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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북한 작가 박춘명의 역사소설 <소설 훈민정음>(이가서 펴냄)이 출간됐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눈병까지 앓아가며 고심한 끝에 창제했을 뿐 아니라 연구, 반포 과정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 창제 과정의 정설이다.

특히 상당수 집현전 학자들은 오히려 훈민정음 창제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한글 창제의 공로자는 성삼문을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이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세종은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야겠다는 확고한 신념과 큰 방향만 제시했을 뿐, 최만리의 이두 연구를 묵인할 정도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반면 성삼문은 지속적 연구를 통해 한글 원리를 찾아내고 문자 유형을 확립하는 한편, 아내와 하인을 시켜 한글의 실용화 가능성까지 실험했다. 따라서 한글은 성삼문을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이 창제했다는 것.

훈민정음의 기원에 대해서도 작가는 색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작가에 따르면 '인체의 발음 기관을 본떠 만든 것'(발음기관 상형설)으로 알려져 있는 훈민정음은 고조선 수도였던 평양에 남은 '신지 문자'가 중요한 탄생 배경이 된다. 소설에서 성삼문이 한글 원리를 깨치는 것도 바로 '신지 문자'를 통해서다.

한글 창제를 집현전 학자들이 주도했고, 훈민정음이 관서지방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적어도 북한 내에서도 한글 창제 과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한자를 바탕으로 한 이두문자 사용을 주장하는 최만리와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우리글을 토대로 새 문자 창제를 주장하는 성삼문의 정연한 논리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이 책의 주장과 관련, 한글학회의 성기지 연구원은 "조선왕조실록이나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 원본 등의 기록을 볼 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세종대왕 창제설은 남북 양쪽에서 모두 정론으로 돼있다"고 설명했다. 340쪽. 9천500원.

jslee@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소설 훈민정음

박춘명 지음, 이가서(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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