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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졌다

추석 이튿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가 보이질 않는다.

'어디 가신 걸까?'

화장실도 가보고, 현관도 가보고, 방에도 가봤으나 그 어디에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잠시나마 두리번거리던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엄마는 오늘도 일을 하러 나간 것이다!!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엄마를 생각하자 혀끝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어제도 성묘 갔다 와서 집안정리 하느라 늦게 주무셨는데….'

이런 생각이 들자 엄마가 느끼고 있을 피로감이 갑자기 내게 확~ 밀려오는 것 같았다. 씻고 아침을 먹은 후 전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저에요~"
"어. 그래 아들. 엄마 지금 바쁘다, 나중에 통화하자~"
"네."


그렇게 통화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아마 손님이 많은가 보다. 편치 않은 마음에 잠시 앉아있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가 추석연휴에 한 일들이 떠오르게 된다.

하루도 편히 쉰 날은 없었다

▲ 아침마다 출근하는 어머니의 모습
ⓒ 김현수
엄마는 이번 연휴동안 추석 전날과 당일만 휴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틀은 추석 차례상 준비하고 성묘를 다녀오는데 보낸 시간이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단 한 시간의 쉬는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여유를 찾고 맛있는 것 먹으며 쉬는 연휴인데 말이다.

추석 전날에는 친척들이 모두 모여 하루종일 음식을 준비하느라 허리 한번 펼 시간도 없었다. 더군다나 엄마는 맏며느리인 탓에 모든 재료 준비와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했으니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도 대단했을 것이다.

추석날 우리 집은 아침 일찍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기 위해 묘가 있는 충남 천안으로 내려간다. 따라서 엄마와 숙모 두 분은 새벽에 일어나서 당일 차례준비와 성묘 준비에 매우 분주할 수밖에 없다. 행여 하나라도 빠질 새라 살피고 또 살핀다. 아침에 식구들이 밥을 다 먹으면 설거지는 또 엄마와 숙모의 차지다. 대충 한다고는 하지만 열 명이 넘는 식구들이 먹은 뒤라 양이 만만치 않다.

▲ 명절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 김현수
그렇게 차례와 아침식사를 마친 뒤 우리 가족은 충남 천안으로 향했다. 2시간 30분이 걸려 산소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또 성묘 음식을 꺼내 보기 좋게 놓기 시작했고, 성묘가 다 끝나자 남은 잔반을 처리하는 몫도 맡았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오는 길은 차가 매우 막히는 바람에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집에 들어온 시각은 오후7시다.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는 피곤에 지쳐 각자 방으로 들어가기 바쁘다.

하지만 엄마는 이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이틀간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정돈하고, 청소한 뒤 걸레질로 마무리한다. 빨래를 돌리고 너는 일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은 음식과 다음날 먹을 음식들을 다시 정리하고 국은 쉬지 않게 다시 데우며….

휴… 아무튼 끝이 없다.

엄마는 천하무적 슈퍼우먼?

결국 엄마가 잠을 잔 시각은 새벽 1시…. 나머지 식구들은 곤히 잠이 들어있던 시간이다.

다시 아침이 밝았고 아직 추석연휴가 끝나지 않은 오늘도 엄마는 그렇게 아침에 오뚝이처럼 일어나 일터로 향했다.

문득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천하무적 슈퍼우먼인가?

엊그제 엄마가 한 말씀이 생각난다.

"추석 전날에는 이상하게도 잠이 안 와. 몸도 아프고… 그런데 추석당일 이후부터는 그렇지가 않거든…."

이런 게 바로 이 땅 어머니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명절증후군'이란 건가 보다.

엄마는 일요일에도 또다시 일터로 갈 것이다.

'왜 그때는 그 말을 쉽게 듣고 흘렸을까'

나의 무감함을 다시 한번 반성하며 곧 있으면 돌아오실 나의 천하무적 슈퍼우먼을 위해 풀코스 안마를 준비해야겠다.

▲ 추석 이튿날에도 일하고 돌아오신 어머니.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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