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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에델바이스로 더 많이 알려진 왜솜다리는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세계적 희귀식물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설악산 근방의 관광 상품을 파는 곳에서 액자에 담긴 설악산표 '에델바이스'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에델바이스가 상품으로 채취되어 멸종위기에 처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델바이스 판매금지 조취를 취했고, 이후에 관광 상품을 파는 곳에서도 에델바이스는 만날 수 없었다. 물론, 그 전보다는 나아졌겠지만 자연산 에델바이스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에델바이스', 그래서인지 왜솜다리라 부르지 않고 에델바이스라고 불러도 밉상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름처럼 들려온다. 그런 연고로 오늘의 주인공 '왜솜다리'는 그냥 에델바이스라고 소개할 것이다.

ⓒ 김민수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 혹은 '인내, 기품, 용기'인데 이 의미들은 산과 관련이 있다. 산악인들과 관련이 있는 이 꽃의 별명은 '알프스의 별'이다.

2005년도 문학사상사 장편문학상 당선작인 신영철의 <가슴속에 핀 에델바이스>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최고봉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르지 못 했거나 오르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으며 산악인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높고 험한 산 속의 외진 곳에서 하얀 눈을 뚫고 피어나는 꽃, 많은 산악인들이 상징으로 삼고 있는 꽃 '에델바이스'는 '순결함'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 꽃과 관련되어 전해지는 스위스의 전설을 보면 목숨을 걸고 에델바이스를 보기 위해 산을 오르는 남자들의 어떤 욕망과도 관련이 있다.

ⓒ 김민수
에델바이스와 관련되어 전해지는 전설은 이렇다.

눈과 얼음에 싸인 스위스의 알프스 산 위에 청아하고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답니다. 이름은 에델바이스였고 얼음으로 된 집에서 혼자 살았습니다. 에델바이스는 원래 천사였는데 변덕스러운 신이 소녀로 만들어서 산꼭대기로 내려 보낸 것이었습니다.

에델바이스는 혼자 있어도 지루한 것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얼음집 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한 손에 피켈을 쥔 남자였습니다.

"아니, 너 같은 여자 아이가 어떻게 이런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니?"

등산가는 얇은 옷 한 장에 맨발인 에델바이스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에델바이스는 대답대신 방긋 웃기만 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어디서 왔니? 이름은?"
"에델바이스."

등산가는 하산 후 그가 겪은 꿈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했고 남자가 들려준 이야기에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수많은 남자가 얼음집과 소녀를 보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목숨을 건 등반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습니다. 에델바이스는 산에 올라온 남자들에게 미소를 보냈지만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제발 저를 멀리 데리고 가 주세요. 내가 없어지면 목숨을 걸고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없어질 테니까요."

에델바이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변덕스러운 신은 한 천사를 소녀로 만든 것이 생각났습니다. 신은 한 줄기 빛을 보내 에델바이스에게 천사의 모습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얼음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곳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높고 험한 산을 오른 자만이 만날 수 있는 청아한 꽃을 사람들은 에델바이스라고 불렀습니다.


ⓒ 김민수
지난 여름, 강원도 고산지대에 왜솜다리가 한창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다 마음만 태우다 계절을 넘겨버렸다. 완연한 가을, 일찍 피는 가을꽃들도 이미 한창 피어났다 내년을 기약하는 시기에 그곳을 찾았다.

걸어가다 겨우 한 개체를 만났지만 이미 한창 때를 지나 내년을 기약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냥 그렇게 올해의 만남은 그 정도에서 끝나야하는 것인가 허탈하기도 했지만 자연의 속성이라는 것이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지는 것이니 그 자연의 속성을 어찌할 것인가!

물매화, 구절초, 자주쓴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길을 따라 얼마나 올라갔을까? 넓지는 않았지만 왜솜다리가 군락을 이뤄 피어있었다. 그 중에는 아직도 한창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오후 햇살이 한 줌 들어오는 곳도 있었다. 그렇게 그들과의 뜨거운 첫 만남을 가졌다. 먼 길을 돌고 돌아온 길이고 아주 오랫동안 만나고 싶어서인지 왜솜다리 몇 컷 사진기에 담은 것만으로도 기쁨이 충만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출사 뒤의 흐뭇함이었다.

ⓒ 김민수
네가 간직한 수수하고 은은한 청자빛,
뜨거운 여름햇살에
잘 구워진 청자빛 길게 드리우고
그리움 길이만큼
바위틈에 까치발 세우고 피어난 순결한 꽃,
왜솜다리 솜다리 에델바이스
소중한 추억 담고 피어난
왜솜다리 솜다리 에델바이스
<자작시-왜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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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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