품이니, 불량식품이니 하며 라면조차도 끊여 먹이는 것을 싫어해, 아이들에게 조리해 주지 않는다. 반드시 본인이 만든 음식을 먹여야 된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다. 그러니 아이들이랑 같이 외식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으니, 우리 가족의 외식은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다. 물론 아내의 정성이 들어있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으며, 우리 애들도 그것을 알긴 하지만….

▲ 메운 맛 꼬지와 각종 튀김들
ⓒ 임석교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지 않고 외출하는 날, 삼 부녀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라면, 피자, 치킨, 포장마차 오뎅, 튀김, 메운 맛 꼬지 등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먹는다.

오늘도 그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삼 부녀는 동네를 헤맨 끝에, 맛난 낚지 볶음과 공기밥 4그릇을 해 치우고 왔다. 학교 이야기, 엄마 이야기, 친구 이야기 등을 웃음 속에 곁들이면서…. 이렇게 두 딸과의 저녁시간은, 클수록 아빠와 벽을 쌓아가는 듯한 녀석들과의 유일한 데이트 시간이다.

아내가 없는 이 시간을 나는 즐기고 있다. 이런 시간을 가지고 나면 두 딸은 아빠 말을 잘 듣는다. 약발이 먹힌 것이다. 약 3일 정도는…. 아내의 다음 외출을 대비하여 오늘도 동네를 기웃거린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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