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병희 할머니는 1918년 생으로 <청포도> <광야>라는 시를 쓴 이육사와 같은 안동이씨 집안사람으로 일제시대에 서울에서 항일노동운동을 하다 일경에 체포되어 4년여를 서대문 형무소 독방에서 옥고를 치르신 후 석방되어 이육사의 권유로 중국으로 건너갔다고. 이후 이육사가 1944년 북경형무소에서 옥사했다는 통보를 받고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렀으며, 이 때 인수 받은 육사의 유품 중 마분지로 만든 습작 시집에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청포도> <광야>라는 시가 적혀 있었다고. 할머니로 인해 이 시들이 빛을 보게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독립유공자 이병희씨가 우리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런 훌륭한 분이라는 것까지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죄송스런 마음으로 밑반찬 전달 봉사를 할 주민을 찾았다.
이런 소식을 들은 주민 자치위원장 심영구씨와 통장친목회장 이명자씨 지근거리에서 보리밥집을 운영하시는 안이호씨가 선뜻 동참을 하겠다고 나섰다. 우선 밑반찬을 준비하여 할머니 댁을 방문하기로 하고 전화를 드렸더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통령이 선물 보낸다고 해서 집에 있어!"하신다.
세분의 밑반찬 봉사 희망자와 함께 댁을 방문했더니, 매우 반갑게 맞아주시며 준비한 밑반찬을 보시고 "한 달은 맛있게 먹겠네"하시며 활짝 웃으신다.
세분의 봉사 희망자가 "보름에 한 번씩 밑반찬을 만들어다 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하며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아흔의 연세에도 아주 당찬 목소리로 육사의 시신을 수습하시던 얘기와 독립유공자이신 선친(이경식)이야기, 나라에서 잘해주어 먹고 사는 데는 아무 불편이 없다는 말씀까지 청산유수처럼 쏟아내신다. 지금도 가끔 강연을 나가실 정도로 건강하다고 하시면서도 "늙은이 앞날을 하루를 장담 못해"라고 하신다.
밑반찬 봉사를 약속하신 세분과 함께 자주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드리며 문을 나서니 기필코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나오시며 "이 동네서 나는 독립군 할머니로 통해. 다 알아!"하시며 잘 가라고 하신다.