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형마트 확산으로 위기에 몰린 재래시장. 이에 맞서 '재래시장 상품권'을 도입하는 지역이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추석 대목을 앞둔 재래시장을 찾아 상품권 유통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고 그 돌파구를 찾아봅니다. 첫 순서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포항 죽도시장과 지난 1월 광역 단위로는 처음 상품권을 발행한 대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주>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2년전부터 재래시장 상품권 가맹점이 눈에 띄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2년전부터 재래시장 상품권 가맹점이 눈에 띄었다. ⓒ 추연만
포항 죽도시장은 지난 25일 새 상품권을 선보였다. 이미 2년 전 발행했지만 일부 농산물 점포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죽도시장사랑권'을 확대해 죽도시장 내 2500여 점포는 물론 노점상 등 어디에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역기업의 '재래시장 장보기 운동'과 맞물려 상품권 발매 3일 만에 1억 4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침체한 죽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상품권 도입한 뒤 시장에 활력

'통합 상품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3개로 나눠졌던 상인단체가 죽도시장상인연합회(회장 백남도) 하나로 합쳤다. 지난 7월 1일 출범식에서 백남도 회장은 "하나된 의지로 죽도시장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죽도시장 사랑권이 2004년 8월 25일 처음 발행할 당시만 해도 농산물 취급 점포 위주로 구성된 130여 가맹점에 그쳤다.

백남도 회장은 "동해안 최대 황금시장이었던 죽도시장이 대형마트의 번창에 따라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상품권으로 매출을 늘려 가는 것을 보면서 '재래시장에도 상품권을 도입할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새로 발매되어 죽도시장 전역에 사용되는 죽도시장 상품권
지난 25일 새로 발매되어 죽도시장 전역에 사용되는 죽도시장 상품권 ⓒ 추연만
[성공요인①] 2천, 3천, 5천원짜리 소액권에 주차권은 덤

당시 상품권 제작에 가장 큰 장애물은 위·변조 문제. 죽도시장 상인들은 대구에 있는 조폐공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방법을 택했다. 재질은 수표와 같은 종이를 사용했고, 문양도 넣어 위조가 됐을 경우 바로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의 결정적인 장애물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당시 조폐공사는 죽도시장의 상품권 발행액(3억원)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꺼렸으나 상인들은 앞으로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비전'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선견지명일까? 지금은 다른 지역 재래시장에서도 조폐공사에 상품권 제작을 의뢰하고 있다.

'죽도시장 사랑권'은 소액권(2천원, 3천원, 5천원)이며 3만원 한 권 속에는 무료 주차권이 덤으로 포함돼 있다.
'죽도시장 사랑권'은 소액권(2천원, 3천원, 5천원)이며 3만원 한 권 속에는 무료 주차권이 덤으로 포함돼 있다. ⓒ 추연만
죽도시장 상품권의 가장 큰 특징은 '소액권'이라는 점. 상품권 한 권은 3만원이지만 그 안에는 2천원권 3장, 3천원권 3장, 5천원권 3장 등 소액권들이 묶여있고, 무료 주차권 1장이 덤으로 들어있다.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재래시장은 소량 구매가 많기 때문에 1만원이 넘는 고액권보다 5천원 이하 소액권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또 1만원권 이하 상품권에는 1장당 400원인 인지세도 붙지 않는다. 특히 소액권이기 때문에 상인들로서도 거스름돈 부담이 적다.

더욱이 3만원 묶음 속에 서비스용 주차권 1매를 포함한 것도 소비자를 배려한 흔적. 이러한 1차 상품권 발행 모델은 새 상품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성공요인②] 상품권이 곧 현금... 노점도 마다 안해

지난 2년간 상품권 유통에 대해 상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건어물을 취급하는 B상회 주인은 25일 "사랑권이 바로 돈이다. 조금 전에도 사랑권을 주며 물건을 사갔다"면서 "2년이 되니 이제 너도나도 부담이 없다"고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포항시에서 상품권 제작비와 수수료를 전액 지원하고 시장 내 새마을금고에서 바로 환전할 수 있기 때문에 상인들이 상품권을 현금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

나아가 "젊은 분들이 재래시장이 나오면서 실제 상품권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매출증대 효과가 만만찮다고 덧붙였다. 과일 도매상을 하는 S상회 대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말로 거든다.

매출증대 효과와 관련 백 회장도 "20∼30대 젊은 사람들이 사랑권을 갖고 재래시장에 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상품권이 1천만원 정도 나가면 매출은 그 액수의 5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상품권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상품권 사각지대로 여겨지는 노점상들도 다르지 않았다. 상품권을 받느냐는 질문에 쪽파 다듬던 아주머니는 "노점에서도 당연히 상품권을 받지!"라고 답변했다. 조심스레 '1천원어치 사면서 상품권 내면 어떡하나' 질문하자 "거스름 돈 내어주면 되지, 무슨 걱정이냐"고 당연한 듯 대답한다.

[성공요인③] 포스코건설 등 지역기업 적극 지원

아케이드(비가림) 시설로 현대화된 죽도시장 농산물거리
아케이드(비가림) 시설로 현대화된 죽도시장 농산물거리 ⓒ 추연만
그렇다면 상품권 주요 구매층은 누구일까? 다른 지역은 대부분 지자체 공무원들이 구매하는 것과 달리 포항은 지역기업과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4년 1차 사랑권 발행 후 추석을 맞아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지역 기업들과 의사회, 여성단체, 공무원단체가 상품권 구매에 동참했다. 실제 포스코건설 직원들은 지난 2년 동안 매월 1천만원 이상 상품권을 사갔다고 한다.

지난 26일에도 포스코 경비업체인 포센과 포항전문건설협의회,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중견기업들이 상품권을 대량 구입했다. 지금까지 새 상품권 판매 규모만 1억 4천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 회장은 "이들 업체들은 추석 선물로 상품권을 사용하고 앞으로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상품권 구매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말도 들었다. 또 연합회 사무실이나 죽도시장 새마을금고를 통해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시민들도 제법 많다"고 밝혔다.

"결국 시장 상인이 변해야 산다"

백남도 죽도시장 상인연합회 회장
백남도 죽도시장 상인연합회 회장 ⓒ 추연만
시장 상인들도 가만히 앉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매월 '상인대학'을 열어 전문가 초청 강의를 들었고 일본 등 선진시장 견학을 했다.

환경개선에도 뜻을 모아 비 맞지 않게 지붕 아케이드를 설치했고 음식쓰레기 감량화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콜센터 운영 및 택배 시스템 도입 등 재래시장 현대화 작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백 회장은 "상품권 발행을 계기로 재래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상인들이 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포항시에서 지원하긴 하지만 상품권 제작비가 만만치 않은 현실. 그래서 다음에는 비용이 들더라도 종이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주화(금속화폐) 상품권'을 만들고 신용카드사와 제휴하여 죽도시장 카드도 만들 생각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